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내 타 R&D부처 흡수 가능성 높아
에너지업계 "국가 R&D지원 축소" 우려

[이투뉴스]에너지 분야 연구‧개발(R&D)관리를 전담하는 에너지기술평가원이 산업통상자원부 내 타(他) 연구관리전문기관에 흡수 통합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지난 1월부터 국가R&D사업을 전담하는 연구관리전문기관(12개 부처‧17개 기관)을 ‘1부처 1기관’형태로 개편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산업부 역시 산하 3개 연구관리 전담기관(산업기술진흥원‧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너지기술평가원)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 에너지업계는 이러한 통폐합이 단순 개편이 아닌 에너지 고유의 특성을 감안한 R&D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R&D기관 개편은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주관하는 범부처 TF기관이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김동연 경제부총리(기재부 장관 겸직)주재 하에 지출구조 혁신 추진방안의 일환으로 ‘연구기획 평가 수행체계 개편’ 방안이 의결된 바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 19조4000억원에 달하는 국가R&D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인데, 이미 부처별 국장 및 과장급 관계자와 연구관리 전담기관 실무자들이 통합 방향을 두 차례 논의했다. 올해 상반기 안에 결론을 지을 예정이다.

아직 시기상조이긴 하나 에기평 내부에선 산업부 산하 3개 기관 중 예산이나 조직 규모가 방대한 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흡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에기평 관계자는 “단순히 밥그릇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평가원 인력 자체는 변동이 없다”며 “만약 산업핵심기술, 소재부품기술, 글로벌 또는 특수목적기술 등 넓은 분야의 R&D를 맡은 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흡수될 경우, 에너지분야는 겨우 한 부문을 차지할 뿐”이라며 에너지 R&D의 위상 변화를 염려했다. 이어 “장기간 투자를 요하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은 채, 윗선에서 예산이나 인력충원을 제대로 해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R&D예산 낭비나 비효율적인 행정절차를 과감히 개선하는 게 중요하지만 에너지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처 내에서 대체로 ‘산업’과 ‘통상’보다 위상이 낮은 전례를 되짚을 때, 현재의 개편방향 대로라면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에너지 분야보다 빠른 시일 안에 사업화가 가능한 산업부문에 R&D지원이 치중될 여지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만약 에기평이 ‘산업’이나 ‘통상’쪽 연구전담기관으로 흡수될 경우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은 R&D를 컨트롤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간 대형과제로 이뤄지는 에너지R&D의 특성과 최근 민간분야의 에너지업계 진출 활성화 움직임을 감안할 때 이런 개편방향은 전혀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분산전원 분야 업체 관계자는 최근 ‘원전 폐지’나 ‘재생에너지 확산’ 등 이전보다 정부가 에너지 이슈를 거론하고 있지만, 실상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의 위상은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에는 ‘에너지 전담조직’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으나 어느 순간 별다른 논의도 없이 흐지부지됐다. 재생에너지3020이행계획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정책단 역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장관 수준에서 조직이 정비돼야 했으나, 결국 부처 내 임시조직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등 다수 국가가 에너지 전담부처를 가지고 있다”라며 “과거 우리도 동력자원부를 가졌던 때가 있다. 우리나라가 에너지자원이 극히 빈약한 만큼 국가 조직 측면을 볼때 이토록 에너지 분야에 대한 위상이 떨어지는 국가가 있는지 알고 싶다”고 반문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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