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2000년대 시애틀 근교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형쇼핑몰 건설에 필요한 부지를 고집스레 팔지 않는 할머니가 있었다. 시세의 수배를 주겠다는 개발업자의 제안도 소용없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살았던 오래된 집에서 여생을 마치는 게 소원이었다. 결국 쇼핑몰은 집을 둘러싼 모양으로 건설됐다. 쇼핑몰 건설을 책임진 시공업자는 할머니가 편안히 집에서 사시도록 극진히 모셨다. 이후 할머니는 시공업자에게 집을 유산으로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비중 20%를 목표로 한 ‘재생에너지3020이행계획’과 100만 가구에 미니태양광을 보급하는 ‘태양의 도시, 서울’ 등 지난해부터 정부와 지자체는 앞 다퉈 야심찬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정 기간 동안 과감한 양적 확대를 표방한 이러한 접근법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빠른 목표 달성을 위해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획일화된 시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성급히 해결을 보려는 등 성과주의에 매몰된 행정에 빠질 수 있다는 불신의 눈초리가 짙었다. 각계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단지 공(空)청회로 끝난 사례를 목도한 바 없다면 지나친 기우라 했을 것이다.   

특히 주민수용성 제고 측면에서 수익 배분에 기댄 접근법은 시대적으로 뒤떨어진 발상일 수 있다. 단순히 주민을 설득과 회유의 대상으로 보는 정서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학계 관계자도 “일부 현장에선 어르신들이 금전이나 수익을 요구하는 이유가 사뭇 다른 경우도 있다.

결국 부동산이나 개발업자들이 발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갖은 수를 낼 것이라 판단하고 계신다. 돈이라도 받아야 덜 억울한 심정이라는 게 금전을 요구하는 실제 이유”라고 말했다. 마치 쇼핑몰이 들어서기 때문에 정든 집을 떠나야 하는 할머니처럼 재단할 수 없는 연유가 있을 수 있다. 단순히 금전적인 접근법은 결국 서로를 ‘꾼’과 ‘쟁이’로 칭하는 시선을 낳으며, 올바른 방향을 바라볼 수 없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취재원에게 들은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정부는 투자와 인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인프라(infrastructure)를 확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주민이 스스로 판단하고. 사업에도 주체적으로 참여토록 정보를 공유하고, 실효적인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등 수동에서 능동적 존재로 전환시키는 게 진정한 인(人)프라 확대”라고 강조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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