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이 기업, 이 사람 - 에코브레인 이영미 대표
에너지·환경분야 특화 신재생 발전량 예보서 두각
"한국형·맞춤형 예보 전문기업으로 키울 터" 포부

[이투뉴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미래예측 영역을 확장하면서 정확도까지 높이고 있다. 스마트폰 앱은 최소 미래 일주일치 기온과 날씨를 보여주고, DNA 분석기술은 미래 질병 발병확률과 예방법까지 알려주고 있다. 관건은 미래예측 가능여부가 아니라 정확도가 됐다.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는 시대’가 ‘누구나 미래를 알 수 있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송파 문정법조타운 인근 에코브레인 본사에서 만난 이영미 대표<사진>는 일찍이 미래 예측을 업으로 삼은 기업인이다. 점술가나 미래학자는 아니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의 연료에 해당하는 햇빛과 바람이 짧게는 5분 뒤, 길게는 1주일 뒤 어떻게 변화할지 알려주는 기상정보IT 컨설팅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 이영미 에코브레인(eco brain) 대표가 본사 인근 실내 정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에코브레인은 대기과학을 전공한 그가 민간기상업체서 7년여를 근무하다 퇴직한 뒤 2009년 설립한 벤처다. 기상정보는 공공정보란 인식이 강해 그 자체로는 사업화가 어렵다고 보고, 관계가 밀접한 에너지 분야와의 결합을 눈여겨 본 것이 창업계기가 됐다. 기상산업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예보’란 생소한 아이템을 들고 동분서주했다.

그러다 창업 이듬해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1단계 구축사업에 전력거래소 컨소시엄으로 이름을 올려 처음 태양광‧풍력 예측시스템을 공급했고, 이 사업이 이후 전력연구원(태양광‧풍력 예측시스템 구축)과 농어촌공사(풍력발전 타당성 평가) 등 공기업 사업의 마중물이 됐다. 이태전에는 포스코에너지에 태양광발전 예측시스템을 공급, 민‧관 시장으로 아우르는 선두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상정보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컨설팅은 태동기 수준이다. 독자시장이라기보다 시스템통합(SI)이나 연구개발 용역 개념의 일감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시장규모도 작다. 에코브레인 역시 여전히 기상‧대기 환경영향평가가 주 매출원이다. IT기업(IBM)이 기상산업의 가치를 알아보고 수조원을 들여 민간기업 지적재산권과 데이터를 인수한다는 소식은 어디까지나 다른나라 얘기다.

이 대표는 “우리 서비스를 상품처럼 만들어 팔 수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일정규모 이상 발전단지 발전량 예측정보 제출이 의무화 되거나 관련법안 통과로 소규모 전력거래 중개시장이 열려야 이 분야 산업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두 자사 핵심역량인 발전량 예측 노하우와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

현재 에코브레인처럼 예보‧컨설팅을 주사업으로 내건 기상청 등록 기상사업자는 30여개사. 하지만 기상청 정보만 단순 판매하려다보니 수익창출도, 성장도 여의치 않은 상태다. 그나마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기업은 10여개사 남짓. 여전히 기상청의 기상산업 독점은 공고하며, 영세기업들은 독자사업을 개발하지 못하고 위성처럼 기상청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일찍이 에코브레인이 에너지‧환경 융합 신사업으로 눈길을 돌려 한 우물을 판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의 최근 관심사는 이 분야 리딩 컴퍼니로서의 차별화와 기술선도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이 시장이 주목받자 앞다퉈 유사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어서다. 일환으로 에코브레인은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예측(Prediction)’이란 용어를 ‘예보(Forecasting)’로 바꿔 쓰기로 했다. 현재 일사량이나 모듈온도로 발전량을 추정하는 수준의 후발 경쟁사와 최소 하루 전, 최장 일주일 이후를 예측해 정확도를 보증하는 자사 서비스와의 혼동부터 막겠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의 바탕은 자신감이다. 기상예보나 발전량 예보는 정확도가 경쟁력의 척도이자 핵심이다. 처음엔 분별이 안되지만 결국 결과로 고객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코브레인은 빅데이터 분석기술과 공공부문과의 협업 과정에 쌓은 독자적 노하우, 태양광‧풍력에 관한 정확한 매커니즘 이해, 고객 보유데이터 추가반영을 통한 맞춤형 예보 등을 자사만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실제 A사에 납품된 태양광 예측모델은 지난해 하절기 기준 하루전 오차율을 4%까지 낮췄다.

▲ 에코브레인 사업영역 개요도 ⓒeco brain

이 대표는 “기상청 자료가 10㎢ 데이터라면, 우린 그걸 100m 단위로 쪼갠 뒤 지형특성을 반영하고 시뮬레이션해 고객 맞춤형 데이터로 만든다”면서 “예보정확도 1~2%는 엄청난 차이다. 적어도 발전량 예보에서 국내 최고의 역량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해외기업이 더 우수할 것이란 막연한 선입견이 있지만, 결코 우리 정확도가 뒤처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에코브레인은 전력거래소 제주지사 신재생에너지 통합관제시스템 구축에 참여해 자사 발전량 예측시스템을 구현했다. 제주는 원주민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날씨 변덕이 심하고 지역‧고도에 따른 편차도 크다. 눈바람과 돌풍으로 종종 공항이 폐쇄된 지난 겨울이 유독 그랬다. 비단 제주만이 아니라 삼면이 바다이고 산악인 한반도 자체가 해외 대륙 대비 예보가 까다롭다고 한다. 기상청 수치모델 오차율이 높아 들여왔다는 영국모델을 한국형으로 바꾸는데만 몇 년을 보낸 이유다. 

이 대표는 제주 기상여건을 예로 들면서 “특히 제주는 (예측이)정말 어렵다. 산과 바다가 있고, 같은 시간대에도 동부와 서부 기상이 완전 다르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바뀌는 것이 바람”이라면서 “제주의 풍황을 예측한다고 제주만 봐도 안된다. 가깝게는 중부지역, 멀리는 유라시아까지 내다봐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에코브레인을 에너지‧환경분야에 특화된 ‘한국형‧맞춤형 예보 전문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동종 일부기업처럼 장비사업이나 날씨 앱 사업을 전전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중소벤처가 거쳐가는 ‘죽음의 계곡’도 딛고 선 만큼 단순 프로젝트나 용역사업에서 벗어나 당당히 신사업을 개발하고 성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 이 대표에게 최근 한가지 대정부 건의사항이 생겼단다.

“태양광 발전량 예측은 위성자료가 확보되면 정확도 제고에 큰 도움이 됩니다. 민간기업이 위성을 띄울 순 없으니 국가가 관리하는 위성자료를 우리 같은 기업들이 가져와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기술을 이전해 주면 좋겠습니다. 여성기업인으로 여기까지 오기 위해 눈물로 지샌 날들도 많지만, 창업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라면 포기하겠습니다. 이젠 앞만 보고 달려가려고 합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이영미 대표가 직원들과 제주 발전량 예측 데이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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