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근본대책 마련 촉구

정유사들이 휘발유ㆍ등유ㆍ경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을 담합했다며 5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관련업체들이 이의신청을 내기로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정유사인 SK㈜와 GS칼텍스는 공정위가 발표한 석유제품 가격 담합 건에 대해서는 사실상 시인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유류가격 담합 인상 결정에 대해서는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가격 담합과 관련해 정유사들은 “고유가 등으로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석유제품 시장에서 다른 회사들과 가격담합한 사실이 없으며 이는 석유제품 시장 구조적으로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담합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석유협회는 “국내 석유시장은 수출입이 자유로운 완전 경쟁시장으로 5개의 정유사 등 시장 참여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공정위가 구체적 물증과 명확한 증거 없이 담합으로 무리하게 판정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고발까지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ㆍGS칼텍스ㆍ에쓰-오일은 조만간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이를 공정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진행키로 했으며 현대오일뱅크도 같은 순서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근거 없다”
정유업계는 공정위가 제시한 담합기간 유종별 가격 추이에 대해서도 이견을 나타냈다. 특히 2004년 4월과 5월은 국제유가 폭등으로 정부의 비상대책이 시행된 시기인 만큼 정유사는 국제제품가격 상승분을 국내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같은 해 5월 중순에서 6월 초까지 3~4주간 공장도기준가격을 동결시켰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담합기간으로 제시한 시기는 산업자원부로부터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행정지도까지 받았던 시기”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또 “정유사 가격은 세후, 국제석유제품가격은 세전을 비교함으로써 하락시 국제석유제품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정위의 유류 가격 담합 결정으로 인해 정유사들은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까봐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 단체와 국회에서는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해왔으나 이 같은 주장이 공개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유가로 인해 원자재가격이 인상돼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민도 에너지 절약 노력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담합을 통해 국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 제기조차도 도덕성에 근거한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공정위가 적시한 담합기간 외에도 지난 2003년 작성된 일부 문건에서 담합이 의심되는 문구가 나타나는 등 담합 의혹 기간이 있었다고 공개, 담합이 수시로 이뤄졌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번 유류가격 담합 파문이 소비자단체가 주도하는 불매운동 등으로 확산할지 모른다며 업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의 담합 판정으로 수출하는 석유제품에 대해 외국에서 반덤핑 및 담합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소비자들 “우리가 봉이냐”
반면 소비자들은 최근 석유화학업체의 합성수지 가격 담합에 이어 정유사들의 기름값 담합 사실이 적발되는 등 대형 담합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분노하고 있다. 특히 당국의 단속은 여전히 ‘사후약방문’식에 그치고 있어 사전 감시체계나 제도적인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적발된 석유제품 담합의 경우 공정위 추산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피해규모는 2400억원. 이는 결국 각 주유소에서 차량의 연료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반면 담합기간이 포함된 2004년의 경우 SK가 전년의 2배를 넘는 1조6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정유업체가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결국 업체들은 담합을 통해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챙긴 반면 소비자들은 이 같은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피해를 고스란히 부담한 셈이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나중에 담합행위를 적발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해도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면서 “업체들의 자진 고백이나 신고 등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전에 감시를 강화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종합2_0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