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이슈와 과제
이종수 서울대 교수 (3차 에기본 총괄분과 위원)

▲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 대학원 과정 교수

[이투뉴스] 에너지기본계획은 우리나라 중장기 에너지정책의 기본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는 에너지정책 관련 최상위 계획으로서 2008년부터 5년 주기로 수립되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인 에너지 산업의 전 분야를 포괄해 향후 20년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점에서 우리 산업 전반의 경쟁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계획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에너지기본계획은 면밀한 현황 진단과 범국가적 수용성 확보라는 토대 위에서 지속가능하고도 일관성 있는 계획이어야 한다.

2008년과 2013년에 각각 수립된 1,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공통적으로 에너지 믹스 정책, 에너지 수급 정책, 에너지 산업 정책을 담고 있으나, 그 내용에는 차별점이 있었다. 에너지 믹스 정책의 경우, 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화석연료 비중을 낮추면서 신재생과 원자력을 확대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증대되면서 원전 비중 확대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원전의 비중을 낮추는 것으로 에너지 믹스 정책이 변화하였다.

또한 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 수급 정책의 핵심은 비(非)가격적 수요관리였으나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통합적 가격정책 수립으로 변화하였다. 이는 에너지 상대가격 왜곡 현상을 해소하여 에너지 수요관리가 시장원리를 통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에너지 산업정책의 경우에도 1차와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방향성에 차이가 있었다. 1차 에너지기본계획은 녹색성장이라는 키워드 아래 친환경 자동차 산업으로 대표되는 그린 에너지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하였으나,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 및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분산전원 확대를 에너지 산업정책의 주 내용으로 담았다.

1차,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우리나라 중장기 에너지정책의 큰 방향성을 설정하였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의를 가지고 있으나, 국내·외 에너지산업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였고 현안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미흡한 점을 보였으며 계획 마련에 있어 범국가적 수용성을 다각적으로 감안하지 못하였다는 일부의 평가를 받고 있다.

1,2차 기본계획 산업현실 간과 근본 해결책 제시 미흡
수요전망 적정성 검토와 공급 불안정성 병행 검토해야

올해 마련될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1차,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을 둘러싼 이슈들을 정확히 진단하고 보다 근본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정책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들은 크게 5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국내 에너지 수요전망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이 내놓은 세계 에너지 수요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는 석탄 수요 비중은 향후 감소 추세를 보이며 원자력 수요 비중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EIA는 신재생과 천연가스 수요 비중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인 추세와 다소 거리가 있는 국내 에너지 수요 변화를 전망하고 있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30년부터 국내 석탄 소비 비중이 석유 소비 비중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였으며 원자력 소비 비중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신재생과 천연가스의 경우, 국내에서도 수요 비중이 증가될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전 세계적인 증가추세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3차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이와 같은 국내·외 에너지 수요 전망의 차이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 검토하여 국내 에너지 수요 전망의 적절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교한 수요전망 하에서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책이 강구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중요하다.

둘째, 신재생과 천연가스 발전 비중 확대 정책 추진 시 물량 및 가격 충격을 고려하여야 한다.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 발전의 경우, 기상 및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발전 출력이 간헐적(intermittency)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계통안정성, 설비비용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신재생 발전량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므로, 신재생 발전 비중 확대를 추진할 때 공급의 불안정성은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공급 불안정성과 발전원가를 고려하여 비중 확대를 추진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수입량 중 절반에 해당하는 51.7%(2016년 기준)를 카타르와 호주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나, 최근 국제 정세와 수출국의 자국 공급 우선 정책 시행의 영향으로 이들 국가로부터의 천연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진 상황이다. 천연가스의 발전원가가 석탄, 원자력에 비해 높다는 점도 급격한 발전량 확대의 부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원자력 발전 비중 축소에는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 확대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상대적으로 발전원가가 저렴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고 타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는 경우 전기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한 에너지 전환이 전력 공급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여 세부계획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넷째, 에너지원 간, 부문 간 상대가격 왜곡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차 에너지인 전력보다 1차 에너지인 유류의 가격이 더 저렴한데, 이와 같은 왜곡된 가격 체계 하에서 에너지 소비의 전력화는 심화되었고 경제적·환경적·인프라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열 수요에서 전력화가 두드러지면서 2차 에너지 생산에 따른 연료 낭비와 CO2, 미세먼지 배출 증대가 야기되었으며 전력 인프라가 포화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발전원 간 가격 책정 원리의 차이는 연료경쟁력을 왜곡하여 온실가스 감축 및 안정적인 에너지믹스 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다섯째, 국내에서 에너지산업의 역할을 고려하여 중장기적인 산업 발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에너지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산업 및 국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Work Bank'가 발표한 ‘2016년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2016)’에서는 우리나라 전력부문(전기공급)의 산업 발전 기여도를 2년 연속 전체 189개국 중 1위로 평가하였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위상을 고려할 때,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일관되면서 효과적인 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책을 마련하여 기후변화 대응, 연료수급 불안정, 사회적 수용성 확보, 에너지 가격체계 왜곡 등과 같은 에너지 산업의 대내외적인 직면과제 해결에 기여하여야 한다.

2차 에너지가 1차보다 저렴 왜곡 발생
안정적 연료수급 및 정책 일관성도 중요 

위의 내용을 종합하여 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주요 정책과제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발전용 유연탄 및 원자력의 과세를 확대하여 에너지 상대가격을 조정하고, 산업경쟁력을 고려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통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왜곡된 에너지 시장을 정상화하고 시장원리에 따른 에너지 수요관리를 작동하게 하여 중장기적인 에너지 수급 안정성 강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위한 정책과제들을 마련하여야 한다.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등의 정책을 활용하여 민간의 해외자원개발 투자 활성화를 유도함으로써 해외자원개발의 내실화를 이루고, 천연가스 및 원유도입선 다변화를 통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 에너지협력 거버넌스 구축, 전기차 충전용 전기에 대한 과세 체계 신설 등을 통해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차,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들은 에너지기본계획의 중요성에 대해 경험하였다. 정책이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고 시류에 따라 변화하는 경우 그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이 얼마나 중대한지도 알게 되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이전에 겪은 시행착오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면밀한 현황 진단과 범국가적 수용성 확보를 통해 현안을 중시하면서도 백년지대계를 추구하는 계획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과정 교수 (3차 에너지기본계획 총괄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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