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강수량 점차 감소…대형상수원 의존과 물낭비도 한몫
절약과 효율적 이용 등 수요관리 나서야, 빗물활용 극대화도 필수

[이투뉴스] “과거에는 주로 장마철 이전인 봄철 농번기에 문제가 되던 가뭄이 이제는 겨울부터 시작되고 있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강원도를 비롯해 남부지역 등 전국 여러 지역에 걸쳐 제한급수를 받고 있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어요” 최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정례적으로 찾아오는 국내 가뭄 및 물부족 사태의 심각성을 이렇게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가뭄의 심각성과 함께 범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충남 서부지역의 유례없는 가뭄에 이어 올해도 남부지역 및 강원도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가뭄의 강도와 발생 빈도가 과거 패턴을 현저히 벗어나고 있어 물 기근현상이 더욱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의 수량을 담당하는 국토부와 수질을 담당하는 환경부가 공히 우리나라의 가뭄과 물 부족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의 지역 편차와 누적된 물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돈을 물 쓰듯 한다’라는 속담은 이제 맞지 않는다. 오히려 ‘물을 돈 쓰듯’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 얻은 물보다 더 많은 사용이 물부족 원인

2014년에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는 2014년에 발표한 제5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의 강수는 더 강해지지만, 반대로 강수 빈도는 감소돼 전 세계적으로 가뭄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가 수년째 겪고 있는 여름철 국지성 폭우와 겨울∼봄 사이 겪고 있는 다발성 가뭄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직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후변화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빗물박사로 유명한 한무영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물부족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가뭄과 물부족은 한 해 공급되는 물(대부분 빗물)보다 더 많은 물을 쓰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양은 빗물이 훨씬 많지만,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는 양을 제외한 것이다. 여기에 지하수는 빗물을 저축하는 것이라고 빗대 말한다. 오랫동안 선조들이 모아 둔 지하수 역시 수위가 매년 내려가면서 우리나라의 물 적자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물관리 체계는 국토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돼 통합적이고 효과적인 물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물관리체계가 50여년 전 고도의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뤄지던 시기에 그 틀이 형성돼 물사용량 증가 및 기후변화 등 달라지는 외부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뒤늦게 물관리 일원화와 대대적인 정비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요원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물관리 정책은 비가 내려서 고이고 흐르는 건강한 물 순환체계를 회복하도록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물 순환체계가 단절되면서 홍수와 가뭄이 교차하는 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누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빗물 이용을 활성화하며, 하수처리수 재이용 확대하 등 가용 수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형 하천과 댐이라는 광역상수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보다는 각 지역에 존재하는 소규모 수자원도 잘 보전하고 활용하는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부처와 지자체, 행정구역별로 단절된 용수공급체계를 물 수요와 지역별 수자원 여건에 기반 한 유역단위 용수공급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덜 쓰고, 빗물 활용이 가장 비용효과적

물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공급 확대와 수요절감이 바로 그것이다. 어긋난 수요와 공급을 적절하게 맞춰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물 공급은 엄청난 비용은 별도로 치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짠 바닷물을 쓴다면 모를까 우리가 먹고 사용할 수 있는 수원(水源)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공급자 측면의 물관리가 아닌 수요자 측면의 물 수요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일인당 하루 물소비량(LPCD)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물낭비가 얼마나 심한 지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265리터 수준이던 LPCD가 매년 늘어 2015년 기준 284리터 수준으로 20리터 가량 또 늘었다. 호주 등이 많은 물 선진국의 물 하루사용량이 150리터가 채 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물을 물 쓰듯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부가 물관리 정책을 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관리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수요관리를 긴급한 처방이 아닌 계획되고 준비된 정책으로 펼쳐야 하며, 정확한 사용실태 파악과 구체적 목표를 설정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물낭비 억제를 위해 물값 현실화와 누진제 등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증가하고 있다.

공짜로 떨어지는 수원. 즉 빗물의 활용 극대화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간 우리나라는 하천수나 댐수 등 지표수로 수원을 스스로 제한한 측면이 있다. 또 하나 지하수의 경우 공공재로 보지 않고 사적으로 이용하고 개발하는 경우가 더 잦았다. 하지만 이 모든 물의 근원은 빗물이다. 결국 빗물의 순환체계를 어떻게 설정, 활용할 것인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정책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한무영 교수는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라기 보다는 물관리 부족국가라는 편이 맞다”며 “급속 개발시대였던 지금까지는 공급자 및 하천수 위주의 물관리 정책이 충분한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 일어날 기후변화 시대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눈에 안 보이는 새로운 수원인 수요관리 및 물절약을 통해 낭비를 줄이고, 공짜로 하늘이 선물하는 빗물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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