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토론] 재생에너지 3020, 전력계통·시장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이투뉴스]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전력거래소 나주 본사 중앙전력관제센터와 제주지사 전력관제센터에 구축된 시범단계 신재생통합관제시스템, 제주 탐라해상풍력단지 등을 함께 둘러본 전력거래소 일행이 예정된 일정을 모두 끝낸 뒤 6일 오후 제주지사 회의실에 둘러앉았다. ‘재생에너지 3020(2030년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 20% 이상 확충)’ 시대에 대비해 우리 전력계통과 시장은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토론해 달라는 본지 즉석 제안 때문이다. 줄곧 재생에너지 계통수용성 확대 문제를 고민해 온 최홍석 본사 계통운영처 부장과 옥기열 전력경제연구실 부장, 신재생 발전제약이 현실화 된 야전에서 실제 관제시스템을 구축·운영 중인 조성빈·박해수 제주지사 차장 등이 예정에 없던 토론에 흔쾌히 응해줬다.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 정부가 전력망의 큰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당장 챙겨야 할 현안은 무엇인지, 발전사업자나 유관기관 등 이해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절충점을 찾아야 할 사안은 무엇인지 등이 한 시간 남짓한 이들 전문가 토론에 오롯이 담겼다. 이날 전력거래소 제주지사가 위치한 제주 북부지역엔 40여년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 왼쪽부터 박해수 차장, 조성빈 차장, 옥기열 부장, 최홍석 부장

- 신재생 수용성 확대를 위해 전력거래소 주도로 정부 차원의 신뢰도 고시개정 검토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행사항을 설명해 달라.

최홍석 계통운영처 부장 (이하 최홍석) ;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개선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 관련해서는 기존고시 안에서 큰 틀을 짜려고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신재생 전원이 전력계통에 많이 유입되더라도 계통신뢰도가 지속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각 사업자들의 책무를 포괄적으로 선언하려고 한다. 우선 신재생 발전사업자의 책무가 있는데, 기존에는 가령 태양광 모듈과 계량기를 설치하면 끝났지만 이제는 최소한의 기술적 요건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또 사업자들과 공청회를 여러차례 해야겠지만, 일정 규모 이상은 현장 기상정보나 예측 정보도 필요하게 될거다. 다만 현재로선 그에 대한 유인책이 없다보니 사업자들의 비용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발전제어까지 가능한 RTU(원격단말장치)는 대당 1억원에 달하고 연간 통신비도 1200만원 가량이 든다. 사업자 입장에선 그렇게 비용을 들이고 설비제약까지 하더라도 돌아오는 이득이 있다면 한다. 또 아직 대용량이나 소용량 기준을 잡는 것이 쉽지 않지만, 기존 시장운영규칙상 중앙발전기에 해당하는 20MW초과 발전기라면 의무화도 큰 부담이 안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큰 문제는 20MW 이하를 어떻게 할것인가인데 여전히 고민이다.

▲ 최홍석 계통운영처 부장

신재생 발전사업자 책무가 정보제공이라면 계통운영자의 책무는 아무리 신재생에너지가 계통에 많이 들어오더라도 계통을 안정하게 유지해야 할 책무를 가진다는 내용일 것이고 이걸 고시에 담으려 한다. 여기서 계통운영자는 송전망을 운영하는 전력거래소와 배전망을 운영하는 송배전사업자가 모두 해당된다. 또 다른 계통운영자 책무 중 하나는 정보공개다. 투명하게 제어량을 산정하고 공정하게 제어했다는 한계량 및 제어정보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걸 선언적으로 고시에 명문화 하려 한다. 또 망사업자(한전)는 도대체 어느 변전소에 얼마나 신재생 수용량이 있는지, 사업자가 신청했을 때 대기순번이 어떻게 되고 한전 보강계획 어떻게 되는지 등도 공개토록 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물론 고시가 만들어져도 이것에 대한 구체적 후속조치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올 하반기 사업자를 비롯해 국내 학계와 전문가를 포함시켜 다자간 협의체를 만들어 하려고 한다. 우려중 하나는 대규모 사업자들에게는 그 정도 요건이 부담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소규모 사업자에게 최소 어느 정도 요건을 부여할지 고민이다. 퇴직금으로 노후자금을 위해 태양광을 지은 사람에게 매달 비용이 얼마씩 더 든다고 했을 때 과연 받아들일 수 있겠나. 그렇다고 그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라 쉽지 않은 문제다. 이런 방법 외에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시장 참여 시 현재 출력에 대한 계량·전송장치를 의무적으로 달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1MW이상은 의무적으로 시장에 들어와 있는데, 20MW를 기준으로 미만은 보안성이나 데이터주기를 완화해 주면 장치비용 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굳이 2초 단위 데이터 전송이 아니라 10초든 15초든 보내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도 있다.

