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너지정책을 위한 전력시장의 역할 
[칼럼] 에너지정책을 위한 전력시장의 역할 
  • 이창호
  • 승인 2018.03.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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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2017년은 우리나라 전력정책에 있어 실로 커다란 변화의 한해였다. 재생에너지발전목표를 20%로 획기적으로 늘렸으며, 전력수요는 이전보다 10% 이상 크게 줄어드는 전망치가 제시되었다.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던 원전은 신규 건설을 없었던 것으로 하여 비중을 낮추었고, 석탄은 노후발전기 폐지와 미착공 설비를 가스발전으로 전환하는 선으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제8차전력수급기본계획’이 해를 넘기지 않고 수립되었고, 금년 들어서는 3차 에기본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대선 이후 6개월만에 우리나라 에너지와 전력의 틀을 바꾸는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제 한숨 돌리고 담대한 정책이 어떻게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는지 세부 이행수단과 후속조치를 짚어보아야 할 때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나 에너지 절약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고 건전한 에너지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가 된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의 에너지 여건과 산업구조 그리고 지금의 전력시장 틀 안에서 해법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전력수급과 전력시장의 괴리는 현실적 문제의 단면을 대변하고 있다하겠다. 현행 전력시장제도는 기존 전력자원의 비정상적 구조나 운영 문제뿐만 아니라 이미 시작된 환경문제 대응이나 재생에너지 공급확대에도 장애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만 요란할 뿐 아직도 시장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전력시장이 풀어야할 시급한 과제를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전력자원 조달방식의 문제이다. 우리 전력시장은 모든 전력거래를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현물시장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 비용구조상 경쟁하기 어려운 전원이나 국가정책에 의해 도입된 분산전원 등은 현물시장이라는 미명하에 방치되고 있다. 이러한 전원을 비롯하여 물량과 가격을 장기계약방식으로 정할 수 있다면 현물시장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시장 도입은 우리도 2014년부터 심도 있게 검토한 바 있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대부분 전력거래가 표준계약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글로벌 기준과 절차가 이미 확립되어 있다.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계약시장 도입이 가능할 것이다. 더 이상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의무적 현물시장’ 의 틀에서 벗어나야할 때다. 

둘째, 전력시장 가격결정방식인 CBP, 즉 비용평가방식의 문제다. 시장이란 본래 수급에 따른 가격변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는 가격이라는 시장신호를 통해 반응한다. 우리 전력산업이 한전의 수요독점이라는 제약 하에 있다하더라도 임의로 공급비용을 정해주는 방식은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실질적인  적용대상도 한전 발전자회사를 제외한 일부 사업자와 특정 전원에 국한되고 있다. 비용평가방식은 전력시장 운영과정에서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경쟁 저해요인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단기간 시행을 전제로 도입됐다. 그러나 비용평가가 시장참여자의 전력시장 가격가능을 저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격정보의 왜곡으로 과잉투자나 과소투자의 위험을 초래할 우려도 크다. 이제는 시장의 본래기능인 가격입찰방식으로 전환할 때이다. 당장 가격입찰을 시행하는데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가격제한 등의 보완장치를 통해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셋째, 향후 전력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장기능 보완의 필요성이다. 에너지정책의 당면과제인 환경문제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이 새롭게 보완되어야 한다. 현재의 전력시장 하에서는 아무리 전원믹스를 바꾸어본들 에너지믹스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또한 환경규제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소위 경제급전이라는 틀이 시장운영의 중심축으로 버티고 있는 한 공급단가를 기준으로 하는  원자력, 석탄, 가스복합의 순서는 여간해서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외부비용이니 온실가스 규제비용을 외쳐보지만 그저 허망한 구호에 그칠 뿐 견고한 급전프로토콜은 끄덕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비용 평가, 배출량 제약 등 다양한 보완책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 

넷째, 전력시스템 변화에 상응하는 새로운 기능과 가치 반영이 필요하다. 현재의 시장기능은 기존기술 중심의 발전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신규 계통수요를 유발하는 원격지 전원과 수요지 분산전원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결국 원거리 벽지에 대규모로 건설하는 전원이 수도권 등 수요지의 소규모 전원에 비해 훨씬 유리하게 된다. 원거리 송전은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막대한 송전비용을 유발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전력시스템 비용은 유발자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분담토록 하고 있다. 한편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경우 시스템의 변동성과 신뢰도 유지 필요성도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전력 시스템의 새로운 니즈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기능보완이 필요하다. 분산가치나 보조서비스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반영된다면 관련된 전원과 기술도입 확산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담대한 비전을 담은 정책과 계획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행수단은 간과하기 쉬운 기준과 기반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언급한 많은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되고 검토되고 추진되던 해묵은 숙제이자 풀어야할 과제다. 새로운 에너지시스템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이제 담론뿐만 아니라 각론을 챙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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