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최근 폐플라스틱과 관련하여 두 개의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중국이 폐플라스틱의 수입을 완전 금지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가 폐플라스틱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페인 해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몸길이 10미터의 향유고래를 부검하니 그 뱃속을 가득 채운 29kg의 폐플라스틱이 사인이었다는 것이다.

2015년 우리나라는 690만톤의 폐플라스틱이 발생하여 411만톤이 재활용되고, 244만톤은 소각, 35만톤이 매립되고 있다. 

바야흐로 플라스틱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플라스틱은 값싸고 내구성이 좋아 포장이나 물병을 포함하여 여러 용도로 아주 많이 사용되고 있다. 2015년 세계 플라스틱 제품 생산은 3억2천만 톤으로 1960년대 이래 20배가 늘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2015년 기준 62kg으로 세계 2위이고, 비닐봉지 사용도 1인당 연간 420개로 독일의 6배, 핀란드의 100배라고 한다. 2050년이 되면 중량 기준으로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편리한 플라스틱이지만 플라스틱 오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충격적이다. 이번 향유고래의 경우처럼 바다 포유류들이 폐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결국 소화 불량으로 죽기도 하고, 새나 거북이가 어망이나 비닐봉지에 걸려 질식하거나 상위 포식자에 먹히기도 한다. 연간 40만 마리 이상의 바다 포유류가 플라스틱 오염으로 죽어가고, 연간 12,000-24,000톤의 미세 플라스틱이 어류의 뱃속으로 들어간다는 보고가 있다. 인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제품에 들어 있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PA)에 노출되면, 내분비계의 정상적 기능을 방해하여 전립선암, 유방암, 비뇨 체계 이상, 성조숙증 등을 유발한다. 특히 1mm 이하의 마이크로비드는 어류, 갑각류, 소금 등을 통해 인간의 몸에 축적되어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더 큰 문제는 폐플라스틱가 분해되려면 짧으면 50년 (스티로폼), 길게는 600년(어망)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계속 쌓이게 된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500만-1300만 톤의 폐플라스틱이 바다에 쌓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폐플라스틱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게 그다지 만만치 않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재활용이다. 1톤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면, 2톤의 CO₂를 줄여 1대의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소재가 다양하고, 재활용 제품에 대한 수요도 낮아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전체 발생량의 5%도 채 안 된다. 그러니 폐플라스틱 재활용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나머지 처리 방법은 소각과 매립이다. 소각은 폐플라스틱의 열에너지를 회수하는 장점이 있으나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 같은 독성 물질과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매립 또한 침출수 등을 통해 독성물질이 지하수나 토양을 오염하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폐기물 처리의 원칙인 3R (Reduce, Reuse, Recycle)을 엄격히 실천하는 것이 정답이다. 우선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포장에 대한 규제를 통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비닐봉지 사용에 대해서도 높은 부담금을 부과하여야 한다. 두 번째는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업체의 보증금을 대폭 인상하고, 폐플라스틱의 재사용을 장려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활용 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제품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재활용에 유리한 재질의 선정이나 디자인 등을 의무화하고, 재활용 처리 단가의 현실화나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재활용 산업의 채산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폐플라스틱의 이러한 반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 결국 지구는 플라스틱으로 덮이게 되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꼼수 부리지 말고 불편하더라도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살아갈 준비에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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