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전기료 인상요인 SMP 삭감으로 상쇄 검토
시장제도 왜곡 우려 한전도 회의적…"원인은 원전"

▲ 정부가 원전 고장·정지와 가스발전기 변동비 현실화 과정의 전기료 인상분을 smp 삭감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왼쪽부터 건설 당시 신고리 1호기, 파주lng발전소, 탐라해상풍력.

[이투뉴스] 정부가 원전 고장‧정지 장기화와 첨두발전기 운영비용 현실화 과정의 전기요금 인상부담을 전력시장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계통한계가격) 하향조정으로 상쇄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전기료가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존 시장제도 원칙에 손을 대야하는데다 결과적으로 가스‧열병합‧재생에너지 등 청정발전원 가격을 삭감하는 방식이라 강행 시 적잖은 이해관계자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당국은 원전 다수호기 정지와 노후석탄 일시 셧다운, 연료비 상승, 신규 LNG발전기 가동손실 해소대책 등으로 발생했거나 향후 추가될 전기료 원가 인상부담을 SMP 삭감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난방열이 필요한 겨울철에 필수가동하는 열병합설비 변동비(연료비)를 재생에너지처럼 ‘0원’으로 간주, 그만큼의 첨두발전기(LNG‧중유)를 돌릴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만들어 해당기간 SMP를 낮추는 식이다.

현행 변동비반영시장(CBP, Cost-Based Pool)은 연료비가 저렴한 원전-석탄-가스-중유 순으로 발전기를 가동해 수요를 충당하고 해당시간대 피크부하 발전기로 SMP를 결정한다. 이때 열병합발전기는 가스복합 대비 가격이 비싸 후순위로 가동돼 왔다. 그런 전원을 원전보다 싼 발전기로 가격결정에 반영, 평균 SMP를 떨어뜨리고 그만큼의 한전의 전력구입비(정산금)를 줄여 전기료 인상요인을 최소화 하겠다는 게 당국의 셈법이다.

도매 전력시장에서 SMP 1원(kWh당) 등락은 약 5000억원의 전력구입비 증감을 결정하는 요소다. 업계 분석에 의하면, 정부 계획대로 SMP 결정 때 열제약을 ‘0원’으로 반영하면 5원 내외의 평균 SMP 하락효과가 나타난다. SMP 수준에 큰 영향을 받는 태양광이나 풍력은 물론 동계가 연중 최고 성수기인 LNG‧열병합 등은 그만큼의 수익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SMP 산식과 같은 시장제도 변경은 전력시장규칙개정위원회 심의와 전기위원회‧장관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앞서 정부는 ▶고리 3호기를 비롯한 원전 10기가 정비나 부실설비 보수로 장기 가동불능 상태에 놓인 가운데 ▶삼천포 1,2호기 등 노후석탄 5기까지 3~6월 일시 정지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그런 영향이 실제 작년 한전 영업실적(민간전력구입비 2016년比 3조5000억원 증가)으로 나타나자 이같은 요금 상쇄안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요금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정부로서 다양한 인상요인을 선제 관리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같은 행보를 지켜보는 이해관계자 반응은 싸늘하다. '열제약은 SMP 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허물 경우 송전제약이나 예비력 제약처럼 되레 SMP 인상요인이 되는 제약도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는데다, 이미 누더기 상태인 시장제도에 다시 손을 대는 땜질식 처방은 또 다른 시장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선 직접 이해당사자인 LNG‧열병합 업계를 포함해 반대급부에 있는 한전조차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전 관계자는 “우리가 정부 접근을 지지하고 있다는 건 오해다. 원가상승 억제를 위해 (열제약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깬다는 건 다른 제약도 반영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면서 “원인에 적합한 처방이 필요하다. 원전 가동률이 낮은 것이 (원가상승)이유라면, 한국수력원자력이 마진을 덜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설픈 시장개입이나 제도개선은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한다. 과거 CP(용량요금) 인상이 지역난방공사 열요금 인하로 연결돼 다른 군소 열병합이 피해를 본 사례가 일례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스‧열병합 업계도 한전과 같은 견해지만 최근 들어 그나마 진전된 운영비용 현실화 논의가 수포로 돌아갈까 공개적 입장표명을 꺼리는 분위기이다. 한난 관계자는 “열제약 기저반영은 사실 우리도 반대다. 올해는 한전이 적자일지 모르지만, 내년부터는 완전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제대로 된 개선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전력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줄곧 개선을 요구해 온 우리로선 결정권을 쥔 정부 앞에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제값을 받지 못했던 발전기 운전비 현실화 논의를 펴고 있는 LNG업계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수도권 일부 가스발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일 때 예상치 않은 열제약 카드가 나와 모두 당혹해 하고 있다”면서 “개별처방이면 연간 500억원 이하로 해결 가능한 사안을 시장 운운하면서 일을 키우고 있다. 그런 정부가 지금까지 시장원리에 충실한 정책을 펴왔는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A 재생에너지 전문기업 대표이사는 "정부가 전력시장을 건전화하려 하지 않고 자꾸 기형을 만들어 가고 있다. SMP가 변동하면 REC도 영향을 받아 변동하고, 그렇게 되면 (REC)가중치가 높은 곳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면서 "큰 원칙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게 원칙이다. 지금은 여기저기 땜질만 하면서 그걸 정책 유연성이라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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