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서 청문회 받고 의혹 집중 추궁 당해
CPP 철회 등 반환경 정책 다시 도마에

[이투뉴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스캇 프루트 청장이 국민 세금으로 과도한 개인 지출을 한 것으로 드러나 퇴출 위기에 몰린 가운데 기관장으로서 그의 반환경적인 업무 결정까지 겹치면서 비판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프루트 EPA 청장의 행적에 대한 조사가 한창인 가운데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은 그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올해 EPA 예산안을 설명받는 자리였지만 의원들은 그간 제기된 의혹들을 집중 추궁했다. 

지난 한달간 프루트 청장은 휴가 중 개인 경호인을 고용하고 사무실에 방음 부스를 설치하느라 4만3000달러 지출했다. 여기에 항상 비행기 1등석을 이용했고, 기업 로비스트 소유의 콘도를 시세 보다 낮게 임차해 사용하는 등 공무원 윤리 논란에 휘말렸다. 

청문회가 시작하자마자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그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프루트 청장의 정책적 입장을 지지했던 공화당 의원들까지도 그의 실책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발언할 정도였다. 프랭크 팔론 뉴저지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청문회에서 "당신은 관공서 수장으로서 부적합하다"고 비난했다. 

폴 톤코 공화당 하원의원도 조사에 대해 “조사할수록 안좋은 것만 드러나고 있다”며 “청장으로 절대 적합하지 않다"고 직격했다. 수세에 몰린 EPA 청장은 본인을 향한 조사는 절반만이 진실이며 사실이 왜곡됐다고 변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규제 정책을 압박하기 위한 시도라고도 했다. 

비윤리적 문제로 인한 그의 사임 또는 퇴출 여부는 그가 지난 16개월 재임기간 동안 미국 에너지와 환경 정책에 끼친 엄청난 영향을 무색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프루트 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결정을 지지하고 도왔으며, 그 결정은 미국이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을 점화시켰다. 아울러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한 많은 에너지·환경 규제 정책을 철회시켰다. 

그는 이미 EPA 예산 삭감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보수측 지지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EPA 조직이 너무 비대해져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래서 프루트 청장의 예산삭감을 지지했다. 

그러나 프루트의 규제 철폐 조치와 예산 삭감은 환경 보호와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 등 의미있는 개혁을 무효로 만들어버렸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시에라 클럽의 멜리나 피어스 디렉터는 “그는 EPA를 약화시키려고 청장자리를 맡았다”며 “그가 행한 위협과 정치적 복수, 직원 감원 의지 등은 기관의 전문성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충격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 기후 협정 탈퇴 주역의 위기

프루트 청장은 트럼프의 협정 철회 결정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트럼프의 전략가 스티브 배넌과 함께 그는 기후협정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화석연료 생산을 억제할 것이라고 믿는 입법자들로부터의 의견을 트럼프가 듣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렉스 틸러슨 전 국무부 장관, 앨 고어 전부통령까지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정을 유지할 것을 설득했음에도 프루트와 배넌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어진 셈이다.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프루트 청장은 화석연료를 태워 나온 이산화탄소 배출이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주요 요소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클린 파워 플랜 (청정발전계획 CPP) 반대
프루트 청장은 EPA 청장을 역임하기 전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기후 변화 정책이었던 '청정발전계획(CPP)'에 반대해 왔다. 그는 오클라호마 법무장관 시절 EPA를 상대로 클린 파워 플랜에 4건의 소송을 진행했다. 

CPP는 신규 또는 현존 발전소가 배출하는 탄소량을 제한하는 주정부 규제다. 아울러 주정부들에게 청정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독려했다. 석탄과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들은 미국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분의 1 차지하고 있다. CPP는 발전 부문 배출을 2005년 대비 2030년까지 32%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화석연료 생산업자들과 산업단체, 보수색이 강한 주정부 법무장관들은 지난 수 년간 이 계획을 오바마 행정의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해 왔다. 앞서 작년 10월 프루트 청장은 CPP폐지 제안서에 서명했다. EPA 감사를 요청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 직후였다. 그는 CPP가 미국 에너지 산업에 불필요한 규제만 가할 뿐이라고 폄하했다. CPP폐지건은 현재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 자동차 연비 기준도 완화시켜 눈총

최근 프루트 청장은 EPA가 2022~2025년 사이 적용할 승용차와 경량트럭 연비 기준 재검토를 시사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결정된 이 새로운 기준은 일반 승용차의 경우 2025년까지 평균 갤런당 54.5마일을 달리도록 했다. 프루트는 이 기준은 너무 높고 비현실적이며 정치적 편의로 만들어졌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EPA가 연방 기준을 설정하더라도 주정부와 지역정부들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뉴욕 주와 메사추세츠 주, 오레곤 주, 메릴랜드 주는 캘리포니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채택했다. 

한편 프루트 청장이 부임하자마자 22개 EPA 규제를 철회했다. EPA는 올해 회계년도 동안 지난해 결정된 예산보다 30%, 26억달러 적은 56억5000만달러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1990년 이후 EPA가 받은 예산 중 가장 낮다. 

이 밖에도 EPS는 메탄 누출에 대한 규제 연장, 살충제 금지 탄원 거부, 깨끗한 물 법안 지연, 오존 규제 지명 지연 등 '환경보호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반환경적 결정을 내려왔다. 하지만 이제 그는 개인적 문제로 이같은 결정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지켜만 봐야할 처지가 됐다.  

<시애틀 =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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