[이투뉴스] 지난 23일 전력, 가스, 원자력, 신재생, 석유, 자원 등 에너지 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뒤로하고 올 한해 힘찬 도약을 위한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다.

자리 자체가 새해 덕담을 나누고, 그동안 서로 못 했던 인사를 하는 모임이였기에 행사 일정은 길지 않았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의 신년사와 몇몇 대표들의 건배제의가 전부였다. 서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다가 하나둘씩 자리를 뜨면서 행사는 간단하게 마무리됐다. 

이날 신년인사회에서 백 장관의 인사말은 꽤 길었다. 준비해 온 원고를 5분 넘게 읽어 나갔다. 사실 그가 읽은 것은 일종의 출사표와도 같다. 신년사에는 산업부가 올해 어떤 식으로 정책을 운영해 나갈지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가 제일 강조한 것은 역시 에너지전환이다. 지난해를 에너지 정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 해였다고 평가하면서 올해는 그 틀 위에 에너지전환 체계를 재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태양광·풍력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바꾸고 도시형·영농형 태양광 같은 국민 참여형 사업을 확대한다고 덧붙였다.

지역경제 지원과 함께 단계적으로 원전을 줄여 나가겠다는 내용도 분명히 했고, 원전해체산업을 새로운 성장기회로 만들기 위해 관련 R&D와 인력양성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가스·전력분야의 해외진출을 장려하고 영국, 사우디 등 신규 원전 건설국에 대한 수주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간다고 했다. 이외에 4차산업혁명, 최저임금 얘기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런데 석유‧자원얘기만 쏙 빠졌다. 단 한 줄도 없었다. 

지난해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리면서 경유세 인상 논란이 크게 일었다. 정부는 미세먼지와 경유는 상관관계가 적다고 연막을 쳤지만, 이미 에너지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말썽은 예고된 상황이다. 당장 삼한사온이란 말 대신 삼한사미(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라는 말을 쓰는 마당에 미세먼지철 봄이 오면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 그의 생각이 궁금했었다.

코발트‧크롬‧티타늄 등 희유금속(Rare metal)에 대한 공급 방안은 구체적으로 있는 걸까.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은 또 어디서 구한다는 걸까. 전 세계가 치열한 확보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책은 무엇일지 궁금했었다.

우리나라를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려놨던 동해-1 가스전이 올해 상업생산이 종료되는 가운데 그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국제유가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얘기를 조금이라도 듣고 싶었다.

물론 신재생으로의 에너지전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신년인사에서 길게 얘기할 만한 내용이고, 또 앞으로 그렇게 가야 하는 것도 맞다. 모든 에너지 분야를 세세히 챙기기도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석유·자원 개발에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들 듣기 좋은 신재생, 탈원전 얘기만 해서는 에너지 업계가 결코 건강해질 수 없다. 

"석유와 자원 분야 얘기는 왜 한 말씀도 없으셨나요. 업계에서 말하는 '내놓은 자식'이라는 말이 맞는 건가요? 장관님"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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