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시추선 고장예측 등 다방면으로 활용
하달식 정책목표·공기업 데이터 독점 해소 필요

▲ 한국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오피넷(opinet)의 지역별 유가예보. 방대한 국제 유가정보 및 국내 주유소데이터를 활용해 주단위 석유제품 예측가격을 제공하고 있다

[이투뉴스] 빅데이터는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방대한 규모, 짧은 생성주기, 수치·문자·영상 등을 망라한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과거보다 데이터의 양과 종류가 폭증했으며, 첨단 설비의 운용이나 사람들의 생각, 행동을 분석·예측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에너지분야에서도 빅데이터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한국에너지공단 등 공공기관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설비 모니터링 및 고객맞춤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일자리 창출 등에 초점을 두고 빅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관 담당자들도 이러한 ‘에너지 빅데이터’의 정의에 대해선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빅데이터 기반 IT에너지솔루션을 취급하는 한 업체 대표는 “단순히 데이터양만 많다고 빅데이터가 아니다”라며 “가치 있는 데이터가 방대하게 수집돼야 진정한 빅데이터”라고 강조한다.

이는 데이터(DATA)보다는 정보(information)에 가까운 의미라 볼 수 있다. 에너지 빅데이터 역시 ‘에너지와 관련된 사용목적’이란 의미에 맞게 방대하게 수집된 데이터를 의미할 것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성급하게 이러한 ‘사용목적’보다 ‘빅데이터’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빅데이터를 정확히 어떻게 사용해야 한다는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4차 산업혁명’이니 ‘에너지신산업’ 등 트랜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짙다는 의미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일자리를 창출하라’는 하달식의 접근이 과연 가시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는지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 해외 에너지빅데이터 활용사례
에너지부문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정유회사 코노코필립스는 석유시추선 장애를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운용하고 있다. 북해에 잇는 석유시추선의 장애를 에측해 가동정지로 인한 매출감소와 긴급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목적으로 도입했다. 

코노코필립스에 따르면 석유시추선의 고장으로 채굴 중단 후 장애부품을 파악하고 대체품으로 교체·수리하기까지 약 일주일이 걸린다. 일일 석유생산량이 약1000만달러로 일주일 간 7000만달러 가량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시추선 고장을 적확히 예측할 방안이 필요했다.

코노코필립스는 고장 예측을 위해 시추선 각 부품의 기기데이터를 수집·분석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부품들로 구성된 시추선은 방대한 데이터를 쏟아낸다. 코노코필립스는 각 부품에서 장애 발생 전·후 전송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장애발생 직후 나타나는 패턴들을 도출했다. 

가령 A부품이 특정 값을 보일 경우 48시간 내 B부품의 고장 확률이 80%로 산출될 시, 48시간 내 B부품을 미리 확보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코노코필립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추선정지일을 80% 줄였고, 생산량을 2~5%까지 향상시켰다. 운영비용은 매년 7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미국의 그린버튼 이니셔티브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한번 클릭으로 자신의 전력소비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그린버튼으로 주거·상업부문 소비자들은 개별 에너지소비 데이터를 다양한 시간대별(15분·시간·일·월)로 추출할 수 있다. 에너지 공급업체의 웹사이트에서 직접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에너지데이터를 내려 받을 수도 있다. 

그린버튼에는 2012년 9개 전력사와 150만명의 전력 소비자가 참여했고, 2013년 48개 전력사 및 유틸리티사, 590만 가구 및 기업으로 확대됐다. 2014년에는 420만 가구 및 기업과 1억명 이상 에너지사용자가 그린버튼을 통해 에너지데이터에 접근했다고 집계됐다. 에너지사용행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제고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캘리포니아 주에선 그린버튼 보급으로 6만GWh의 전력을 절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덴마크의 풍력발전용 터빈 제조기업 베스타스도 풍력발전단지 부지선정 시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해 ▶풍력발전 전력생산비용 절감 ▶ 기대수익률 정확도 제고 ▶풍력터빈 최적 설치지역 파악 분석기간 단축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

풍력단지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에는 기온·풍속·습도·강수량·대기압 등 종합적인 환경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수십년동안 가동하는 풍력터빈의 미래 발전량과 투자수익률 등을 적확히 산출해야하기 때문이다.

베스타스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정형・비정형데이터를 활용하는 모델링 기법을 개발, 부지선정부터 최적 운영방안까지 도출하고 있다. 

