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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구호만 외치다 복지부동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 1년, 다시 도진 관료사회 고질병
3차 에너지기본계획, 모순된 논의 정상화 계기 삼아야
  [497호] 2018년 05월 14일 (월) 07:18:26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지난 3월 19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WG 총괄분과 간담회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구태의연한 정책과 제도, OECD 최저 재생에너지 비중, 옛 정부와 달라진 것 없는 온실가스 감축 대책 등 구호만 요란했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갈 길만 멀다. 그런데 (정부는) 마치 다 된 듯 아무런 후속조치도 없고 의욕도 없다. 이렇게 해선 결코 에너지전환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작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 대통령 기념사)를 에너지정책의 목표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이달 10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펴낸 ‘문재인 정부 1년, 국민 보고서’에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국민과의 약속, 이렇게 지켰습니다’ 항목)고 스스로 합격점을 매겼다.

하지만 정부 안팎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현 정부 정책을 지지해 온 진영에서조차 “발전믹스만 바뀌었지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하고,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없다.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위 관료사회의 복지부동 행태가 이런 냉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정책 수립에 밀접하게 관여해 온 한 인사는 “에너지전환이란 큰 목표를 제시했지만, 어떤 후속조치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목표가 외형이라면, 목표를 달성할 시장과 제도를 만드는 일은 본질”이라며 “그럼에도 8차 전력수급계획 이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부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목표 달성까지 국민들이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할지, 어떤 정책경로를 밟아가야 할지 검토할 사안이 산더미인데 모두 '내 일이 아니다. 지금 할 일이 아니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현 정부 초기 산업부가 에너지전환을 해도 전기료가 오를 일 없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렇게 내뱉은 말이 정부 스스로를 옭아매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실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온실가스감축 로드맵 수정작업 등 굵직한 정책계획이 한창 논의되고 있지만 상호모순되는 가치와 이상적 담론에 갇혀 해법마련은 요원한 상태다.

가령 에너지전환은 정책시행 초기 소비자인 국민의 추가비용 부담이 불가피하지만, 처음부터 산업부가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못박는 바람에 발전량 믹스 조정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또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이 최대 정책현안으로 부상했음에도 여전히 탈원전‧탈석탄 논쟁에 매몰돼 한발짝도 진전된 논의를 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8차 전력수급계획‧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너지전환 로드맵 등을 수립‧발표하면서 2082년까지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노후 석탄화력을 조기 폐지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8차 수급계획 당시 에너지전환에 따른 추가 국민 비용부담은 없으며, 온실가스 감축도 문제가 없다고 어물쩍 넘어갔다.

정통한 정책 당국자는 “해외 에너지전환의 제1 목표와 기준은 온실가스다. 그런데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논의는 온데간데없이 탈원전‧탈석탄이 맞니 안맞니 옥신각신만 했다. 그러면서도 요금인상은 없다는 거였다. 이런 모순된 틀에서 손 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에너지전환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석탄화력 발전비중을 낮추는 대신 가스발전 비중을 높이는 방식의 소위 환경급전도 에너지비용 정상화 없이는 기존 시장왜곡만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전력시장 전문가는 “에너지공급사업자를 착취하는 구조의 전력시장을 정상화하고 전력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인위적 개입은 오히려 폐해를 낳게 된다”며 “특히 현 정부는 산업구조적 측면에서의 문제인식이 이전 정부보다 후퇴하는 경향이 있다. 에너지부문의 패러다임 전환을 운운하면서 19세기의 전통 에너지시스템과 규제에 의존하는 것이 대표적 예”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 정부라면 솔직해야 한다.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계속 가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비용부담과 구조적 혁신을 감당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고, 뚜벅뚜벅 걸어나갈 수 있다. 그렇게 할 때 국민도 신뢰를 보내고 진정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장관은 물론 정부 관료 어느 누구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암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논의가 활발한 3차 에기본과 온실가스감축 로드맵 수립작업은 그간의 모순된 논의를 정상화 하고 에너지전환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전환의 목표가 무엇이 됐든 각 부문을 계량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수단은 온실가스가 유일하기 때문.

B 에너지시장 전문가는 “에너지전환의 목적이 미세먼지 감축이냐, 에너지믹스 조정이냐, 온실가스 감축이냐, 어떤 것이 우선순위냐에 따라 정책도 달라질 수 있지만 서로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이제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해야 그 다음 국민이 감내할 수준을 논의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면서 “이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어떤 로드맵을 가져갈지 결정할 때"라고 말했다.

C 에너지컨설팅기업 대표는 "우리가 폄하하는 중국은 기후변화 논의에 대해 지도층부터 오래전부터 과감하게 큰 틀을 짜고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을 통해 미국, 일본, 유럽주도 자동차 시장을 완전히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나 기업은 구태의연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도 정부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는지 놀라울 수준이다. 그게 비해 우리 관료들은 수준은 고사하고 장도든 단도든 권력을 휘두르는 것만이 관심사다. 이제라도 국민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답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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