- 제주는 이미 수요-공급 불일치로 신재생 출력제약(Curtailment)이 적잖게 나타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도나 보완점은 무엇인가.

▲ 박해수 제주지사 차장

박해수 제주지사 차장 (이하 ‘박해수’) ; 현장에 있다보니 신재생이 전력계통에 수용되는 비중의 변화를 직접 느끼고 있다. 풍력 증가속도도 가파르지만 최근엔 태양광 증가속도가 만만치 않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전력계통에서 신뢰성이나 안전성을 유지하는 중요요건 중 하나가 수급인데, 수급에서 신재생 자원을 우선 수용하다보니 불균형이 발생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간절기에 수요는 적은데 신재생이 그 이상으로 발전하는 경유가 있다. 물론 공급량에 필수가동(Must-run) 발전기라든지 송전선로 최소수용량이 포함돼 있다. 어찌됐든 현재는 신재생 과발전 부분에 대한 제어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태양광이 더 늘어나면 제어 횟수라든지 양이 더 늘지 않을까 고민이다. 그래서 전력거래소가 통합관제시스템이라든지 제어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거다. 하지만 단기적 해결책이다. 해외 스페인의 사례를 참고했는데, 우리와 유사한 여건이지만 다른 점은 정책적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거다. 스페인은 중앙급전 관제센터가 있고, 그 아래 지역별로 하위 신재생 담당 관제센터가 있다. 그리고 관제센터에 소속된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있다. 사업자들은 지역별 센터에 얼마나 출력을 낼 것이란 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지역 센터는 중앙관제센터에 이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면 중앙관제센터가 신재생에 대해 동일하게 예측해 수급불균형이 발생한다는 예고가 나오면 지역관제센터에 정보를 주고, 지역은 관할 신재생 사업자의 출력을 제어하게 된다. 제주는 이런 체계가 없다. 우리 시스템에서 나오는 정보를 기초로 사업자에 직접 연락해 제어하고 있다. 문제는 사업자가 워낙 다수로 들어오고 있어 향후 소규모는 일일이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 해결책보다는 장기적 측면에서 관제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본다.

최홍석 ; 고시에 제어관련한 근거가 선언적으로 담기게 되면 시장운영규칙에도 제어관련 근거를 담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제어는 제주지역이 주라서 워킹그룹 통해서 협의했던 여러 사항들대로 일단 하고 결과를 협의체내에서 공유하고 있다. 그 부분을 시장운영규칙에 못 박아 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거래소는 계통안정성 위해 불가피하게 제어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절차와 근거를 갖고 한다는 것을 명문화해서 현 체제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준비하고 있다.

-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제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제출하는 것도 중요한데 유인책은

박해수 ; 해외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있고 입찰을 한다.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 그룹을 지어 사업자를 통해 입찰하고, 대규모는 개별입찰 참여하는데 입찰 참여량과 실제 발전량과의 편차가 발생하면 패널티가 발생한다. 우리도 예측정보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받는것이 중요하다. 사업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향도 제시돼야 한다. 무턱대고 활용할 수 없는 수준의 정보만 받으면 되레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캘리포니아 사례는 어떤가. 미국은 발란싱(수급균형)이 취약한 체제인데.