풍향, 날씨, 조수 간만 차, 위성 이미지, 지리적 특성, 산림 지도, 높이에 따른 변화요소, 풍력터빈의 특성, 후보지의 과거 기상데이터 등 페타바이트(PB) 규모의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한다. 데이터의 양과 정확도가 예측 정확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복잡한 신경망 분석을 통해 환경요인과 풍력터빈 간 복잡한 패턴을 인식, 터빈과 풍력단지의 미래 발전량을 산정하고 있다.

▲ 미국 그린버튼(green butten)데이터 플랫폼

■ 한전·석유공사 등도 빅데이터 활용 
국내에서도 에너지부문 빅데이터 활용이 점차 활기를 띠는 추세다. 한국전력공사는 전력계통 운영정보, 고객정보, 에너지관리시스템, 분산자원 등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SG(스마트그리드)종합운영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전기품질, 부하상태, 정전정보 등에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전기품질이 취약한 곳을 자동 추출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설비운영자는 실시간으로 정전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한전에 따르면 SG종합운영시스템 도입으로 선로부하 평준화, 손실최소화 등 최적화된 계통운영으로 설비이용률이 10% 향상됐다. 실시간 통합운영정보 제공으로 업무효율은 30% 제고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석유공사도 국제 유가정보, 국내 주유소데이터 등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석유제품 판매가격·단기 유가 예측가격정보 등을 소비자에게 오피넷으로 제공하고 있다. 리터당 가격변수로 결정되는 주유소 마일리지서비스에 착안해 주유소 카드단말기 결제시스템에서 가격데이터를 획득한다. 이런 방식으로 오피넷은 하루 6차례 주요소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는 하루 20여만건에 달한다. 

석유공사는 해당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역·경로별 주유소 위치 및  제품가격 등의 검색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단기 미래 석유제품 예측가격정보를 알려주는 유가예보 시스템도 구축했다. 동시에 유가변동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변수를 적용한 빅데이터 활용 예측모델을 기반으로 현 시점에서 일주일 후 지역·연료·상표별 석유제품 예측가격을 내놓고 있다.

민간영역에선 SK텔레콤이 클라우드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통해 빌딩 에너지설비 간 유·무선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에너지사용·설비성능 등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한다. 이를 통해 적확한 에너지사용량 예측 및 설비의 최적 가동을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는 매시간 변하는 원별 가격을 비교·분석해 전기, 가스, 빙축열발전 중 가장 비용효과가 큰 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같은 원리로 공장에너지효율사업도 전개 중이다. 클라우드BEMS는 빌딩, 병원, 호텔 등의 조명, 온수, 냉난방 등 용도별 에너지소비 최적사용에, 클라우드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은 사업체별 생산 공정을 사전에 면밀히 분석한 후 최적의 효율제고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제주의 한 병원에선 클라우드 BEMS시스템을 도입한 후, 일년 간 약 2억원 가량 비용을 절감했다. 평년 대비 약 16% 비용이 개선됐다는 분석. 또 한 리조트에선 용도별 에너지사용량을 실시간 분석해 열효율 개선, 폐열회수 재활용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전력·가스사용량을 각각 5%, 40%씩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 빅데이터 접근성 격차 해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빅데이터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빅데이터를 보유한 에너지 공공기관과 통신 등 대기업들이 데이터를 거의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 간 빅데이터 정보 교환 역시 순조롭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1차 가공된 데이터를 주는 만큼 제한된 정보만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관기관 빅데이터 업무 담당자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호는 분명 지켜야할 덕목이나, 기관 간 협조보다는 경쟁관계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는 행태라는 의심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창조경제를 주장한 지난 정부부터 정보·데이터 공개를 일선 기관에 강조했으나 공개 절차의 복잡성 등 복합적인 이유로 쉽지 않은 양상이다.

특히 민간영역에선 자체 수집데이터를 제외하고 국가 에너지 정보가 지나치게 제한돼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상업적 이용 측면에서 개인정보 등을 제한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데이터는 적법한 절차와 법적·기술적 보완으로 활용토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 IT기반 에너지솔루션 기업 대표는 “에너지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모델은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서 에너지사용에 대한 효율을 향상시키고, 분산전원의 생산성 증대 및 효율적인 관리를 도모하는 등 문제에 맞닥트렸을 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이점에서 공공기관·일부 대기업의 데이터 독점과 정부의 하달식의 정책목표 설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23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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