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10개사가 11년간 폴리프로필렌ㆍ고밀도 폴리에틸렌 등 유화 제품 가격 담합을 해왔다며 과징금 1051억원을 부과한 공정위 결정에 대해 관련 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고발 대상으로 정해진 SK는 이의 신청을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해 이번 공정위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향후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보이며 엘지화학ㆍ대한유화ㆍ대림산업ㆍ효성 등 고발 및 과징금 부과 조치가 내려진 다른 업체들도 대응 방안을 마련중이다.


◆유화업계, 담합 결정에 “생계형 카르텔” 읍소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은 가정에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비밀랩에서부터 비닐가방, 음료수 용기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것들이다.


공정위는 이들 10개 업체가 1994년 4월부터 11년간 사장단회의나 영업임원ㆍ팀장회의 등을 통해서 가격결정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김으로써 공정거래법 제19조1항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정재찬 공정위 카르텔조사단장은 “이 회의에서는 각 업체별로 매달 가격을 점검함으로써 누가 ‘배신자’역할을 했는지 서로 감시자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담합행위가 이뤄진 기간 10개사의 관련 매출액은 10조4000억원이었으며 이의 15%를 기준으로 잡을 경우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무려 1조56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로 추산됐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이에 대해 일단 가격 담합 시도가 관행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같은 관행은 1990년대 초 서산단지 내 대규모 신규 증설 허용으로 인한 과당경쟁 및 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해 관계 부처가 신규투자 억제ㆍ생산감축ㆍ판매량 배분 등의 직간접적인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촉발된 ‘생계형 카르텔’이라는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폭리를 취하기 위한 담합이 아니라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과 석유화학업계의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동 행위를 해왔다”며 “때문에 14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산자부 관계자가 선처를 요청하는 변론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진신고자 감면 논란
이번 조사에서는 수요업계의 제보와 담합 가담업체의 자진신고가 큰 단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남석유화학ㆍ삼성토탈ㆍ삼성종합화학 등 3개사는 담합행위에 가담했다가 공정위에 이 같은 사실을 자진해서 신고함으로써 과징금 부과나 검찰 고발 등의 제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관련 정부부처의 행정지도를 근거로 업체들이 회의를 열어 협의한 내용을 공정위에 제보한 뒤 처벌을 면제받는 ‘배신’행위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업체들의 담합을 추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구체적인 담합 사실이나 증빙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들의 자진신고가 필수적이라며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규정을 둬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자진신고자가 나오면 해당 업종의 담합 구조가 깨져 다시는 담합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정재찬 카르텔 조사단장은 “자진신고가 없으면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자진신고의 경우에는 구성원간 담합구조가 깨져 향후 담합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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