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 REC 개정안 놓고 산업계·시장 '부글부글'
임야 태양광 가중치 낮추고 해상풍력 상향

[이투뉴스] 신(新)에너지와 재생에너지, 일부 폐기물에너지에 대한 정책지원 방향을 담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공급인증서(REC) 개정안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현장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부 전원(電源) 조정안을 검토 중이어서 시장 참여자들과 산업계가 들끓고 있다. 에너지전환을 기치로 내건 정부가 출범했지만 관료들의 행정편의적 탁상행정과 정책에 대한 철학 부재, 일방향 거버넌스 구조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한탄도 나온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청회를 통해 공개할 RPS REC 가중치 개정안(잠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임야에 설치하는 태양광에 대한 가중치를 현행(0.7~1.2)보다 대폭 하향조정하고 해상풍력은 크게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매스, 폐기물의 경우 더 이상 설비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지 않도록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 수준'으로 REC를 떨어뜨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항목별 최종 가중치는 공청회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 예정이다.

태양광의 경우 일반‧건축물‧수상(水上) 등은 기존 정책을 유지하되 지목이 임야인 경우 용량에 따라 0.7~1.2를 부여하던 가중치를 하향조정(0.7)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임야를 활용한 태양광설치가 일부 산림훼손을 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는 약 6개월여의 유예기간을 주고 기간내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사업에 한해 기존 가중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전력공기업 주도로 사업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은 보조금 수준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산업부는 육지와의 연계거리에 따라 5km 이하는 현행 가중치 1.5를 2.0으로, 5km 이상은 기존 2.0을 최대 3.5까지 즉각 상향조정하는 안을 조정안에 포함시켰다. 연료전지의 경우 RPS 의무이행사 쏠림현상이 과도하고 산업화 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기존 2.0을 1.0으로 조정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해당산업계 반발로 기존안을 유지키로 했다.  

바이오매스와 폐기물은 유예기간을 두고 가중치를 낮춘다. 업계 이견이 적은 석탄화력발전소 혼소는 기존 1.0 전부 삭감, 전소 전환설비는 50%(0.5) 낮추되 목질계전소는 1.5를 1.0 이하로 하향조정한다. 단 미이용 국내 산림자원 활용에 한해 최대 2배의 가중치를 인정할 예정이다. 이중 이미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목질계전소 발전소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해 기존 사업자를 구제한다.

이밖에 RDF 전소발전과 가스화발전은 가중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풍력발전과 태양광 연계 ESS도 하반기부터 REC를 낮추는 방안이 개정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GCC, 지열, 조력, 수력 등은 기존 지원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같은 가중치 조정안에 대해 산업계는 “정부가 책상에 앉아 개선안이 아닌 개악안을 만들었다”고 공분하고 있다. 특히 임야 태양광 가중치 하향조정안은 심각한 부지난과 정책 왜곡현상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건물이용 태양광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존 설비가 임야에 설치된 현실을 모른 채 산림보호란 어설픈 명문을 내세워 오히려 다수 일반 국민 태양광 설비보급을 가로막고 대규모 자본사업만 촉진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태양광업계에 의하면 기존 발전소 부지 지목은 사실상 임야 중 준보전산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실적으로 절대농지 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산림이나 녹지가 많지 않아 환경훼손이 적고,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나 개발행위허가를 받을 수 있는 임야가 군소사업자나 일반 국민의 재생에너지 사업참여에 숨통 역할을 해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현장 실정도 파악하지 않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난개발 사례가 임야부지 활용의 전형이자 폐해인 냥 임야 가중치를 낮추려 하고 있다. 공익법인인 에너지나눔과평화 김태호 대표는 “정부가 시장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세무 항목까지 정책으로 관여함으로써 오히려 또다른 민원을 초래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의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김 대표는 “REC 가중치 제도가 지나치게 세부적이며, 부여기준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없다. 임야설치가 환경을 파괴하는가. 정부 기준의 환경파괴 기준은 무엇인가. 재생에너지 보급은 기후변화 대응이란 보다 대승적 관점에서 보고 접근할 일인데, 산업부와 에너지공단, 심지어 청와대 관련실(室)조차 탁상에서 정책을 수립해 현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참여형 우대 등 정부가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시장참여자 기회균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해상풍력처럼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은 가중치를 올리면서 소규모 사업자나 국민들이 참여하는 사업을 막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정책이며 누굴 위한 정부인지 의심이 들게 한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산업부와 공단은 당장 현장으로 가서 탁상정책으로 얼마나 현장이 혼란스러운지, 일반 국민 사업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지를 직접 보라. 그렇다면 정책을 바꾼지 1년도 안된 제도를 손바닥 뒤집 듯 또 바꾸는 그런 정책을 감히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야 태양광 규제가 풍선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임야 태양광 가중치 하향은 농지를 활용한 태양광을 부추길 우려가 매우 높다”면서 “대형 건설사와 공기업들은 농지법 개정을 기다리면서 농업진흥구역인 전국 간척지를 대상으로 4~5중 혜택을 받는 초대형 사업을 준비하는데, 중소기업이나 일반 국민이 하는 사업은 가중치를 낮추겠다는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정책당국자들의 균형감각과 산업에 대한 몰이해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누가하든 법을 개정해서라도 물량만 채우고 참여기업 부만 늘려주는 것이 정책목표인지, 다수 국민들이 참여해 보급도 늘리면서 연금성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해상풍력 가중치 우대도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국내 산업화 수준을 고려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우선 현행 해상풍력 연계거리 기준은 해안에서 발전소까지의 거리가 아닌 연계점까지의 거리여서 연계점이 변전소일 경우 가중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므로, 그 기준을 가장 내륙에 가까운 풍력발전기로부터 해안까지의 거리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해상풍력 터빈 설치기종은 이미 기당 7~8MW수준인데, 이제 3MW 수준인 일부 터빈으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보여주기식 시범사업을 추진한들 기대할 수 있는 정책 효과가 낮다는 문제제기다. 재생에너지 컨설팅기업 대표는 "현재 국내풍력산업 현황을 보면 차라리 해상풍력 보급은 시기를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라며 "산업화 효과도 불분명한데 시장을 조성한다고 국민 세금을 맘대로 쏟아붓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식적인 공청회로 복잡다단한 산업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관행도 개선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 정책자문을 맡아온 한 인사는 "유럽 등 해외의 경우 지원정책 조정 시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한다. 수개월씩 산업계 의견을 듣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며 후방효과까지 고려한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탁상행정이나 탑다운식 관행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