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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g의 마법' 경유로 둔갑한 등유 사라질까
등유에 첨가하는 화학물질…훨씬 제거하기 어려워
기존 식별제와 같이 투입…이중 보호 장치인 셈
산업부 "기존 등유는 내년 5월 전까지 소진해야"
[496호] 2018년 05월 16일 (수) 12:00:41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 가짜경유 단속 현장.

[이투뉴스] 등유에 첨가되는 식별제가 올 11월 새롭게 도입된다. 식별제는 리터당 10mg이 투입된다. 단 10mg으로 수십년 간 들끓었던 가짜석유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요즘은 가짜석유라 하면 통상 가짜경유를 일컫는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불법 용제를 이용한 가짜휘발유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경유에 등유를 혼합한 가짜경유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가짜석유로 적발된 업소는 전체 231곳이었는데 이중 226곳이 가짜경유로 적발됐다. 

가짜휘발유는 꾸준히 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가짜휘발유를 사용하다 적발된 업소는 2011년 155곳, 2012년, 21곳, 2013년 20곳, 2014년 15곳, 2015년 10곳, 2016년 9곳, 2017년 5곳에 그쳤다. 2011년 이후 급격하게 감소했다.

반면 가짜경유는 2011년 368곳을 시작으로 303곳, 240곳, 289곳, 232곳, 243곳, 226곳 등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평일 하루마다 1개 사업소가 가짜경유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고 있는 셈이다.

▲ 2011년을 기점으로 가짜휘발유는 거의 사라졌다.

실제 지난해 3월 경북에서는 가짜경유 505만리터를 제조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주유소에서 정상 등유를 사 온 뒤 경유와 2대 8 비율로 섞어 경북 경주, 전남 영암 등에 판매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에서는 가짜경유 854만리터를 제조해 100억원 어치를 팔아온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은 리터당 50~70원 싼 가격으로 경유를 되팔아 이윤을 챙겼다.

가짜경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역시 돈이 되기 때문이다. 등유는 교통세가 부과되지 않아 경유보다 훨씬 싸다. 지난달 기준으로 경유는 리터당 1349.1원, 등유는 리터당 907.0원을 기록, 442.1원 가격차를 보였다.

둘의 물성이 서로 비슷해 혼합하기 쉽다는 것도 주요인이다. 석유관리원은 지난해 가짜경유로 인한 탈루세액을 약 6400억원으로 추정했다.

◆ 기존 식별제의 한계…활성탄에 쉽게 제거돼
가짜경유를 막기 위한 조치로 정부는 2000년부터 식별제 사용을 의무화했다. 식별제는 등유에 첨가하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미국 UCM사의 '유니마크(Unimark) 1494 DB' 제품을 선정해 사용해 왔다. 

식별제는 산성과 알칼리성을 만나면 색이 변하는 리트머스지 원리와 비슷하다. 특정 시약은 식별제와 접촉하면 보라색으로 바뀐다. 이 시약은 경유와는 반응하지 않는다. 즉 경유에 시약을 넣었을 때 보라색으로 변한다면 등유가 섞여 있단 얘기다. 많이 섞여 있을수록 더 진한 보랏빛을 띤다.

그런데 이 식별제에 대한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활성탄과 백토 등을 이용하면 쉽게 제거되는 치명적인 문제 때문이다. 식별제를 제거하고 시약을 투여할 경우 정상 경유처럼 색이 변하지 않아 현장 적발을 피할 수 있다. 

아울러 이미 가짜경유 제조업자들이 식별제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 기존 식별제는 흡착성이 강한 활성탄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활성탄 사진. (ⓒ석유관리원)

이러한 이유로 2010년에는 새로운 식별제 도입의 움직임이 있었다. 정부는 2년에 걸쳐 검토 작업을 진행했고, 이스라엘 GFI사의 '페트로마크(Petromark) K-1' 제품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브롬화합물이라는 유해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에 전면 무산됐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경남 김해을) 의원은 2016년 국감에서 "현행 식별제는 너무나도 허점이 많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대체 식별제가 도입돼 불법 경유 유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거가 어려운 새 식별제다우케미칼社 제품

▲ ACCUTRACE S10 제품.

한 번 미끄러진 정부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댔다. 전문가 7명, 정유사 품질담당자 5명, 석유관리원 품질담당자 1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는 2016년 12월 다우케미칼의 '애큐트레이스 S10(ACCUTRACE S10 fuel Marker)' 제품을 신규 식별제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환경과학원의 유해성 심사를 거쳤고, 올 1월에는 석유관리원 품질 심의를 통과했다. 현장 적용 여부와 실증테스트도 끝마쳤다.

마침내 산업부는 지난달 관련 고시를 개정, 새 식별제 도입을 확정지었다.

이 제품은 기존 식별제와 같이 등유에 첨가될 예정이다. 현 식별제와 동일하게 리터당 10mg가 투입된다. 

정유사와 수입사는 올 11월 1일부터 등유에 새 식별제를 투입해야 하고, 석유대리점, 주유소, 일반판매소는 내년 5월 1일부터 새 식별제가 첨가된 등유를 판매해야 한다.

현재 영국과 아일랜드도 이 제품을 식별제로 사용하고 있다. 산업부는 "제거 저항성, 가격, 기술지원, 공급능력 등 다양한 항목을 평가해 선정했다"면서 "이번 신규 식별제 도입으로 가짜경유가 상당수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내년 5월부터는 기존 등유 판매 시 적발
새 식별제 도입에 앞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의 시간을 둔 것은 현재 유통 중인 등유 재고를 소진시키기 위해서다. 내년 5월 이후에 기존 등유를 판매하는 곳은 적발 대상이다. 1회 적발 시 경고, 2회 적발 시 영업정지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등유가 겨울철에 주로 판매되기 때문에 유예기간이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기존 재고를 섞지 말고 모두 소진해야 하기에 사업자는 올 겨울 구입 물량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단 주유소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 보호 장치를 씌운 셈이기에 어느 정도 가짜경유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100% 근절시킬 순 없겠지만 일정 수준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유소협회는 홍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등유를 팔고 싶어도 산다는 사람이 없어 팔지 못하는 영세한 주유소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르고 있다가 피해를 보는 사업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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