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열생산자 직접공급 불가, 집단E사업자 통해 공급해야”
전체 법안취지 감안해 기존해석과 다른 접근, 사업안정성 강화

[이투뉴스]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아닌 열생산자도 수요처에 단독으로 열공급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법리해석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통상 한 곳에는 허가 없이도 공급가능하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으나,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집단에너지업체를 통해서만 공급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바뀌었다.

열생산자의 수요처 열공급 가능여부에 대한 법제처의 법령해석은 오랫동안 시비가 계속되던 ‘집단에너지 열공급 이원화 논란’에 대해 정부가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상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 내에서는 사업자가 열을 독점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함에 따라 후속여파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최근 법제처는 열생산자가 자신이 생산·발생시킨 열을 집단에너지공급대상으로 지정·공고된 지역에 판매·공급하기 위해선 수급계약을 체결한 집단에너지사업자에게만 열을 공급해야 한다는 법령해석을 내놨다. 아울러 집단에너지사업법을 운용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이같은 취지의 규정을 신설하는 입법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문언적 해석 아닌 전체 법안취지 감안해야
이번 법령해석은 대전의 한 업체가 “열생산자가 집단에너지공급대상지역 내 사용자에게 직접 열을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질의하면서 시작됐다. 산업부가 답변을 통해 “열생산자는 집단에너지사업자와 수급계약을 통해서만 열을 판매·공급할 수 있다”고 통보하자,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재의뢰한 것이다.

법제처는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등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법에서는 ‘열생산자’와 ‘사업자’를 구분해서 정의했고, 생산 또는 발생된 열을 사용자에게 ‘판매·유통’하는 것에 대해선 집단에너지사업 영역으로 규율하고 있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사업자 이외의 자가 공급대상지역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열 생산시설을 신설·증설하려는 경우 산업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사업자가 독점적으로 열을 공급하도록 한 조항도 열거했다.

여기에 기존 중앙난방이나 개별난방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열을 공급할 수 있는 집단에너지사업을 국가정책으로 도입하면서,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감안해 사업자에게 공급구역별로 배타적 공급권을 인정하고 있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열생산자가 사업자를 통하지 않고 공급지역 내 사용자에게 직접 열을 판매·공급한다면 집단에너지 공급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풀이도 내놓았다.

결국 법제처는 “법에 열생산자가 사용자에게 직접 열을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별도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공급대상지역 안에 열을 공급하려면 수급계약을 체결한 사업자에게만 가능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열생산자가 공급대상지역 안에 열을 판매·공급하려는 경우 사업자로 한정되는지 문언상 명확하지 않는 만큼 이같은 취지의 규정을 신설하는 등 별도의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산업부에 법령정비를 권고했다.

◆산업부 “법제처와 같은 생각, 법개정 검토”
열생산자의 수요처 직접 공급은 현재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상당수가 이뤄지고 있다. 최초 울산석유화학단지에서 공급이 이뤄진 이후 암암리에 전국으로 확산돼 왔다. 심지어 수요처 직접 공급(1곳)은 물론 여러 집단에너지사업자와 열을 거래, 사실상 다수의 수요처에 열을 판매하는 소각사업자가 존재할 정도다.

특히 대법원에서 '단일 사업장에 한해 공급 가능하다(집단에너지란 많은 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열을 공급하는 사업인 만큼 다수가 아닌 1곳은 허용)'는 법리해석이 나온 이후 이를 빌미로 일부 소각업자가 수요처 공략에 나서면서 문제가 커졌다. 또 집단에너지사업자 간 저가열원 확보경쟁을 하면서 서로 소각열을 확보가기 위한 경쟁과정에서 더욱 퍼져나간 측면도 있다는 전언이다.

비록 대법원 판결과는 사안은 다르지만 법령해석이 미묘하게 변함에 따라 소각업체 등 기존 열생산자가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 내에서 수요처에게 열을 공급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는 시시비비를 바로잡고 집단에너지 시장안정을 위해선 모호한 규정으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루빨리 법령개정을 통해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경훈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과장은 이와 관련 “집단에너지는 공급구역을 정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열을 공급하는 사업형태로, 공급구역 내에서 마음대로 열을 공급하도록 놔둬서는 지역지정 의미가 없다”며 법제처 법령해석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법제처의 법령정비 요구는 권고사항인 만큼 의무는 아니지만, 법은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만큼 전문가 자문을 거쳐 긍정적으로 (법개정) 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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