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해줌CTO, “독·미·일 등 계통안정·新산업 위한 소프트웨어 활용 급성장”

▲ 김종규 해줌 최고기술책임자(cto)

[이투뉴스] 최근 에너지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은 기상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다르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3020이행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이상 끌어올리기 위해선 분명 관련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

이미 발전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다양한 기술‧제도로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30%가 웃도는 국가로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를 일찍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과 비교할 때 한국에서 펼쳐지는 재생에너지 간헐성 관련 논의들은 가스화력‧에너지저장장치(ESS)등 주로 설비보급에만 지나치게 편중돼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분명 에너지전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는 소프트웨어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산업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균형 있게 고려돼야만 한다.

■독일 계통망이 부분일식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된 비결
2015년 3월 유럽에선 부분일식이 있었다. 일식은 태양광 발전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건이다. 이날 독일은 재생에너지로 인한 전력망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당시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25%를 웃돌고 있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식 전후로 원자력발전소 10대 용량에 해당하는 변화가 발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우려했던 대규모 정전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비결은 적확한 발전량 예측을 근간으로 한 철저한 사전계획에 있다. 

베를린을 포함한 독일 동부의 전력망을 관리하는 회사는 ‘퓐프치히헤어츠(50 Hertz)’다. 퓐프치히헤어츠는 5개 이상 업체에서 태양광‧풍력 발전량 예측자료를 받아 전력망을 관리한다. 발전량 예측은 인공위성 영상,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기술을 근간으로 복잡한 알고리즘을 운용할 줄 알아야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업체가 유럽에는 수십여 개가 넘는다. 이들 기술이 안정적인 계통운영에 한 축을 담당하는 실정이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계통 측면에서 새로운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주요 자원으로 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근간으로 한 에너지전환은 지역‧환경특성에 따른 중‧소규모 분산자원을 반드시 확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별 분산자원을 전체 전력시스템에서 관리하고, 개별 요구사항을 충족‧유지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독일에선 이러한 개별 분산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 ‘넥스트-크라프트베어크(Next-Kraftwerk)’는 5000여개가 넘는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사물인터넷(IoT) 설비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일종의 가상발전소로 관리하고 있다. 이미 원자력발전소 1기 이상 설비용량을 안정적으로 운영한 지 오래다.

이러한 에너지 비즈니스모델은 마치 에어비앤비가 호텔을 하나도 보유치 않고도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서비스업체가 된 걸 연상시킨다. 가상발전소 운영은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수력‧ ESS 등 각각 다른 에너지원을 결합한 전력망 상황에 맞게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요구된다. 개별 에너지원간 효과적인 결합은 안정적인 계통 운영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별 에너지원 전력을 구매 또는 판매할 수 있는 전력중개사업 관련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때문에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실증사업을 거쳐 다수 업체들이 가상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토요타나 도시바 등 대기업군도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이다.

■전기공급자뿐 아니라 전력시스템 안정 기여자에게도 보상
재생에너지원은 전기 생산 시 추가 연료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장점을 지닌다. 초기 발전시설 건설 투입자금만 회수하면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대상이 대부분 보상을 독점하기보다 전체 계통 안정에 기여하는 대상에 다양한 방식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방법이 강구되는 추세다.

예를 들면 계통 안정에 기여한 사업자가 전기를 생산한 사람만큼 보상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상상하기 어려우나, 독일에선 바람이 많이 불어 풍력발전으로 전기를 과잉 생산한 경우, 전기를 많이 사용한 사람에게 오히려 보상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 에너지대기업 에온(E.ON)은 얼마 전 오랜 경쟁업체인 RWE와 흥미로운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RWE에 대규모 발전시설을 모두 넘기고 계통망 관리·소매사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키로 결정했다. 반면 RWE는 발전사업에만 집중키로 했다.

추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독일 금융권은 ‘안전한 투자’를 원할 경우 에온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에온은 지난해 구글과 햇빛지도를 제작하는 등 소비자를 위한 각종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시장에 맞춰 과감한 변화를 선택한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재생에너지 간헐성에 따른 안정적인 계통운영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에너지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이런 업체들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풍부한 경험을 가진 유럽과 미국, 일본 업체가 만든 소프트웨어와 운영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김종규 해줌 최고기술책임자(CTO)겸 유럽법인(독일 베를린)매니징 디렉터 jk.kim@haezo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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