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제도 개선없는 3차 에기본은 공염불"
"가격·제도 개선없는 3차 에기본은 공염불"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8.04.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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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주최 1차 정기포럼서 한 목소리
석광훈 "가스공사와 한전 기존역할 바꿔야"
▲ 에너지전환포럼이 26일 개최한 1차 정기포럼 '3차 에너지기본계획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우 에기본 워킹그룹 위원장, 강영진 갈등관리 소통분과장, 박창민 그리드위즈 전무,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홍종호 에너지전환포럼 상임대표(좌장), 이소영 공급분과 위원, 양이원영 총괄분과 위원, 조현춘 산업일자리 분과장)

[이투뉴스] 기존 에너지가격구조와 시장제도, 독점적 산업구조를 그대로 둔 채 에너지전환을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 수립 시 반드시 이들 현안과 공기업 독점체제 개선방안을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력부문에서는 CBP(변동비반영시장) 체제가 에너지전환을 가로막고 원전‧석탄화력 중심 공급체계를 고착화 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에너지전환포럼(공동대표 홍종호‧유상희‧임성진)이 26일 서울 월드컬쳐 오픈센터에서 주최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 쟁점과 과제’ 주제 정기포럼겸 토론회에서 “중요한 건 통합적 시각과 툴이다. 전체 가격구조를 봐야하고, 상대가격 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그 다음에 시장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좋은 얘기를 해봐야 실현가능성이 적다”고 직격했다.

석 위원에 따르면, 에너지가격의 경우 1차(발전연료 등)와 2차(전기)가격 역전현상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도시가스 교차보조와 등유 중과세 등 이미 시효가 지난 과거 에너지정책 탓에 국내 도시가스 가격은 PNG(파이프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유럽보다 저렴하며, 전기 역시 등유보다 싸다. 여기에 석탄화력은 과세부담을 한전에 떠넘기는 식이어서 소비자 인식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그는 “이런 가격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4차 산업혁명이니 재생에너지 확대 등 진보적 가치가 이행되겠냐”고 반문한 뒤 “에너지전환을 해야 한다면, (발전)연료전환도 해야하는데, 현재의 시장제도가 이걸 어렵게 하고 있다. 이젠 가스공사와 한전의 (기존)역할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석 위원은 전력-가스시장 통합을 통한 가스공사의 발전시장 진입 허용과 발전-송전-배전에 이르는 한전의 수직독점 부분 개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석 위원은 “구글과 애플이 재생에너지 100% 공급을 한다는데, 불가능한 나라가 바로 전력산업을 국가가 독점하는 (우리와 같은)나라다. 한전의 배전부문이라도 부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그런 틀이 3차 에기본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에기본은 전력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독점적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소영 법률사무소 ELPS 변호사(공급분과 위원)는 “추상적 기본계획은 한계가 있다. 백화점식으로 다루기보다 향후 20년간의 방향성과 그 방향성으로 갈 때 방해가 되는 제도적 요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에기본의 역할”이라고 주지했다. 여기서 방향성은 에너지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이며, 방해요인은 기존 전력시장제도와 거버넌스 체제 등을 말한다.

이 변호사는 “기후변화의 징후는 뚜렷하고 시간은 많지 않은데 (지구평균기온)2℃ 상승억제를 위해선 우리나라도 2050년 배출량을 2억톤대까지 줄여야 하며, 이는 1인당 배출량을 6분의 1로 줄이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려면 믹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CBP는 석탄‧원전 중심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적어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개선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에기본에서 명확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공기업 중심 독점적 산업구조도 필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그는 “에기본 수립근거인 저탄소녹색성장법 제41조는 에너지정책 기본원칙에 따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기본법 제39조는 에너지가격 및 산업에 대한 시장경쟁 요소 도입 확대와 공정거래 질서 확립, 규제 합리화 등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산업은 매우 독점적이며 재생에너지와 민간 가스‧열병합 사업자에게 불리한 경쟁 룰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제 새로운 거버넌스를 논의할 때다. 독립 에너지규제기관을 만들고, 석탄화력 상한비중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에너지시장에 제대로 된 신호를 보내야 한다. 1,2차 에기본에서 줄곧 제기된 얘기들이며, 이번에는 어떤식으로든 현실화 돼야 한다”고 동조하면서 “다만 정부가 ‘현 정부서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등의 에너지전환정책과 모순되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민간워킹그룹서 에너지전환에 대해 시민이 부담을 질 것인지 중간중간 여론도 수렴하고, 산업부와 환경부는 협력해 기획재정부 등을 설득하도록 진전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민 그리드위즈 전무는 에너지신산업이 생존‧발전해 나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전력피크에 대비해 발전설비 110GW를 준비하고 있지만, 최대피크 가동시간은 연간 60시간에도 못 미친다. 스마트에너지는 결국 밸런싱이자 유연성이다. (전력이)남아도는 상황에선 어떤 신산업도 안된다. 새로운 시스템이 출현해야 다양한 산업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산업이 일자리도 만든다”고 강조했다.

3차 에기본에서 산업일자리 분과장을 맡고 있는 조현춘 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연구원은 신산업을 기관차로 비유하면서 "기관차가 지속적으로 질주하려면 움직이는 방향에 대한 정책과 철로에 해당하는 법‧제도, 바퀴에 해당하는 혁신적 R&D 추진전략 등 구성요소가 잘 얼라이먼트(조정)돼야 속도를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에기본의 기본방향에 '에너지전환'이란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더라도, 그것만이 유일한 핵심목표이자 과제로 설정된다면 자칫 도그마에 빠질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원장(워킹그룹 갈등관리 소통분과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정부와 전문가, 환경단체의 시각과는 또 다를 수 있는 일반시민의 삶과 기업·시장의 관점과 현실도 감안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목표와 과제를 설정하고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경제성, 효율성 등 시장원리에 맞는 에너지‧전력의 공급-소비 시스템을 에너지전환과 함께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 원장은 “부안 방폐장 사태나 밀양송전탑 사태 등 기존의 에너지 갈등은 정부 혼자 결정하고, 발표하고, (저항에)방어하는 전통적 패턴 탓이다. 참여민주주의, 에너지 민주주의를 통해 앞으로 그런 비용을 예방해야 한다"면서 "적어도 이번 에기본의 참여수준은 기존의 형식적인 토론회나 설명회, 공청회 차원을 넘어 의미있는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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