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전력수요관리·ESS운영관리 1위 그리드위즈
고객사 전력계약량 10GWh, 연말 ESS 800MW 운영

▲ 박창민 그리드위즈 기술부문 전무가 성남시 운중동 본사 상황실에서 전력수요관리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Benefit(이득) 750억900만원, Reduction(절감량) 21만5053MWh'.

큼지막한 형광색 숫자가 보란 듯이 스크린 한 켠을 채웠다. 누적수익과 절감량이 년, 월, 일별로 표기됐다. 피크시간대 전력 사용량을 줄여 보상을 받는 수요관리사업 누적실적이다. 

"빨간색이 예측량을 초과한 사업장, 녹색은 잘 지키고 있는 곳, 노란색은 AMI(양방향계량기) 데이터 장애입니다." 안내를 맡은 박창민 그리드위즈 기술부문 전무가 전국지도 위에 촘촘하게 분포된 아이콘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른 화면들은 A철강, B전자, C주조공장의 현재 전력수요와 CBL(고객예상사용량), 실시간 및 예측 소비곡선 등을 나타냈다.

박 전무는 “이렇게 우리와 ICBM(사물인터넷‧크라우드컴퓨팅‧빅데이터‧모바일)기술로 연결된 사업장이 전국에 500여곳”이라며 “여기에 ESS(전력저장장치), 전기차, 태양광 등을 추가로 운영‧관리하면서 전체 에너지효율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그리드위즈 본사 상황실. 얼핏보면 증권거래소 현황판이나 워룸(War room)이다. 10평 남짓한 공간을 20여개의 대형 모니터들이 ‘ㄱ’자(字) 형태로 점령했다. 한쪽 벽은 고객사 ESS 충·방전 현황과 절감액 등을 보여주는 화면들 차지다. 이 기업의 비즈니스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이지만, 온라인 운영시스템이라 상시 근무자는 없다.

그리드위즈는 수요자원(DR) 참여기업과 전력시장을 연결하는 수요관리서비스를 비롯해 ESS운영관리, FEMS(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BEMS(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 전기차충전 솔루션, 태양광발전 모니터링 및 REC거래 솔루션 등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2013년 자본금 2억원으로 태동해 지난해 300억원으로 매출을 키웠고, 올해는 7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전통적 관점에서 연혁이나 규모는 아직 짧고 작지만, 성과나 잠재력은 비약적이고 전도유망하다. 삼성전자, 포스코, SK에너지, 경기도 등 업종·부문별 1~2위 기업(기관)을 고객사로 두고 있고, 이들의 한전 전력사용계약 총량만 10GWh에 육박한다. 국내 연중 전력 공급능력이 80GWh 안팎이니 전체 사용량의 약 12%를 이 회사 고객들이 쓴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구환 대표이사는 자사를 “에너지데이터로 발전(發電)하는 회사”라고 설명한다. 직접 발전소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그 가치를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대규모 공장은 물론 빌딩이나 상가, 가정 등 일반 소비자가 모두 고객이다.

무형의 데이터로 어떻게 가치와 수익을 창출할까? 그리드위즈는 전국 고객 사업장에 설치한 약 10만개의 전력기기(Device)를 이용해 초단위로 에너지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분석·예측한다. 이렇게 도출된 자료는 언제, 어떻게 전력을 사용하거나 절감해야 가장 비용효과적인지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ESS의 경우 24시간 상태를 관리하면서 언제, 어느정도 속도로 충·방전 할지 직접 제어해 수익을 극대화 한다. 이 작업에 투입되는 알고리즘은 18가지에 달한다.  

지금은 DR과 ESS 위주로 에너지데이터를 활용하지만, 향후 FEMS나 BEMS, 전기차, 태양광 등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고객층을 다변화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판단이다. 에너지데이터로 고객이 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렇게 발생한 가치의 일부(수수료)를 수익으로 챙기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이 회사의 수익모델인 셈이다.

지난달말 현재 그리드위즈 수요관리사업 참여용량은 500MW이며, ESS 위탁 운영고객도 100MW를 넘어서 이 추세라면 올해말 800MW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또 국내 전기차 급속충전기용 모뎀의 70%, 전 세계 충전기 모뎀의 30%이상을 이 회사가 점유하고 있다. 8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김 대표를 포함한 임원 3명이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며, 전기기사·기능장(10명), 소프트웨어개발자(20여명), 태양광전문가 등 전체 임직원 90%가 엔지니어링 전문가다.

