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3020 시대의 미래’ 전력거래소 제주지사 신재생종합관제센터
작년 3월 공급이 수요초과 4개 풍력단지 출력 제약 시행

▲ 제주시 한경명 두모리와 금릉리 일대에 조성된 30mw급 탐라해상풍력단지

[이투뉴스]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풍력터빈이 600m, 가장 멀리는 1.2km까지 바다 쪽으로 나가 있습니다. 북서풍이 부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개월을 열심히 돌려야 가동률 30%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여기 보시는 EMS-RTU(전력관제데이터전송장치)를 통해 이렇게 터빈 10기의 실시간 발전량이 초단위로 전력거래소 제주지사 관제센터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 한경면 두모리 인근 탐라해상풍력발전 종합상황실. 박현석 현장소장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창밖 해상풍력단지와 상황실 내부 모니터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거친 파도가 평균수심 20m에 들어선 해상구조물에 부딪쳐 하얀 포말을 만들었고, 해안을 따라 270m씩 거리를 두고 늘어선 3MW 풍력발전기 10기가 북서쪽을 향해 한껏 바람을 맞았다.

회전직경이 91m에 달하는 거대 풍력날개는 분당 8~15회씩 회전운동을 하며 변화무쌍한 바람의 힘을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켰다. 탐라해상풍력은 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 한화자산투자가 각각 27%, 36%, 37%의 지분율로 1650억원을 들여 건설한 국내 최대 상업용 해상풍력단지다. 작년 9월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연간 8만5000MWh의 전력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이날 10시 45분 기준 종합상황실 RTU 모니터에 표시된 풍력단지내 풍속은 초속 10m 안팎. 단지내 분당 발전량 변동폭은 12MW였다. 전체 10기 발전량은 29.76MW로 설비용량 100%에 근접했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 중 1~6호기 생산분 17.92MW는 한림변전소로, 나머지 7~10호기 11.84MW는 한림복합 계통으로 각각 송전된다. 송전선로는 2만2900V(볼트) 전용선로를 깔았다.

같은 해역에 들어선 똑같은 풍력터빈이지만 위치와 바람에 따라 풍속과 발전량도 제각각이다. 10시 55분 기준 6호기가 초속 8.7m 바람으로 2.18MW를 생산할 때 나란히 선 7호기는 초속 10.6m 바람으로 2.63MW를, 인근 8호기는 8.0m 풍속으로 2.20MW의 전력을 각각 생산했다. 한참 떨어진 1호기는 7호기보다 약한 9.7m 풍속에서 3.08MW의 출력을 내기도 했다.

▲ 박현석 탐라해상풍력 현장소장이 종합상황실에서 풍력단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5분. 모니터에 표시된 3,4호기 발전량이 돌연 '0'을 가리켰다. 박 소장은 "순간적인 돌풍이 블레이드에 진동을 일으켰거나 바람방향이 정반대로 바뀐 경우, 오늘처럼 눈이 많이 내려 윈드센서(바람감지기)에 눈이 쌓일 경우 풍속을 '0'으로 인식해 멈추는 경우가 있다"면서 "여름엔 한달 내내 발전기가 전혀 돌지 않을 때도 있다. 지금은 그나마 성수기"라고 말했다.

탐라해상풍력단지서 폭설을 뚫고 동북 방향으로 1시간 반을 내달려 도착한 제주시 오라동 전력거래소 제주지사 전력관제센터. 박해수 제주지사 계통운영 차장이 10개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구성된 제주신재생통합관제시스템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제주전도 위에 태양광과 풍력이 노란색과 파란색 점으로 표시돼 있고, 북서풍의 이동경로와 세기가 움직이는 붉은색‧녹색 띠로 화면에 구현됐다.

바로 위 또 다른 화면에선 24시간 뒤 기상상황까지 한 시간 단위로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신재생 예측 정보가, 그 오른쪽으론 제주지역 실시간 신재생 수급현황과 변동성이 큰 풍력발전 및 주요단지 현재 출력이 각각 일목요연한 숫자로 표시됐다.

특히 전력거래소는 지역내 신재생 발전량 실시간 변화와 향후 예측곡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풍력발전기 출력을 안정적으로 원격 제어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구현했다. 앞서 작년 하반기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주지사에 신재생 발전량 예측과 관제·제어까지 가능한 시범시스템을 구축했다.

▲ 박해수 전력거래소 제주지사 계통운영 담당차장(왼쪽)이 신재생통합관제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지역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제주도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에 따라 2012년 122MW였던 신재생 설비가 지난해 402MW로 300%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13년 6.1%(272GWh)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지난해 13.2% (714GWh)로 배 이상 뛰었다.  

김형철 제주지사 차장은 “전력수요가 적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많은 봄‧가을에 신재생 비중이 50%를 초과한 적이 세 번이나 있었다”면서 “특히 태양광이 늘면서 휴일이나 낮시간에 출력제어가 불가피한 상황이 간혹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3월 21일 제주에선 낮 12시 15분부터 오후 3시 10분 사이 신재생 발전량이 크게 늘어 성산‧삼달‧가시리‧동복 풍력발전 단지의 발전량을 1시간 주기로 3~6MW씩 제어했다. 기존 내연발전기와 해저케이블 수전전력을 최소수준으로 한 상황에서도 210MW의 풍력발전과 71MW의 태양광이 동시에 전력을 생산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사태가 현실화 됐다.

최홍석 전력거래소 계통기술팀 부장은 “신뢰도 고시를 통해 향후 대규모 풍력단지는 허가 시 제어실비를 의무적으로 구축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시장 보상방안과 관련 제도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제주 관제센터 실시간 수급현황에 표시된 오후 2시 18분 기준 전체 신재생 출력은 159MW. 제주지역 전력수요 880MW의 18.1%를 재생에너지가 공급하고 있다.

특히 풍력 이용률이 50%(설비용량 276MW, 출력 137MW)에 달했고 눈보라가 날리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이용률이 17%(설비 122MW 출력 21MW)를 기록했다. 제주는 육지와 2개 해저케이블로 연결돼 있어 육지 대비 전력수급 여건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 달성이란 정부 정책 드라이브에 힘입어 재생에너지 보급이 크게 늘고 있는 육상 전력계통의 미래가 제주이기도 하다.

박해수 차장은 실시간 자원지도를 바라보며 "지금 서쪽 풍력발전기들은 전출력인데, 동쪽은 아예 서 있다. 육지 대비 땅은 좁지만 제주의 신재생 여건은 이렇게 천차만별이고 정확한 예측도 쉽지 않다"면서 "이런 변동성을 예측·제어해 가면서 안정적으로 전력공급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우리의 어려움이자 책무“라고 말했다.

<제주=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나주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에 새로 구축된 신재생통합관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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