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이란 중동 리스크 탓에 추가 상승 가능성도
반대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까지 하향 곡선

[이투뉴스]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세계 3대 유종이 70달러를 돌파하거나 그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26일 기준으로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68.19달러, 북해산브렌트유(Brent)는 배럴당 74.74달러, 두바이유는 배럴당 70.63달러를 기록했다. 3대 유종 전부가 마지막으로 70달러를 넘은 날은 2014년 11월 26일이다.

그야말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WTI 기준으로 하룻밤 새 2% 이상 급등한 날이 이달에만 네 번이다. 9일 2.2%, 10일 3.3%, 11일 2.0%, 18일 2.9% 각각 상승했다. 이달 둘째주는 배럴당 63.42달러로 한주를 시작해 67.39달러에 마감, 일주일 사이 4달러가량 뛰었다.

최근 3년간 최고치 역시 모두 4월 한달에 기록했다. WTI는 23일 배럴당 68.64달러, 두바이유는 배럴당 24일 71.24달러, 브렌트유는 26일 배럴당 74.71달러를 기록해 각각 최고치를 경신했다.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WTI도 곧 7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10일부터, 두바이유는 19일부터 7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가 급등에는 복합적 이유가 맞물려 있지만 이란·시리아 등 중동 리스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 이란 등은 이란 핵협정(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JCPOA는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독일이 이란과 맺은 협정을 말한다.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푸는 것이 주된 내용. 이번에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시작하게 되면 유가가 더욱 뛸 수 있다는 평가다. 

프랑스 3대 은행 소시에떼제네랄은 미국이 이란을 제재할 가능성을 70%로 보고 제재가 가해진다면 유가는 배럴당 5달러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골드만 삭스 역시 이란 제재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배럴당 7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리아 내전 문제도 서방-러시아 대립으로 확대되면서 한층 격화되고 있다. 최근 시리아가 내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심이 나오면서 미국, 프랑스, 영국은 14일 시리아 시설물 3곳을 공습했다. 현재 러시아는 시리아에 방공미사일 지원을 검토 중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 외에 OPEC의 감산 의지도 유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심지어 100달러까지 상승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아람코의 목표 상장 시기는 내년이다.

러시아도 같은 입장이다. 최근 알렉산데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러시아는 감산 이행에 100%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유가가 계속해서 상승 중인 가운데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의하면 이번주 국제 휘발유(92RON, 보통휘발유) 가격은 올해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다. 리터당 80.7달러(544.8원)을 기록, 2년 10개월 만에 80달러를 돌파했다.

리터당 평균 53.5달러였던 2016년, 평균 65.5달러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이미 15달러 이상 오른 셈이다. 올해 4월까지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78.5달러다.

▲ 국제유가와 국내 휘발유 가격은 올해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가는 상승 중인 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9주 연속 내렸다.

하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이와 반대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월 둘째주 리터당 1565.6원으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한 뒤 지난주까지 9주 연속 내렸다. 지난주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55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이번주에 리터당 1552.3원을 기록하면서 하향세가 한풀 꺽였다. 전주 대비 2.3원 올랐다. 지난주 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는 주간 가격동향 보고서에서 "향후 국내 (석유)제품가격은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오름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정유사 공급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 공급가는 올해 2월 넷째주 리터당 1421.1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상승세를 나타내 지난주 1459.6원을 기록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가격이 국내 소비자에게 반영되기까지는 2~3주가 걸리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7월 넷째주부터 올해 2월 둘째주까지 29주 연속 상승해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리터당 1437.8원으로 시작해 1565.6원까지, 전체 127.8원 올랐다. 종전 기록은 2010년 10월 첫째주부터 2011년 4월 첫째주까지 이어진 26주다. 당시 인상 폭은 273.8원이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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