조성빈 제주지사 차장 (이하 ‘조성빈’) ; 전부 입찰이다. 우리 중앙설비 개념처럼 실제 급전가능한 자원들에 대해 입찰을 하되 양은 보수적으로 본다. 그리고 그런 신뢰도 자원들에 용량요금(CP. Capacity Price)을 주는 체제다. 사업자 입장에선 당연히 투자를 할만한 인센티브가 생기는거다. 어떤 표준적 기준을 정해 그 기준에 부합하는 범위내 자원에 대해 CP를 준다. 그런형태가 아니면 신재생이 급전가능 자원처럼 움직이지 않을 거다.

- 우리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수용과 관련 어떤 준비를 하고 있고, 고민은 무엇인가

▲ 옥기열 전력경제연구실 부장

옥기열 전력경제연구실 부장 (이하 ‘옥기열’) ; 현행 전기사업법상 입찰의무 부과는 아무 문제가 없다. 전원별로 구분하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우리 고민은 소규모는 입찰 의무화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일정규모 이상은 당연히 모든 다른 발전기와 마찬가지로 입찰을 통해서 바란싱(balancing)에 기여할 책무가 있을 것으로 본다. 유럽연합의 법은 모든 전기사업자에 대해 발란싱 유지·확보 책무가 있다는 선언이 들어가고, 그 후단에 임발란스(불균형)에 대해 재무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규정돼 있다. 스페인에서 입찰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이나 우리처럼 풀(Pool) 시장에선 그런 정비가 미흡하다. 미국은 페널티보다 인센티브 방식이다. 일정정도 정확도가 있으면 CP를 주든지 한다. 시장파트에서 보면 일정규모 이상은 입찰의무가 들어가야 하고,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자의 임발란스 요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거창하게 할 것이 아니라 현재 예비력 비용이나 실시간 제약비용을 판매사업자가 물고 있는데, 판매든 발전사업자든 제출된 계획량 대비 편차가 생기면 그 비용을 물도록 하는 게 임발란스 요금제다. 소규모에 대해선 어느 정도 예측정확도에 비례해 CP를 준다든지 인센티브 방식이 가능할 듯 보인다. 다만 인센티브 방식은 항상 문제가 최종 요금이다. 요금을 묶어두면 항상 막힌다. 그런 인센티브나 패널티가 있어야 전기 신사업자가 예측을 잘해서 사업화하려는 노력을 할거다. 현 시장제도는 너무 방치돼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대해선 아무것도 없다. SMP(전력시장가격) 하나 달랑 받아가는 구도다. 어쨌든 고시개정에 맞춰 기술적인 시장운영규칙 만들 때 거래제에 대해선 입찰제라든지 정산제를 같이 개편할 필요가 있다. 원래 시장쪽 견해는 차기시장 논의할 때 한꺼번에 하자는 것이었지만 모든걸 포함하고 있는 논의다보니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술적인 고시개정할 때 필요한 거라도 먼저 하는 게 낫다고 본다.

▲ 조성빈 차장

조성빈 ; 시장구조를 좀 더 들여다보자면, 현행 하루 전 시장이란 게 실상은 재무적으로 결합돼 있을 뿐이고 그것으로 정산할 뿐이다. 그런데 지금 들어오는 자원특징은 실시간 관리가 필요한 것들이다. 앞으로는 하루전 시장은 재무적인 바인딩이고, 실시간 시장은 그걸 헤징하는 프레임으로 가져가야 할 거다. 또 다른 핵심 중 하나는 보조서비스 시장 현실화 부분이다. 실제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 때 배터리라든지 아무리 응동성이 좋은 자원이라도 대가가 없다보니 유인이 되지 않았다. 그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 시장구조적 측면에서 보자면, 과연 재생에너지가 어느 정도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는지 2015년 이후 진입한 제주지역 4개 설비에 RTU를 넣어 제어시험을 해봤는데 응동성이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따라오더라. 램핑이라는 큰 변동성 구간은 코프(COFF. 제약비발전정산금) 등으로 잡아주면 활용이 가능할 거다. 정부계획대로 재생에너지가 65GW가 들어와 출렁일 때 과연 다른 설비가 어디까지 감당할지, 그럴 때 별수없이 감발사유가 발생할거다. 기술적으로 보면 풍력은 제어기술이 굉장히 뛰어나다. 급전가능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에 와 있다는 게 시사점이다. 태양광의 경우도 용량은 아직 적지만 큰 규모는 비슷하게 제어가 가능하다. ESS는 주로 아직 사업성이 좋지 않아 사업자들은 넣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옥기열 ; 에너지전환을 하다보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변동성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어떤 기여자원이 필요한데, 그 자원에 대한 보상체계가 소위 보조서비스(AS) 시장이다. 하루전 시장과 실시간 시장 연동해 어찌보면 기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우려되거나 주저되는 부분은 재생에너지 출력제약 고려할 때 이론적으론 시장가격은 ‘0’이나 마이너스가 돼야 한다. 그런 걸 도입하는 게 시장원리에 맞는데, 과연 우리가 그럴 수 있느냐다. 그런 부분들이 현실적으론 굉장한 어려움이 될거다. 유럽이나 미국은 이유 불문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0’이 되거나 심지어 마이너스 가격이 된다. 그래서 입찰 받을 때 출력제약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정말 그걸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업계 반발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본다.

