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규제혁신 필요한 집단에너지 지역지정제
[특별기고] 규제혁신 필요한 집단에너지 지역지정제
  • 채제용 기자
  • 승인 2018.05.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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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연료선택권 보장하는 정책전환 이뤄져야

북유럽 지역난방 발전 국가도 소비자 연료선택권 보장

시장왜곡 가중…경쟁여건 변화 따른 탄력적 운영 필요

정희용 박사(한국도시가스협회 상무이사)

[이투뉴스] 1980년대부터 국내 난방시장에서 고락을 같이해 온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어느덧 30년 역사를 넘어 중년에 접어들었다. 양 사업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공급사업으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및 밀도의 경제(economies of density)가 작용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시장구조 측면에서는 양사업의 갈등이 불가피한 지역지정제란 특이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도시가스가 공급중인 지역에서는 소비자 선택에 의한 지역난방 공급이 가능하나, 지역난방 공급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타열원(도시가스) 사용이 금지된다. 도시가스는 중복투자 방지를 위하여 동일 업종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하는 반면, 지역난방은 근본적으로 타열원과의 경쟁을 제한하는 차이점이 있다. 지역지정제의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과제 등을 살펴본다.

◆집단에너지 지역지정제와 현황

지역지정제는 집단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하여 주택건설호수 1만호 이상이거나 60만㎡이상의 주택건설과 택지개발사업 등 일정요건이 구비되면 산업부장관은 반드시 지정, 공고해야 하는 강행규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7년말 현재 지정지역은 155개 지역이며, 지역지정 해제지역도 33개 곳에 이른다. 특히 대전이남 해제지역이 광주 상무, 대전 노은, 울산 송정, 부산 장안, 경북도청이전 신도시지구 등 22개에 달하여 열수요가 매우 낮은 남부지역까지 지역지정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지역지정이 되지 않은 비고시지역의 경우에도 소비자선택권을 이유로 매년 지역난방 공급이 확산되면서 중복투자는 물론 기존 도시가스 공급시설의 사장화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 각국 사례

Euro Heat & Power 자료에 의하면 지역난방이 발전한 유럽 국가에서도 지역지정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프랑스(7.7%), 스위스(4.4%)는 지역난방 보급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역지정제를 운영하는 국가는 덴마크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 이외 지역을 보면,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러시아, 캐나다, 미국, 일본 등도 지역지정제가 없다.

규제형(지역지정) 사업구조인 덴마크는 보급확대의 장점은 있으나 유럽에서 열요금이 가장 비싸다. 반면에 지역난방이 가장 발전한 국가인 핀란드의 열요금은 매우 낮다. 이 같이 개방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나라에서는 시장에서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의사결정권을 갖고 소비자도 연료선택권 행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지역지정제를 운영하는 발틱 3국의 경우 지역난방 보급률이 50% 이상이지만 지정지역내에서 소비자의 난방방식 선택권을 법적으로 보장하여 열원간 경쟁이 허용되는 합리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지정제 문제점 및 개선과제

첫째, 지역지정제는 열시장의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시장왜곡을 가중시키는 만큼 개선이 요구된다. 이 제도는 집단에너지사업법 제정 당시(1991년)부터 시작돼 26년간 존치된 제도로, 규모의 경제와 열원 차별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였다. 에너지시장과 경쟁여건 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둘째,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원천적으로 타열원 사용을 금지하기 때문에 공정경쟁이 어렵다. 정부도 한난의 독점력을 우려하여 2008년 8월 당시 지식경제부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신규사업 참여제한 지침을 통해 시장점유율이 50% 이하가 될 때까지 신규사업을 금지시킨 적이 있다.

셋째, 지역지정제는 소비자의 연료선택권을 제한하여 합리적인 에너지사용을 저해한다.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경우 지역난방 사용시설의 노후화로 열손실율이 26.7% 에 달하여 시설개체가 시급함에도 개별난방으로 전환할 수 없다. 이는 2012년 산업부가 후원해 에너지기술평가원 지원으로 수행한 지역난방 공동주택의 열부하예측에 의한 열공급제어 알고리즘에 관한 해석적 연구에서 잘 드러나 있다.

시설노후화로 난방요금 폭탄을 경험했던 서울 노원지역의 경우 개별난방 전환 시에는 지역난방 사용시설로 재교체하는 것보다 42.2%나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에게 지역난방을 강제할 명분이 없다.

넷째, 경제성과 열수요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불필요한 지역지정이 남발되고 있다. 지역난방은 열원설비(CHP, PLB, 축열조, 가압장 등), 열원부지 등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사용자시설은 기계실에 열교환기, 펌프시설, 공급배관, 부속설비 등이 필요하며, 열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아파트 피트내에 4개의 배관과 취사용 도시가스배관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므로 개별난방에 비해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된다.

또한 지역난방사업은 난방도일이 가장 중요한 사업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열수요가 절대 부족하며 아열대가 진행 중인 부산지역까지 지역지정을 남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열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실에서 과연 지역지정을 추가하거나 유지할 명분이 있는가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편법 동원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엄중히 개선되어야 한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가 없으니까 지역지정 여건이 안되는 다수 지역을 묶어서 일정 규모로 확대한 후 무리하게 지역지정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우선은 지역지정과 사업허가를 득하고, 수익이 나면 사업을 하고 손실이 나면 지역지정 고시를 해제하여 도시가스사업자에게 공급의무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인천 미단시티와 영종하늘도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맺음말

해외 사례에서도 보듯 집단에너지사업에 지역지정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지역지정제를 운영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타열원사용금지 규제는 없다. 답은 시장에 있다. 지난 30년 넘게 지속된 지역지정제를 혁신하여 시장이 난방방식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소비자의 난방방식 선택권을 제도로 막는 것은 규제사항임을 밝힌 바 있다.

지역지정제 폐지 혹은 일정 기간 경과 지역은 소비자에게 연료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규제개선은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영업용, 업무용시설까지 확대 적용하여 분산전원의 최적 대안인 가스냉방, 자가열병합 및 연료전지의 보급확산 기반이 성숙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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