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조달 단계서 공적금융주선 금지 가처분 신청
전 세계는 脫석탄 뚜렷…산업부는 거리 떼기

▲ 경남 고성 삼천포화력 저탄장(coal yard)에서 관리 드론이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산업부.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이투뉴스] 가까스로 정부 인허가 문턱을 넘어선 신규 석탄화력 건설사업 앞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각종 규제 강화로 발전원가는 상승하는데 투자비 회수에 대한 장기 불확실성은 증가하고 있고, 미세먼지 사태로 여론조차 우호적이지 않아서다.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비조달 단계에서 시민사회 진영이 직접 금융권을 압박하면서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발전업계와 전력당국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점 재검토 대상에 올랐던 신규석탄화력사업(고성‧강릉‧삼척)은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사계획 인가와 대규모 금융조달까지 사실상 모두 완료하고 본격적인 건설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설비용량을 2배로 보상받고 발전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한 당진에코파워 프로젝트만이 빠졌다.

하지만 최대 관문을 통과한 듯 보였던 이들사업은 다시 가시밭길을 걷게 된 처지다. 석탄화력을 둘러싼 환경규제 강화가 시간문제인데다 정부 정책선회로 과거와 같은 안정적 수익회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상업운전까지 앞으로도 최소 4~5년이 남은 발전사 입장에선 갈수록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당장 금융권과의 막바지 투자계약을 앞두고 노심초사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녹색법률센터‧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환경보건위원회‧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등으로 구성된 삼척화력 건설저지 시민소송단은 지난달 30일 KDB산업은행과 산업부를 상대로 금융 주선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과 전원개발 실시계획승인 취소소송을 냈다.

산업은행이 대표적 미세먼지 배출원인 석탄발전사업에 앞장서 투자를 유치하고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것은 공적 금융기관으로서 국민 이해와 어긋나는데다 향후 전력시장 정산제도 변화 시 투자사업 자체가 좌초자산화 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시민사회 진영이 금융권의 발전사업 투자를 문제 삼은 것은 처음이다.

기후솔루션 집계에 의하면 국내 공적금융이 2000년대 이후 국내 석탄발전에 제공한 자본은 9조4270억원에 달한다.(해외 석탄투자 9조4163억원 제외) 석탄화력의 경우 경제급전 원칙을 적용해 저(低)원가 발전기로서 사실상 연중 발전시간을 보장받았고, 정산조정계수란 도매전력시장 정산기준에 따라 사실상 적자 없이 고정마진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외부시각이다. 정산조정계수의 경우 법적인 근거가 미약한데다 기존 전력시장 운영규칙은 사회적 요구에 따라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오염에 따른 외부비용이나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등이 발전원가에 추가로 얹어질 경우 석탄화력 자체의 전원경쟁력 하락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우리와 전력수급 여건은 다르지만 한국의 5~6차 전력수급계획 수립기간인 2005~2008년 사이 유럽에서 수립된 신규 석탄화력 건설계획은 전체 49.4GW의 77%인 37.8GW가 무더기 취소됐다. 여기에 이미 완공돼 상업운전중인 석탄발전소 10.5GW 역시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여전히 1.1GW는 건설이 불투명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투자윤리를 이유로 아예 석탄화력 투자에서 손을 떼는 금융사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계 금융그룹인 HSBC는 지난 20일 발표한 ‘지속가능 에너지정책’을 통해 향후 신규 석탄화력에 대한 금융지원을 일체 중단한다고 밝혔다. (개도국은 2023년부터 중단) 더 나아가 HSBC는 내년말까지 경제강국을 대상으로 집행한 기존 석탄투자까지 모두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네트워크인 GSCC의 김태종 활동가는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주범으로 지목되는 국내외 석탄화력에 적극 참여중인 국내 금융사들과 대조되는 모습”이라며 “국내 금융사들도 지속가능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상규  KQA CSR센터장은 "환경책임투자와 사회책임투자 관점에서 석탄화력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력계획을 관장해 온 산업통상자원부는 신규 석탄발전사업과 애써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책 시그널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미세먼지 합동대책 등으로 연료전환을 추진했고, (8차 수급계획에서) 사업자도 (연료를 전환할지) 한 차례 판단기회가 있었다”며 “앞으로 전통전원의 불확실성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려운 영역이 될 것”이라고만 했다.

공적 금융기관 측은 '규제산업의 마지막 단계를 우리가 판단할 게재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전력은 나름 공공재이고 수급안정이 필요한데다 계획에서 운영까지 장기간 소요돼 정부가 규제하는 산업”이라면서 “발전사업허가, 실시계획승인, 환경영향평가까지 적법하게 받은 사업에 한해 금융이 일어난다. (금융권이)타당성이나 국가계획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민자석탄은 차액승인계약 대상이고, 현재는 시장운영규칙에 따라 정산조정계수로 정산하고 있다”면서 “(정부가)발전량을 직접 제약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환경부 차원에서 대기환경보접법을 통해 총량규제를 강화하거나 각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수준을 강화할 수 있을거다. 문제는 산업부와 환경부가 그런 합의를 할 수 있느냐 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