조성빈 ; 정상적인 형태라면 신재생은 연료비가 안드니 안돌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제약함수로 보면 비용문제가 아니라 신뢰도 제약이 된다. 갑자기 램핑이 되면 재생에너지 변동성으로 인해 공급능력 한계를 넘어버린다. 그러면 당연히 가격이 0원에 되는건데, 실상은 가격 문제가 아니라 신뢰도가 제약함수로 들어가면 수급의 문제가 되다보니 우리가 감발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됐을 때 과연 사업자들이 무상으로 줄일 것이냐, 그게 맞냐는 고민이 생긴다. 개인적 견해로는 이건 분명 사업자의 기대이익과 연관성이 있어 지급하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이다.

- 미래 발전량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한데, 우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최홍석 ; 이제 시작한 단계다. 사실 모든 에너지업계가 에너지전환에 관심을 쏟은 게 불과 몇 개월밖에 안된 그런 단계다. 국내 예측 관련 기술력이 아직 낮은 건 그만한 투자나 연구개발이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준 것이 고마운 수준이다. 예측기술은 훗날 모든 신재생 관리의 기본이 될거다. 입력데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정확도가 어느 정도 보장돼야 그것으로 수급평가를 하든, 계통안정도를 평가하든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육지계통은 아직 한번도 예측시스템을 개발해 본 적이 없다. 거의 초창기다. 해외는 여러 기상회사들이 예측서비스를 해주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들이 우리에게 제안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서비스 비용에 따라 주기나 정확도 편차가 크다. 산업부 기본방침은 가급적 국내 기상산업 키워줄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을 만들어줘야 하겠다는 거다. 고시나 제도가 만들어져도 유예기간을 2~3년 가량 둬서 그 기간동안 국내 산업이 기술개발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 해외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다만 과거엔 전통적 기상만을 갖고 예측했으나 요즘은 ESS가 붙어 출력이 나와도 계통으로 바로 가지 않는 경우도 꽤 된다. 즉 맞춤형 예측이 돼야한다. 여기에 소규모 상계거래 내지는 단순병렬이 실제 수요예측이나 수급발란스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걸 예측해 줄 주체가 없다. 전력거래소가 안하면 아무도 나설 일이 없다. 배전망 사업자도 크게 필요가 없다. 한전은 설비관리 파트서 일부 예측을 하겠다고 하는데, 일면 이해는 되지만 기본적으로 설비사업자의 기본책무는 설비확보다. 그게 제때 안된다든지 어떤 사유로 지연돼 신재생 사업자가 제어 당하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를 해도, 제어를 전제로 하고 설비투자를 해야한다는 건 역시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 전력거래소 계통·시장 전문가들이 제주지사에서 신재생 계통수용성 확대를 위한 즉석 토론을 펼쳤다. 왼쪽부터 박해수 차장, 조성빈 차장, 옥기열 부장, 최홍석 부장