▲ 전력수요관리사업 개요도

박창민 전무는 “전기차는 수송수단이기 전에 움직이는 배터리다. 전력을 쓰기만 하는 대상으로 보면 수요를 증가시키고 예측이 안되는 자원이지만, 필요할 때 적절히 보상해주고 제어하면 수백만대 보급 시 엄청난 양의 백업력(공급자원)이 될 수 있다"면서  "이런 형태의 비즈니스를 현실화 하는 것도 그리드위즈의 기술과 역량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리드위즈(Gridwiz)란 사명은 창업 당시 김구환 대표가 작명했다. 여기서 그리드는 전력망의 ‘Grid’를 뛰어넘는 개념으로 전 산업분야 데이터를 연결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그리드와 결합된 ‘wiz’는 마법사·귀재란 뜻의 ‘Wizard’의 첫머리인데, 애초 이단아나 괴짜, 한 분야의 최고 경지란 뜻도 내포하고 있다. 모든 에너지를 단일망으로 연결하는 특출난 마법사 기질을 사명에 담은 셈이다.    

김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의 모든 디바이스는 연결될거다. 전통 발전자원은 물론 태양광, 전기차, ESS 데이터가 하나로 연계되고, 그 모든 데이터가 용광로처럼 융합되는 가운데 날씨나 전력망 상황 등 외생 데이터까지 추가 될 것”이라며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에너지데이터 관리기업으로 자리매김 할거다. 말만 앞세우지 않는 진정한 퍼스트무버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에너지자족 마이크로그리드 시대 준비”
[Interview] 김구환 Gridwiz 대표이사

▲ 김구환 그리드위즈(gridwiz) 대표이사가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본사 집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좌측 배터리 형상의 인형은 이 회사 마스코트다.

“에너지는 10년 후를 보면서 꾸준히 가야하는 사업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우직하게 가야하는 일입니다. 당장 현재 프로젝트만 보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아이템이죠. 우리는 10년 뒤의 마이크로그리드 시대를 보고 있습니다.”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이사가 생각하는 중단기 비전이다.

그는 “사업장, 커뮤니티, 건물별로 에너지를 자족하는 시대가 올 거다. 그때 우린 그리드내부 에너지관리와 그리드간 에너지거래까지 맡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앞선 에너지데이터 기업으로서 충분히 실현가능한 꿈”이라고도 했다. 그의 좌우명은 ‘우보천리(牛步千里)’다.

앞서 지난해 그리드위즈는 SK가스 등으로부터 200억원의 지분투자를 유치, 미래기반을 다졌다. 벤처캐피탈들조차 투자를 외면했던 기업의 대반전이다. 창사초기 그리드위즈는 전기차·수요관리·분산전원 제어 국제표준 만으로 경직된 한국 에너지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전기차를 논하면 '사기'라는 반응이, 지금은 익숙한 ‘분산전원’이나 ‘마이크로그리드’ 등을 거론하면 “비즈니스가 아니라 보조금 축내기”란 비아냥이 돌아왔다. 그런 냉소를 무릅쓰고 꾸준히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하며 당국과 학계를 설득하고 신뢰를 쌓은 것이 훗날 탄탄한 자산이 됐다.

김 대표는 "우린 가급적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고, 제대로 (실행)하고 나서 말한다. 한국사회 전반이 할 수 있다 과잉에 빠져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패스트팔로어(추격자)가 아니라 퍼스트무버가 돼야 할 시점"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니 빅데이터니 용어만 선점해 트렌드만 따라 다니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말보다 독보적인 노하우과 결과로만 얘기하는 게 우리의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운영기술이란 데이터 연결을 다루는 기술이다. 그래서 우린 직접 만든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의 총괄보안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가치를 보는 안목도 생기고 기술도 진보하는 것"이라며 "그런 전문성과 진정성이 성장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 

그리드위즈의 사시(社是)는 '사람이 곧 회사'이다. 벤처기업은 사람이 모든 것인데, 기술과 노하우가 쌓이는 것도 사람이며, 고객과의 접점이나 어필포인트도 직원이자 개인의 능력이므로 기업은 구성원들이 최대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 조성에 각별히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소신이다. 그래서 그리드위즈는 서류전형부터 임원면접까지 각 단계별 실무자가 만장일치로 동의한 경우에만 인력을 채용하고, 팀별 성과는 평가해도 개별 인사평가는 하지 않는다. 

또 열린 소통을 위해 사무실 각층마다 직책 관계없이 언제나 내부구성원과 소통할 수 있는 카페를 마련해 놓고 전 세계에서 공수한 커피를 상시 공급한다. 출근부터 퇴근 이후까지 식사나 여가활동에 대한 비용도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회사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모여서 하는 곳이니, 같이 즐기며 일하고 성과도 같이 나눠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벤처기업인으로서 느끼는 애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소위 '공정한 사회, 기회의 형평'이 여전히 시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잇는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형사업 위주로만 가면 대기업 밖에 하지 못한다. 적어도 참여의 기회는 공평하고 공정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사업의 경우 특정기업에 몰아줘 부실한 결과를 내기보다 시장을 전제로 다수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게 선진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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