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법안 의회 통과 산업계 및 환경단체도 평가 엇갈려

[이투뉴스] 미국 의회는 지난 2월 탄소포집저장(CCS) 사업에 대한 세금혜택 확대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수십년간 상업화 노력이 이어졌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던 상황을 세제혜택으로 돌파해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 기술이 오히려 석유시추를 늘리고 석탄화력발전소 운영을 지속시키는 명분만 줄 뿐 결국 탈탄소화로 이어지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업계 뿐만 아니라 환경론자들 사이에서도 환영과 의구심으로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지난 2월부터 법적 효력이 시작된 이 예산법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히 초당적인 결정이었다. 공화당 셜리 무어 상원의원 주도로 진행된 예산안은 지난해 '0'표를 받아 무산됐으나 이후 셸던 화이트하우스 민주당 상원의원이 뛰면서 100% 찬성표를 받아 통과됐다.

청정대기태스크포스와 기후·에너지솔루션센터 등 환경단체들은 탄소배출 포집사업에 대한 세금 공제 확대법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발전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비영리단체 그레이트 플레인스 연구소의 브래드 크랩트리도 “배출 저감을 위한 가장 중대한 에너지·환경법”이라며 이를 반겼다. 

탄소포집저장기술을 확대하는데 높은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에 세금 혜택이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그린피스 등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금 공제 확대가 “원유 생산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와의 연결 고리를 끊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는 세금 공제로 육성되는 사업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시킬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지지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NRDC의 데이비드 도니거와 다니엘 드로이취는 블로그 포스트에서 “우리는 화석연료 생산을 위한 보조금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석유 회수 증진을 위한 보조금도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하는 긴박하고 중대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신규 예산법은 세 가지 방법에 따른 탄소 배출과 저장 사업에 대한 세금 공제를 확대했다. 우선 땅속 깊은 지질층에 탄소를 주입하는 방법에 대한 혜택이 점차 확대된다. 현재 법규에 따라 톤당 20달러에서 10년 뒤에는 50달러까지 오른다. 세금 공제 대상자는 소형 시설까지 확대된다. 

포집된 탄소는 화학 제품과 콘크리트, 조류 기반 바이오연료 등 다른 제품을 제조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대기 중에서 제거된 탄소 1톤 당 35달러의 세금 공제를 받는다. 제품 수명기간 배출되는 탄소량은 가감된다. 새롭게 추가된 세금 공제로, 산업체들도 이 기술 채택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석유 회수 증진법(EOR)은 포집된 이산화탄소 배출을 고갈된 유정에 펌프해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추출할 수 없는 표착유를 빼낼 수 있다. 유정 지하에 주입된 탄소는 1톤당 35달러의 세금 공제를 받게 됐다. 기존 10달러 대비 3배 이상의 지원이다.  

한편 시에라 클럽과 지구정의 등 일부 환경단체들은 세금 공제에 필요한 정부 예산액을 연간 28억달러로 추산하고, 단일 공제액으로 가장 큰 액수라며 이를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정부 지원을 지지하는 환경론자들은 탄소 저장으로 추출한 석유 1배럴이 전통적 방법으로 생산한 1배럴보다 이산화탄소 배출 책임이 37% 더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기술은 석유 회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유전을 개발하게 하는 대신 현존 유전을 더 활용하게 한다는 잇점도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CCS 기술은 수십년 전부터 상용화가 논의되어 왔던 기술이다. 일부 환경론자들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향후 수 십년간 탈석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출을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 CCS를 지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7개 대형 CCS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천연가스 처리 공장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수소와 에탄올, 비료, 철강 제조 공장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이 외에도 20개 시설이 개발 또는 건설 단계에 있다. 중간에 사업을 철회하거나 취소하는 회사들도 있어 아직까지 정확한 향후 추가 건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사우전 컴패니사는 미시시피 발전사에서 청정석탄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값비싼 CCS시설 건설을 시도했다가 취소했다. 

회사는 결국 천연가스로 연료를 교체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한편 일부 회사들은 대학 연구소들과 함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곧바로 포집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 회사인 카본 엔지니어링은 탄소포집을 이용한 액화 연료 생산을 위해 시범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브리티시 콜럼비아의 저탄소 연료 기준에 따라 이 곳에서 생산된 연료가 비용 측면에서 경제적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세금 공제 대상 분야에 대기 중 탄소 포집이 추가돼 업계의 기대가 크다. 지난해 미국 발전사인 NRG는 일본 석유와 가스회사인 JX니폰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휴스톤 외각에 있는 WA 패리쉬 발전소에 탄소 포집시설을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이 시설은 현재 하루 5000 메트릭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포집하고 있다. 석탄화력 발전소 4기 가운데 1기의 배출량 90%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런가하면 신생기업 넷파워는 휴스톤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에서 배출량 전량을 제거하기 위해 석유 회수 증진법을 결합한 방법으로 CCS를 사용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연방 정부의 세제 혜택이 탄소포집저장 사업의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높은 비용이 CCS기술을 확대하는 주요 장벽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비용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포집한 탄소로 수익을 내는 것이었다. 보통 석유 회수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미 정부의 1억9000만달러 지원액을 포함해 10억달러가 투입된 NRG의 CCS 시설은 80마일(129km) 지하로 연결된 유전에 탄소를 주입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 방법으로 300배럴을 생산하던 유전이었지만 이 기술을 통해 하루 5000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데이비드 NRG 대변인은 “수입이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4년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을 때 탄소 포집시설은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서부 텍사스 원유 기준 유가 60~65달러 사이에서 시설을 겨우 유지할 수 있을 정도라고 대변인은 밝혔다. 

NRG는 당분간 이 사업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 없다고 확언했다. 그럼에도 오바마 행정부 당시 환경보호청 부청장이었던 밥 페르시아 기후에너지솔루션 센터장은 “정부 세제 혜택이 재생에너지 산업을 살린 것처럼, 세금 공제 혜택이 CCS 사업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세금 공제 혜택은 풍력 발전가를 전통 발전원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뜨렸다”면서 “인도와 중국,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계속 늘면서 저렴한 탄소포집저장기술 개발이 특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비용 문제 외에도 탄소를 지하에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린피스는 석유 회수를 위해 지하에 주입된 이산화탄소가 석유와 함께 유정에서 다시 빠져나올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청정대기태스크포스의 쿠르츠 왈처는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인 모니터링과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염류 대수층에 저장된 이산화탄소도 결국 표면으로 다시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MIT 연구진은 주입된 이산화탄소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없다는 논문을 2015년 발표했으나 이후에 저장된 탄소의 궁극적 운명은 논문에 언급되지 않았으며 '풀리지 않는 의문'이라고 애매하게 표현했다.  

그레이트 플레인스 연구소의 크랩트리는 “우리는 1970년대 이후부터 15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미국 지표면 아래 또는 수면 아래 저장해 왔다”며 “유출 사고는 거의 없었다. 우리는 수십년의 경험과 석유와 가스층에 대한 엄청난 양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염류 대수층에 탄소 저장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방 규제법은 매우 엄격하다”고 말했다.  

그는 CCS에 대한 정부의 세제 혜택은 기후 변화로 인한 참사를 피하려면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크랩트리는 “탄소 저장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사업에 방해가 되고 있다”며 “우리가 더 집중해야 하는 더 큰 위험은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라고 개탄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2050년까지 전 세계 발전시스템에서의 배출량이 '0'에 가깝게 줄어야 한다고 동의하고 있다. 인류가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CCS 기술이 탈탄소화 정책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애틀 =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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