- 유관기관 협업 및 역할분담은 어떻게 정리되는 게 합리적인가

최홍석 ; 일단 정부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산업부에는 전력계통 담당하는 전력산업과가 있고, 신재생을 보급하는 신재생에너지과와 전력시장을 담당하는 전력진흥과가 따로 있지만 모든 게 한 부처 안에 있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거기에 해당하는 유관기관이 참여해 서로 현황부터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 격의없이 얘기하되 도출되는 문제가 있다면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결국 그렇게 되면 대용량 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신재생에 대한 관리 내지는 기술적으로 안정하게 관제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그 과정에 필요한 기술개발 과제나 제도개선방안도 도출될거다. 전력산업과에서 나름대로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

조성빈 ; 제주도 역시 한전도 있고 에너지공단도 있다. 목적을 물어보면, 에너지공단은 신재생 인증기관이다보니 정책적으로 보급현황을 알아야 한다는 거다. 어디에 얼마나 보급되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거다. 한전의 경우는 역할분담 얘기를 한다. 배전망에 물린 신재생 자원들의 수용성까지 포함해 그 모니터링은 해야한다는 논리다. 그래서 당연히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거다. 거래소야 당연히 핵심은 전력수급과 안정성 제어다. 정부가 정리하겠지만 유관기관간 중복적 요인들이 분명 보인다. 제주도가 카본프리 아일랜드 프로젝트 일환으로 전기차를 포함해 통합자원화를 추진 중인데, 모든 정보를 올리고 필요한 정보를 받아오는 형태다. 그런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염두할 필요가 있다.

옥기열 ; 사실 설비기준도 필요하고 데이터나 통계기준 모두 정립해야 한다. 너무 산재돼 있다. 사업용 설비만 하더라도 거래소는 송전 쪽만 하는데 RPS가 있어 에너지공단이 들어와 있고, 배전쪽은 한전만 하고 있다. 자가용과 일반용은 어쩔 것인가. 해외 사례를 보면 앞으로 늘어날 대부분의 발전량은 일반용 소규모설비다. 그런데 그 설비에 대해선 법적기준도 제대로 없다. 그렇게 본다면 현재 전기사업법에 규정돼 있거나 하위고시 등에 있는 사업자 기준만으론 안된다. 일반용 자료라든지 설비가 없으면 통계도 엉망일거다. 대한민국 전력수요가 정말 줄어드는 것이냐, 사실은 자급자족 하는 양이 늘어나는 것일 수 있다. 내가 생산해 내가 쓰는 거다. 그런 통계기준 정립도 시급해 보인다. 여전히 전력거래소가 하고 있는 전력수급계획이라든지 공표하는 자료는 메인 발전량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수요가 계속 사라질거다. 그런 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수치도 통계도 엉망이 될거다. 설비관리도 임시방편으로 한전이 대략 규칙을 만들어 하고 있는데 그 수준으로 될 수 있을까 싶다. 이건 국가에서 신경써야 하고, 어쩌면 고시만이 아니라 전기사업법 체계내에서 봐야 한다. 일반용 전기설비도 과거처럼 단순히 수동적 수전설비가 아니라 능동적 발전설비가 들어가므로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자급자족하는 전력, 수요 통계에 잡히지 않아 수요감소 착시 올수도"
"일반용 전기설비도 능동적 발전설비로 보고 접근법 달리해야"


조성빈 ; 옳은 지적이다. 수요와 공급, 단순 수요를 헛갈리면 안된다. 자가소비를 하더라도 실상은 내 수요를 충당한 것 뿐이지 그건 수요에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헤징이 되어서 수요자체가 준 것처럼 보인다면 그거야 말로 이상한 통계다. 전체로 묶이지 않으면 마치 수요가 준 것처럼 착시가 올거다.

옥기열 ; 해외에서는 이미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고 그걸 답습 안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준비 안하면 눈에 안 보이는 수요 때문에 계통수요가 갑자기 전날대비 폭삭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거고 계통운영자는 데이터가 없어서 우왕좌왕할 수 있다.

