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노동석]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지난 5년간 성과 및 효과가 있다. 2012년부터 2016년말까지 5년간 이 사업의 성과로서 생산, 효율화, 절약 분야에서 367만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소비를 감축했고, 이것은 발전소 1기당 평균 에너지생산량 92만TOE/년의 4배가 되어 당진석탄발전소 400만kW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다. 이 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연 1.6조원, 원전 건설비로는 4.5조∼5.4조원 절감, 대기오염물질도 29%를 감축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성과가 사실이라면 연간 2,5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쓴 결과니 엄청난 효과를 거둔 것이다.

그런데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성과로 설비대체는 석탄발전으로, 건설비 절감은 원전이 등장한 것은 어리둥절하다.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요즘, 서울시는 버스에 쓴 표어를 원전 대신에 ‘함께 아낀 에너지, 함께 줄인 석탄발전소 하나’라든가 ‘절약하는 당신이 석탄발전소 하나 줄이는 녹색발전소’라고 바꾸고 싶었던 것 같다. 서울시의 성과 주장에 대해 몇 가지 짚어보자.

원전하나줄이기의 5년간 성과 367만TOE 중 에너지효율화와 절약이 327만TOE로 성과의 90%, 생산 39만TOE는 전체의 10% 정도다. 에너지효율화와 절약을 통틀어 수요관리라고 한다. 수요관리 성과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결과를 믿기 어려운 정황은 많다.

정부의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의하면 서울시 에너지소비는 사업시작 전년도인 2011년 1550만TOE에서 2016년 1540만TOE로 10만TOE(0.6%)가 감소했을 뿐이다. 더구나 같은 기간 서울시 인구가 1,007만명에서 985만명(2.2%)으로 감소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 성과의 근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수요관리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사업조차도 사후에 효과를 측정하거나 평가(measurement & verification)하지 않는다. 대개 사업시작 전 제출하는 사업계획서의 성과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간주한다.

국내에서 수요관리 사업의 M&V 사례가 없는 이유는 평가 자체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고, 나아가 평가 결과가 당초 목표에 미달하여 예산이 허투루 쓰인 것이 확인되면 책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효과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의 근거다.

서울시의 주장대로 성과를 인정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원전이 석탄으로 둔갑한 것도 그렇지만 4백만kW를 줄였다는 것은 성과 부풀리기를 넘어 의도적으로 오류를 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성과 366만TOE는 5년간의 누계치이다. 연간 평균은 73만TOE이다. 누계와 평균에 주목하자. 서울시가 발전용량 절감의 계산근거로 제시한 50만kW급 발전소 1기의 연간 평균 에너지생산량은 92만TOE이다. 그러니까 서울시는 5년간의 누계를 평균적인 발전소가 1년간 생산하는 에너지와 비교하여 4기를 줄였다고 하는 것이다.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원전이나 석탄은 당연히 평균 보다 에너지생산량이 많다. 실적과 전력수급계획 전망에 근거하여 1000MW급 기저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에너지량을 계산하면 연간 161만TOE 정도다. 즉, 서울시가 주장하는 성과의 연간 평균값 73만TOE는 원전이나 석탄 1기의 반년치 에너지생산량 수준에 불과하다. 성과가 무려 4배 이상 부풀려진 것이다. 마치 다섯 게임에 안타 4개를 친 선수와 한 게임에 안타 2개를 친 선수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복잡하여 설명을 생략하지만 에너지절약량을 용량으로 환산하자면 절약패턴과 피크 발생 시간과의 동시율(coincidence) 등이 고려되어야 정확한 계산이 된다.

원전 건설비 5조원은 절감되었을까? 백만kW급 원전 건설비는 2.6조원이다. 설비수명 40년, 할인율 5.5%를 적용하여 연간비용을 계산하면 1,611억원이 된다. 성과가 0.5기 이므로 절감액은 800억원에 불과하다. 4.5∼5.4조원의 원전 건설비를 절감했다는 주장은 아마도 1년만 쓰고 폐지하는 원전을 전제한 듯하다. 1년만 쓰자고 10년 걸려 발전소를 짓지는 않는다.

이 사업에는 대략 연간 2,500억원의 시민 세금이 들어갔다. 보도와 같이 연간 경제적 효과가 1.6조원이라면 사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주장된 성과를 원유 도입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600억여원, 전기요금으로는 대략 3,600억원 정도다. 성과가 맞을 경우라도 본전 정도의 사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코 대박사업은 아니다. 성과를 부풀리기보다 에너지절약과 효율화, 시민참여형 에너지생산 확대 등 의미있는 사업에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진솔하게 결과를 알렸어야 했다.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은 5년 동안 2조원 가까이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사업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종 성과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계산도 대충, 성과는 터무니없이 과장, 효과는 왜곡, 이래서는 곤란하다. 올해도 이 사업에 2,703억원의 예산이 편성되어 집행 중이다. 서울시민이 성실하게 낸 세금이다. 제대로 알리고 제대로 써야 한다. 오늘도 ‘함께 아낀 에너지, 함께 줄인 원전하나’ 버스는 시내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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