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Korea' 보일러로 중국 중심에 서다

가스보일러 시장 2016년 210만대→2017년 550만대 급성장

200여개사 춘추전국시대…중국시장 선도기업이 글로벌 패권

[이투뉴스] 중국 가스보일러 시장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열기가 뜨겁다. 무한한 잠재가능성으로 평가를 받아오던 중국 보일러 시장이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하면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가스보일러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보일러 총 판매량은 550만대로 전년도 210만대 보다 340만대가 늘어나 160% 성장률을 나타냈다. 중국산 브랜드는 전년도 120만대 대비 262% 성장한 434만6000대로 전체 시장의 79%를 차지했다. 수입브랜드의 경우 생산 판매량은 전년도 38만대 대비 19.5% 증가한 45만4000대로 전체 8.3%, 완제품 수입은 전년도 52만대 대비 34.6% 성장한 70만대로 전체의 12.7%를 차지했다.

일반형 가스보일러 비중이 93%로, 아직 콘덴싱 비율이 미미한 수준이나 정책적으로 석탄보일러의 가스보일러 전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콘덴싱 보일러 시장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도 이런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정책이 한층 강화되면서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중국 시장에서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곧 글로벌 보일러시장 패권을 차지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동안 석탄보일러를 주로 활용해왔던 중국은 낮은 효율과 질소산화물 배출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며 정책적 차원의 프로젝트를 통해 가스보일러 보급확대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징진지 및 주변지역 2017~2018년 겨울 대기오염 종합 개선을 위한 행동방안’을 발표하고, 베이징과 텐진 등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석탄개조사업, 일명 메이가이치가 대표적이다. 원활한 가스 공급을 위해 베이징, 텐진, 허베이 지역에 도시가스 배관망을 증설해 가스보일러 수요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이미 중국 정부는 2015년 에너지 소비의 64%를 차지하던 석탄의 비중을 2035년까지 42%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스 난방 인구 지난해 4천만명 증가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는 지난해 천연가스 소비량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 CNPC 산하 ETRI(Economics &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가 발표한 석유・가스 산업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천연가스 소비량은 2352억㎥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340억㎥ 늘어난 규모로, 전년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석탄을 가스로 대체하는 프로젝트가 적극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가정부문의 가스 사용량은 약 885억㎥로 전년대비 14.2% 늘어나고, 산업부문 가스 사용량은 727억㎥로 20.2% 증가했으며, 발전부문 가스사용량은 467억㎥로 22.9% 증가했다. 난방용 연료로 가스를 사용하는 인구는 전년도 3억1000만명에서 3억5000만명으로 늘어났으며, 징진지 및 주변지역의 경우 난방용 에너지가 가스로 대체된 총 가구수는 394만에 달했다. LNG수입량은 3789만톤으로 전년대비 48.3% 증가하면서 한국을 제치고, 일본(8162만톤)에 이어 세계 제2위의 LNG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난방연료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중국 가스보일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내 가스보일러 제조허가를 취득한 업체는 200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물론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을 펼치면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영업을 펼치는 현지 로칼업체와 기술력과 브랜드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는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팽팽하다. 

중국 가스보일러 시장은 아직 뚜렷한 선두업체가 정해지지 않은 춘추전국시대다. 일각에서 과당경쟁에 따른 가격인하와 지역정부의 지급 지연 등으로 인해 올해 전체 보일러제조사의 3분의 1이 파산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흐름은 친환경·고효율 제품 쪽으로 향하고 있다. 콘덴싱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베이징시의 경우 2016년 10월 에너지 효율 2등급 이하의 가스보일러 설치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100mg/kWh 이하인 제품만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배출기준도 의무화했다. 질소산화물 배출에 각별한 경계심을 갖지 않았던 종전의 사회 분위기가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여기에 제도·문화를 주도하는 베이징시가 시행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제도는 앞으로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고효율의 콘덴싱 기술력을 갖춘 가스보일러제조사에게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특히 사드와 관련해 얼어붙었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의 영향이 사그라지면서 국내기업의 진출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가스보일러 산업은 2000년대 초반 호황기를 지나 성숙기에 들어섰다. 연간 120만~130만대에 이르는 보일러 시장은 세계 3위 규모이지만, 향후 보일러 시장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만큼 보일러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가열될 수밖에 없다.

성숙기에 들어선 시장 상황과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을 고려할 때 해법은 아직 기회요인이 많은 해외 진출이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보일러시장은 반등의 최적 무대로 평가받는다.

이는 수출실적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가스보일러 수출은 2015년 1억963만2000달러, 2016년 1억4653만5000달러에 이어 2017년 1억3057달러로 잠시 주춤했으나 올해는 1억50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성장세를 견인하는 요인은 급성장하는 중국시장이다.

◆경동나비엔, 50만대 규모 베이징 新공장 9월 완공

▲ 경동나비엔 서탄공장을 방문한 글로벌 업체 임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동나비엔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과 콘덴싱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국 정부의 메이가이치에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동나비엔의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현지의 관심은 매우 높다. 지난 1월 중국의 가스안전 담당 기관인 천진 검측소 주관으로 글로벌 기업 20곳의 주요 임직원들이 평택 서탄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본 것이 이를 방증한다.

