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간 사고 32건 분석 결과, 대부분의 사체서 농약성분 검출
아산 야생오리 집단폐사에서도 치사량 45배 이르는 농약성분 확인

[이투뉴스] 최근 1년간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동일지역 2마리 이상, 평균 20마리) 사건의 원인이 대부분 농약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진원)은 2017년 1월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32건(633마리)을 분석한 결과, 87.5%인 28건(566마리)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30일 밝혔다. 과학원이 야생조류 폐사의 원인을 분석해 관련 정보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생조류 집단폐사 32건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야생조류 인플루엔자(이하 AI)’ 바이러스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으나 28건(566마리)에서 농약 성분 14종이 검출됐다. 농약은 주로 살충제 원료로 많이 사용되며 카보퓨란(Carbofuran), 모노크로토포스(Monocrotophos), 카보설판(Carbosulfan), 벤퓨라캅(Benfuracarb) 등이 나왔다. 

나머지 4건(67마리)에서는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명확한 폐사 원인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환경과학원 연구진은 새들이 질병, 아사, 사고사 등 자연환경 내의 일반적인 죽음으로 추정했다.

농약이 검출된 28건을 월별로 분석했더니 2017년 3월에 집단폐사 사건이 10건(270마리)으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4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류 사체 위에서 발견된 볍씨에서 치사량 이상의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고 간에서도 발견됐다.

가장 많이 죽은 집단폐사 사례는 2017년 3월에 창원시에서 발생한 사례로 직박구리 119마리가 죽었고, 위의 내용물 및 간에서 포스파미돈 등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영국곡물생산협회(BCPC)에서 제공하는 포스파미돈 농약 치사량은 1kg당 3.8mg(청둥오리 대상)에 달할 정도로 독성이 높다. 올해 1월 17일 경주시에서 발생한 떼까마귀 집단폐사 사체(86마리)에서도 살충제에 주로 쓰이는 펜치온이 확인됐다.

1월 21일 아산시에서 발생한 야생오리 등 집단폐사의 사체(22마리)에서도 치사량의 45.1배에 이르는 벤퓨라캅과 카보퓨란이 나왔다. 또한, 사체 주변에서는 고의적으로 살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볍씨에서 농약 성분 카보퓨란이 치사량 이상(볍씨 1kg당 924.1mg)으로 검출됐다.

환경과학원은 이번 집단폐사 32건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조류 사체의 위 내용물과 간 등에서 추출한 농약 성분을 고도분석장비로 정량 분석해 국내·외에서 사용된 503종의 농약과 비교했다.

정원화 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고의적으로 야생조류를 죽이기 위해 농약이 묻은 볍씨 등을 살포하는 것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2017년 한 해 동안 환경과학원은 전국에서 총 1215건(1971마리)의 야생조류 폐사 신고를 접수받았으며, 이 기간 동안 동일지점에서 2마리 이상의 집단폐사는 149건(910마리)으로 나타났다.

과학원은 이중 1215건의 폐사사건에 대해 AI 바이러스 유무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이 중 농약 중독으로 의심되는 29건과 올 1월 발생한 3건에 대해서는 농약 성분 유무를 추가로 분석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죽은 야생조류 1971마리에서 AI 바이러스 검출은 27마리로 1.37%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충돌 등 사고사, 생태계내 자연사 및 농약 등에 의한 폐사로 분석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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