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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재생에너지 투전판'
태양광부지 규제완화 방침에 투기세력 활개
"꼼수와 편법 난무…뒷감당 못할 부작용 우려"
  [485호] 2018년 02월 05일 (월) 06:30:25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정부가 태양광 입지규제 완화 시책을 잇따라 발표하자 간척지 등 농업진흥구역을 활용한 초대형 태양광 발전사업이 전국 도처에서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2008년 동양건설산업이 신안에 건설한 24MW 태양광발전소.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이투뉴스] “농업용·영농형 태양광으로 농촌도 살리고, 국민도 부자로 만든다고요? 과연 그렇게 될까요? 뒤에서 웃는 사람들은 따로 있죠. 정부가 안달일 때 이 판에서 크게 한탕하고 뜨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재생에너지사업은 말그대로 투전판입니다. 소수 자본가들과 투기세력의 놀이터죠. 역설적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이 그걸 조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태양광 입지규제 완화방안을 내놓자 한 대기업 담당자가 보인 반응이다. 이날 정부는 농업진흥구역내 염해 간척지 1만5000ha(약 4537만평)를 20년간 태양광 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높이려면 매년 수GW단위로 태양광을 늘려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금단의 땅’으로 간주해 온 절대농지 해제도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반면 다년간 이 분야에 종사해 온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보에 큰 우려를 제기한다. 이 관계자는 “요즘 대형 태양광 개발사업은 발전사업이라기보다 꼼수와 편법이 난무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포장은 그럴싸하지만 뒷감당이 안될 만큼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면서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조바심을 내려놓는 게 우선이다. 갈 길은 멀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가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의 RE3020(재생에너지 20% 확충) 정책과 잇따라 발표된 후속 규제완화 계획에 한반도가 들썩이고 있다. 평당(3.3㎡) 1만~2만원하던 불모지가 10배 가량 뛴 가격에 매물로 등장하고, 이런 상황을 예견이나 한 듯 대규모 간척지 등을 사들인 투기세력은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중소형사업도 과열‧혼탁이 극에 달해 사업권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일부 시공업자들의 부실‧허위 발전소 분양사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4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전방위 태양광 입지규제 완화와 지원책 발표로 들뜬 이들은 실제 농지 소유자나 농어민이 아니라 일찍이 헐값에 수십만~수백만평의 규제대상 농지를 사들인 일부 투기자본과 그 배후세력들이다. 이들은 일조량이 많아 태양광발전 여건은 좋지만 절대농지로 묶여있거나 지자체 개발행위허가 규제대상인 전북‧전남‧경남지역 농지 및 간척지를 대량 매수, 수년간 물밑에서 규제완화 시기를 엿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EPC기업 한 관계자는 “A사는 서산에서 100MW를, B사는 해남일대서 100MW를, C사는 신안일대서 200MW 초대형 태양광 개발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있는데, 모두 이 분야와는 무관한 기업들이고 간척지 등 절대농지를 미리 매수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이들뿐만 아니라 일부 발전공기업도 대기업과 손잡고 최소 수십MW규모 농지사업계획을 여러 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당 수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고 향후 지목변경 등에 따른 지가상승 등 막대한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개발사업임에도 외형적으론 농촌형이나 영농형, 스마트팜 연계사업, 염해피해 간척지 활용사업 등으로 포장돼 각종 정책지원 혜택을 누리고 규제를 비껴간다는 것도 닮은점이다. 앞서 정부는 농지법을 개정해 농업인 참여사업의 경우 농지전용부담금을 50% 감면해 주고, 간척지 태양광 부지 사용을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만약 정부가 염해지역으로 분류한 4500만평이 모두 태양광 부지로 개발된다면, 평당 공시지가를 7만원으로 가정할 때 사업자가 부과해야 할 농지보전부담은 9450억원에 달하지만 농업인 참여를 조건으로 내걸어 50% 감면혜택을 받으면 4700억원을 아낄 수 있다. 게다가 정부는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에 대해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중치를 얹어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 (3MW 기준 지분 10% 시 가중치 1.1 등으로 차등)

농업진흥구역 개발허용 혜택을 누리는 이들 사업이 경우에 따라 무늬만 농업인이 참여하는 법인체로 구성되면 막대한 농지보전부담금 감면혜택을 비롯해 대체농지조성비 면제, REC가중치 인센티브 등의 3~4중 특혜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현재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D사의 경우 부지를 수MW단위 수십개 개별사업으로 쪼개 일부만 주민참여 형식을 만든 뒤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예정이다. 

EPC기업 관계자는 “결국 태양광으로 돈을 버는 이들은 대기업 시공사나 개발업자이지 원래 땅을 보유한 토지주들이나 농어민이 아니다. 태양광 기자재 가격은 매년 뚝뚝 떨어지는데 금융브로커나 인허가 로비스트 등 불필요한 벨류체인만 세분화 돼 블랙머니를 조성함으로써 단가인하 효과가 상쇄되고 소수 투지자본만 정책 수혜를 보고 있다"면서 "이는 에너지전환의 정신에도 맞지않을 뿐더러 산업육성이나 일자리 창출에도 하등 도움이 안된다. 정부가 짚고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태양광설비 공급업체 임원은 "농촌형이나 주민참여형에 투자비를 댈 실제 농어민이 얼마나 되겠나. 자칫 금융권과 일부 시공업체만 배불리고 농촌경제 양극화나 위화감만 조성할 우려가 있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 실정에 근거한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컨설팅기업 CEO도 "농촌형 태양광의 본래 취지는 좋지만 지붕형 태양광이라며 농지를 훼손해가며 전국에 수천개씩 들어선 버섯재배사가 진정 농가소득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 건축물로서 제 기능을 하고나 있는지 조사해보면 오늘날 농촌형 태양광사업의 적나라한 실정이 드러날 것"이라며 "요즘 얘기되는 무분별한 규제완화도 향후 성동격서식 편법만 양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CEO는 “시장경쟁이나 산업화 개념도 없이 보조금만 얹어주는 형태로 지난 십수년간 정책이 지속돼 오다보니 자생력은 없는 일부 좀비기업들만 남았다. 신재생 전문기업수가 2만여개면 뭣하는가. 해외에 진출해 싸울만한 기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장기적으로 3020이 3010(10%)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대기업‧공기업이 아닌 강소기업과 프로슈머가 주체가 돼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로비업자나 부패한 권력, 투기세력만 살아남는 최악의 구도"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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