1992년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시장진출에 나섰던 경동나비엔은 가정용을 넘어 상업용 시장으로 외연 확대도 진행 중이다. 이미 2016년 중대형 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에너지 솔루션인 캐스케이드 시스템을 중국 시장에 선보여 큰 관심을 받았다. 베이징 지역에 설치한 캐스케이드 시스템은 겨우내 36%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전역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보일러 이상의 시장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온수기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프리미엄 온수기 NGW670을 출시하고, 중국 내 대형 유통기업인 오성전기와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B2C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경동나비엔이 글로벌 생산기지로 새롭게 설립한 서탄공장과 베이징에 새롭게 건설할 신공장 역시 시장 공략을 위한 든든한 축이다. 최첨단 자동화시설을 갖춘 두 곳을 통해 가격경쟁력은 물론 유럽 기업들보다도 뛰어난 품질경쟁력까지 갖추며 중국 시장을 점유하겠다는 계획이다. 2016년 착공한 베이징 공장은 현재 95%의 공정율을 보여 올해 9월쯤에는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반기부터는 1차로 3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2020년까지 50만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완비할 계획이다.

새롭게 선보일 콘덴싱보일러에 더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캐스케이드 시스템이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기름보일러나 B2C 제품인 프리미엄 온수기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함으로써 브랜드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것이 경동나비엔의 전략이다.

◆귀뚜라미, 1999년 톈진에 공장 설립 온돌문화 전파

▲ 귀뚜라미보일러 공정 라인 중 첨단설비로 용접하는 장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시장에 진출한 귀뚜라미는 1999년 톈진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중국 시장 확대는 물론 우리만의 온돌문화 전파에 앞장서왔다. 온돌에 가장 적합하고 온수가 풍부한 귀뚜라미만의 저탕식 보일러는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톈진 공장을 통해 인접 국가로도 수출 판로를 확대하고 있으며, 부분조립생산 수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귀뚜라미는 보일러 모델의 세대교체를 통해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AST 콘덴싱 가스보일러’와 ‘저녹스 AST 가스보일러’를 벽걸이 보일러의 대표모델로 운영하기 위한 현지 생산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친환경 저녹스 보일러로 차별화를 추진하고, 신제품 순회설명회 등 프로모션을 통해 콘덴싱 제품의 주력 시장인 베이징에서의 단체납품 수요처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귀뚜라미만의 장점인 온수가 풍부한 저탕식 구조의 신제품인 ‘거꾸로 저녹스 가스보일러’를 통해 저탕식 전문판매점 수요를 넓혀 나가고 있으며, 오랜 기간 판매돼 품질 안전성을 인정받은 ‘트윈알파’의 후속모델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의 대기 환경규제로 친환경·고효율 제품 요구가 늘어나면서 콘덴싱 저녹스 보일러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 냉난방 전시회에서 환경오염물질 배출량, 정격 효율 등 중국 정부의 요구 사항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신제품을 대거 전시해 큰 호응을 받았다.

귀뚜라미는 신규 대리점 추가 확보로 유통단계의 기초체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리테일(소매점) 시장 수요 증가에 대비해 주요 보일러 유통지역 소형 대리점망을 확대하고, 상하이 등 남방지역 대도시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추가로 개설하고 있다. 각 지역 도시가스회사와 직접 거래방식도 진행 중이며, 난방·인테리어 전문시공업체와 업무제휴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마케팅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알미늄, 품질력에 브랜드 가치 더해 소비자 만족

▲ 롯데기공이 상하이 전시회에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알미늄 E&M사업본부(구, 롯데기공)는 중국 내 주요 거래선에 일반형, 콘덴싱, 프리미엄 콘덴싱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제품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 평가해 수입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중국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전량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현지의 주요 거래선을 통해 최선의 판매,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 런칭한 ‘Q’HOME 프리미엄 콘덴싱 가스보일러’는 한국 최초 유럽형 360도 3차원 입체연소 방식 열교환기를 적용, 한국 최고 수준인 92.8% 에너지효율 1등급 및 저NoX 1등급을 취득한 고효율 친환경 제품이다.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롯데알미늄 E&M사업본부의 맞춤형 주요모델이다.

‘Q’HOME 프리미엄 콘덴싱 가스보일러’는 소비자의 온수 사용에 대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난방수와 온수의 최적의 비율을 찾아 온수 출탕 기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온수 온도 상승시간 단축은 물론 안정적인 온수 공급이 가능하며, 공기비례제어 밸브와 원통형 버너를 적용해 최적의 표면연소를 실현했다. 또한 잠열교환기까지 청소 가능한 구조를 적용, 열교환기의 우수한 내구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롯데알미늄 E&M사업본부 관계자는 “오랜 기간 중국 내 다양한 분야를 통해 축적되어온 ‘LOTTE’의 그룹 이미지와 우수한 가스보일러 품질이 더해져 보다 많은 중국 내 소비자들이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대성쎌틱, 녹스 20PPM 이하 신제품 현지인증 진행

▲ 베이징에서 열린 제냉전시회에서 참관객들이 대성쎌틱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대성은 저녹스 친환경 콘덴싱 제품과 WIFI 온도조절기 등을 필두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보급형 시장에 우수한 품질이 입증된 일반보일러로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올해 중국 최대 냉난방 전시회인 베이징 제냉전 및 아시아 최대 무역 전시회인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에도 참가해 저녹스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케스케이드 시스템, 온수 매트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특히 베이징과 주변지역의 정부 주도 프로젝트에서는 에너지효율 1등급의 저녹스 제품만 입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해당 기준에 맞는 제품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에 선보일 저녹스 콘덴싱 제품은 녹스 20PPM 이하로 현재 현지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제품을 통해 하반기부터 베이징을 주요 대상으로 시장공략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가스보일러를 비롯해 온수매트, 각방시스템 등 판매하는 제품의 다각화도 병행된다. 특히 온수매트는 세계 최대 규모 온수기 전문기업인 에이오스미스에 지속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 판매량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향후 중국시장에서 목표 이상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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