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산, 미주산, 유럽산 비중 갈수록 증가
셰일오일 등장으로 WTI 가격 두바이유 밑으로

▲ 2016년 11월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미국 본토에서 원유를 도입했다. gs칼텍스 여수 제 2원유부두에서 미국산 원유를 하역하고 있는 장면. (ⓒgs칼텍스)

[이투뉴스] 원유 수입선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중동산 원유 비중은 전체 81.7%를 기록, 지난 1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인도, 일본에 이은 전 세계 5위 원유 수입국이다. 대한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체 11억1817만배럴 원유를 수입했다. 2014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다. 2015년에는 사상 최초로 10억배럴을 넘겼다.

이중 9억1345만배럴을 중동 7개국에서 들여왔다. 2016년 9억2620만배럴에 비해 소폭 줄은 수치다. 이에 따라 전체 비중도 전년 대비 4.2% 감소한 81.7%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3억1922만배럴(34.9%)로 제일 많았으며, 쿠웨이트(17.6%), 이란(16.2%), 이라크(13.8%), 아랍에미레이트(10.0%), 카타르(7.1%), 오만(0.4%)이 뒤를 이었다.

중동산 원유가 줄은 만큼 아시아산, 미주산, 유럽산 원유가 그 자리를 메꿨다. 아시아산 원유 비중은 2016년 6.7%에서 지난해 8.7%로, 미주산은 2.8%에서 4.0%로, 유럽산은 1.7%에서 3.1%로 각각 증가했다. 반면 아프리카산은 2.8%에서 2.5%로 소폭 감소했다.

▲ 중동산이 줄고 아시아, 미주, 유럽산이 고루 늘었다.

특히 미국산 원유 수입 증가량이 눈에 띈다. 현재 미국산 원유는 2015년 말 원유 금수조치(특정국가와 모든 부문의 경제 교류를 중단하는 조치)가 해제됨에 따라 활발히 유입되고 있다. 2015년 291만배럴, 2016년 245만배럴에 이어 지난해 1343만배럴이 도입됐다. 전년 동기 대비 448% 증가했다.

이와 함께 멕시코산 원유도 늘고 있다. 2015년 1459만배럴, 2016년 2764만배럴에 이어 지난해 3102만배럴을 기록했다. 2014년 이전에는 집계된 양이 없다.

이처럼 미국·멕시코산이 증가하면서 미주산 전체 수입량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3년 33만배럴에서, 2014년 1005만배럴, 2015년 2326만배럴, 2016년 3008만배럴, 지난해 4445만배럴을 기록했다. 전체 비중 역시 2013년 0.04%, 1.1%, 2.3%, 2.8%에서 지난해 4.0%까지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로 서부텍사스유(WTI)와 두바이유간 가격이 역전됐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실제 2016년 WTI 평균 가격은 두바이유 보다 2.06달러 비쌌으나 지난해에는 반대로 2.33달러 더 저렴했다. 2016년 WTI와 두바이유는 평균 43.47달러, 41.41달러, 2017년에는 평균 50.85달러, 53.18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아울러 세계 10대 유전 중 하나인 카자흐스탄의 카샤간 유전이 2016년 9월 본격 가동함에 따라 카자흐스탄 원유 수입도 증가했다. 2016년 430만배럴에서 지난해 2650만배럴을 기록, 516% 급증했다. 

▲ 카자흐스탄, 미국산 원유 수입이 크게 늘었다.

우리와 석유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석유협회가 올 2월 발간한 일본의 원유 수입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우디(40.2%)에서 원유를 제일 많이 들여왔다. 아랍에미레이트(24.2%), 카타르(7.3%), 쿠웨이트(7.1%), 러시아(5.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율은 전체 87.0%로 우리나라 81.7%보다 5.3% 높았다. 

반면 중국은 한일 양국과 다르게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들여왔다. 중국 세관인 중국 해관 총서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은 2016년에 전체 27억9273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국가별로 보면 러시아가 14.5%, 사우디가 13%, 앙골라가 11.8%를 차지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원유 최대 수입국은 마찬가지로 사우디였다. 

석유협회 보고서는 "지난해 러시아는 중국으로의 원유 수출을 늘리고, 일본으로의 수출은 줄였다"면서 "올해 역시 동일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2009년부터 시작된 WTI-두바이 가격 역전 현상

이 같은 미국산 원유 도입 확대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WTI와 두바이유의 가격이 뒤바뀐 것이 주요한 이유로 분석된다.

통상 WTI는 제일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나 두바이유 보다 불순물인 황 함유량이 적어 품질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별도의 탈황처리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 정제 비용도 적게 든다. WTI는 유황 성분이 0.24%로 알려져 있다.

또한 WTI는 정제 시 휘발유와 나프타를 많이 생산하는 경질유이기도 하다. 미국석유협회는 원유를 비중에 따라 API도로 구분했는데, API가 33도 이상이면 경질(輕質)유, 30~33도 사이이면 중질(中質)유, 30도 이하이면 중질(重質)유로 분류한다. WTI는 40.8도로 경질유에 해당한다. 

두바이유는 이와 정반대다. 황 함유량도 제일 많으며 비중 또한 높다. 두바이유는 황 함유량이 2.04%, API도는 31.05도다. 

한마디로 저품질이라는 얘기다. 즉 경제적 관점으로만 본다면 가격은 WTI>브렌트유>두바이 순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09년부터 만년 3위 두바이유의 역전극이 시작됐다. WTI 가격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셰일오일의 등장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셰일오일이 대규모로 생산되면서 원유 공급이 증가,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떨어졌다. 여기에 OPEC의 감산이 지속되면서 두바이유 가격은 반대로 올라가 버렸다. 2011년부터 역전 현상이 고착화돼 현재는 Brent>두바이>WTI 순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중동산의 가격 경쟁력이 줄어들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더 값싼 원유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16년 말 국내 정유사 최초로 미국 본토서 채굴된 원유 100만배럴을 도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5월 미국 남부 멕시코만 원유 200만배럴을, SK에너지는 10월 미국산 미들랜드 100만배럴을 사들였다. 에쓰오일은 최대주주가 사우디 아람코 국영석유회사이기에 아직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WTI 가격이 두바이보다 저렴하다고 해서 갑작스런 변화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유사의 정유설비는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도입선 다변화를 천천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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