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달 테헤란을 방문한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안보위원장에게 ‘가스 OPEC’을 만들자고 제의한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2월초 “가스 생산국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식의 카르텔을 구축하는데 러시아는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동안 러시아 관리들과 세계 최대 천연가스회사인 러시아 가즈프롬측은 공개석상에서 가스 OPEC 창설이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물론 푸틴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다른 가스 생산국들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가스 OPEC이 설립된다 하더라도 가격카르텔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소비국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이란은 세계 1, 2위 가스 매장·생산국이며 여기에 알제리를 합칠 경우 전세계 가스 공급의 50% 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가스생산국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지 않을수 없다. 이미 러시아는 지난해 과거 소련 연방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 등에 공급하는 가스 가격을 두배나 올려 현실화한바 있다. 이 과정에서 벨로루시가 유럽으로 통하는 송유관을 봉쇄함으로써 러시아와 첨예한 대립을 빚기도 했으며 독일 등 러시아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초비상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당장 가스 OPEC이 결성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스생산 대국의 이해가 각각 엇갈리고 있는데다 가스 거래는 원유와는 달리 장기 계약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도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가스는 석유처럼 단기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1973년 오일쇼크 당시 일각에서 가스 OPEC을 설립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측은 러시아가 끝내 불참할 경우 알제리와 모로코 및 베네수엘라와 함께 가스 OPEC을 결성해도 충분한 것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이란의 의도는 다분히 가격 카르텔적인 것으로 보인다. OPEC과 같이 가스도 같은 기구를 결성함으로써 세계 가스 시장을 쥐락펴락 하자는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푸틴 대통령이 일단 긍정반응을 보인 것은 다목적적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즉 유럽에서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림수도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하여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대신에 유럽 역시 수요를 러시아에 보장해달라는 정치적 제스처로도 해석되고 있다.

 

가스 생산국들에 맞서 소비국들도 비상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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