- 에너지통계는 반복 지적되지만 개선이 잘 안되는 부분이다. 재생에너지 계통수용성 확대를 위해 블록체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들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최홍석 ; 좀 더 개방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의 틀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답이 잘 안 나온다. 기존에 쓰던 장비와 장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 같다. 어찌보면 IT나 통신업계와도 논의가 돼야 하는데 여전히 이 문제는 우리끼리 폐쇄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통계 부문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신재생 통계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건 모두가 다 안다. 통계가 기본적으로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건 큰 문제다. 대한민국의 신재생 발전량이 얼마인지 모르는 것처럼. 관리의 의미는 신규면 신규이고 변경·폐지면 그렇게 구분돼 정리해야 하는데 현재는 오로지 쌓기만 하는 정보이며 그것도 취급자에 따라 제각각이다. 다만 어려움은 있다. 대규모 발전소는 중앙급전발전기 407기, 용량 몇 GW 이런식으로 정리되지만 재생에너지는 다르다. 일례로 태양광의 경우 분양하듯 위치도 똑같고 전기적으로 같은데 사업자만 다른 경우가 있고 설계자에 따라 구성도 천차만별이다.

옥기열 ; 통계가 왜곡돼 있는 이유가 각자의 목적에 따라 만들기 때문이다. 한전은 전기사업 판매목적이고 에너지공단은 RPS 관리용이며, 전력거래소는 메인계통만 본다. 심지어는 자가용설비는 관리주체가 누군지도 모르고, 일반용 설비도 사각지대다. 사실은 전기사업법을 빨리 전기법으로 바꾸고 모든 전기설비를 일원화 해 일원화 된 부처안에서 관리돼야 한다. 지금 국가통계란 것은 여기저기 짜깁기 한 수준이다. 제대로 관리가 안됐다는 거다. 그런 부분을 사실 국가에서 정비해야 한다. 옛날 체계가 맞지 않을 수 있고, 일반용 설비가 계속 늘어나고 사고도 많이 내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효과적인 관리체계 만들지 않으면 현재보다 훨씬 많은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 현 시점에서의 주안점, 향후 개선방향을 말해달라

최홍석 ; 전력거래소는 작년부터 신재생에너지관제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왔다. 결국 신재생이 계통에 많이 들어오더라도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계통을 운영하기 위한 기반 만들기 위한 목적이다. 그런데 시스템이란 건 사실 껍데기다. 실제적으로 현장 인프라가 구축돼 실시간 데이터가 취합되고 그런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그런 데이터가 취득됐을 때 지금은 신재생 비중이 낮지만 점점 늘어나는 풍력이나 태양광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들로 커버 가능한지 평가해야 하고, 그런 것들이 시장을 통해 확보돼야 한다. 전력거래소는 기술개발이나 시장개발에 있어 주도적으로 선도해 나가고 있다고 자평한다.

옥기열 ; 일단 현 단계에서 필요한 건 전력거래소가 정부와 협의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앞으로 신기술인 블록체인이라든지 IoT 등이 현행 텔레메터링 체제에 근본적 변화를 줄 건데, 그런 기술이 전력거래나 관제와 어떻게 결합돼야 할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공통의 개방된 연구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분산원장인 블록체인을 거래나 관제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합시켜 거래와 관제비용을 절감할지 실증을 만들어 실제적으로 해봐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상업화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실증사업들이 비교적 활발한데 그런 부분들이 아쉽다.
 

"신재생 자원 전통자원과 경쟁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고 자원성능도 유사"
"어떻게 체계를 잡을 지, 정부가 장기 청사진 그려야 할 시점"


조성빈 ;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패러다임 전환이 확실히 되고 있다는 걸 정확히 인지하는 일이다. 가령 10년전 태양광이 kWh당 700원대였다면 지금은 150원대다. 현실적으로 기존 전통자원과 경쟁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고, 자원의 성능도 유사하게 가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미래엔 두 종류의 자원이 같이 움직이는 체제로 변할 것이다. 그걸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체계를 잡을 것인가, 어떻게 잘 보급하고 운영하고 어떤 제도를 정비할 것인지 지금 장기 청사진을 그려야할 시점이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박해수 ; 최근 신재생이 전력계통에 많이 유입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어진 계통여건에 따라 다양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의 역할은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계통을 안정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 존재이유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전력계통 역시 사업자가 수익을 내는 토양이란 점이다. 이 계통환경이 파괴되면 국민뿐만 아니라 사업자에게도 타격이 간다. 계통 참여자로서 의무나 책무에 대해서도 인식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제주=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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