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자원경제학회장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에너지정책에 대한 연구 수요자와 연구 공급자는 서로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노력해야 한다. 먼저 정부, 기업, 시민단체 또는 소비자 등 다양한 유형의 에너지정책 연구 수요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를 제도적 상상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흔히 에너지정책의 연구 수요자는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 때문에 조급한 마음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두통환자에게 진통제는 당장에는 편한 처방이지만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처방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제퍼슨 기념관의 일화는 이런 점에서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준다. 어느 날 제퍼슨 기념관에 새로운 관장이 취임했는데 군데군데 대리석이 갈라져 있었다. 그 원인을 알아보니 청소부들이 강력한 세제를 사용하여 물청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세제를 약한 것으로 사용하라고 권하였으나 비둘기들이 너무 많아 그 배설물을 청소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관장은 비둘기들이 왜 이렇게 많은 지 조사했다. 그 결과 곳곳에 거미들이 많이 있어서 이 거미들을 잡아먹으려고 비둘기들이 많이 날아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거미가 이렇게 계속 생기는 원인을 조사했더니 나방이 많이 몰려들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제퍼슨 기념관을 멋지게 보이려고 일몰시간 전부터 곳곳에 켜 둔 조명 때문에 주변 숲에서 나방이 몰려드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그래서 이 새로운 관장은 일몰시간 이후에 조명을 하라고 명령하였고 그 때부터 나방이 현저하게 줄었다. 그 결과 거미 수도 줄었으며 다시 비둘기가 많이 사라져  그 배설물 문제도 크게 완화되어 세제를 거의 안 써도 되었으므로 대리석이 갈라지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에너지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보다 본질적인 원인과 처방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자칫 에너지정책에 대한 연구수요자들은 당면한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어서 대증요법(對症療法)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매달리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유혹을 참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인내력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한편, 에너지정책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 공급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이들에게는 연구 수요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외국의 전래동화인 ‘돌 국(stone soup)’은 이런 점에서 좋은 교훈을 제시한다. 수행을 위해 이곳저곳 떠도는 탁발수도사가 있었는데 어느 마을에서는 인심이 좋지 않아 밥을 얻어먹을 수 없었다.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자신이 돌로 정말 맛있는 국을 끓일 수 있다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한 것이다. 모여든 사람들에게 먼저 큰 솥을 가져오라고 한 뒤 돌을 넣고 물을 부어 끓이기 시작하였다. 그 후 한 마을사람에게 혹 집에 당근이 있으면 가져와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그 옆 사람에게는 양파를, 그 다음 사람에게는 무를, 또 다른 사람에게는 먹다 남은 고기를 가져와보라고 하여서 결국은 아주 맛있는 국을 만들어서 마을사람들이 모두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는 이야기이다.

어떤 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많은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도 있을 수 있고 또 여러 자원을 동원하여야 하므로 비용도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돌 국’을 끓인 수도사처럼 지혜를 발휘한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여 인센티브와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정책적 지혜이다. 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하다고 해서 마취도 하지 않고 배를 가를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부작용이 있다면 이를 피할 수 있는 다른 약을 함께 처방해야 한다. 약이 너무 쓰면 삼키기 좋게 당의정으로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정책의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과 기업의 실무자들도 대부분 본질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연구의 공급자는 본질적 처방만 제시하지 말고 이런 정책적 지혜도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연구의 수요자에게는 문제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는 인내력과 제도적 상상력이, 연구의 공급자에게는 자원의 제약과 구성원의 인센티브를 동원할 수 있는 정책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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