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산업부 REC 가중치 조정안 어떻게 봐야하나
바이오매스·연료전지는 면죄부…태양광은 되레 규제

▲ kt 태양광 인력들이 열화상카메라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이투뉴스] 산업통상자원부의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중치 개선안을 놓고 재생에너지는 물론 에너지업계 전반에서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산업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태양광 부지 문제는 남의 일인냥 다루면서, 정작 손대야 할 전원 가중치는 대형 자본이나 대기업이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되레 보호막을 씌웠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은 연일 공무원이 혁신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는데, 산업부만 무사안일과 탁상행정, 복지부동 등 ‘3대 구태(舊態)’에서 한 발짝도 내딛지 않고 있다”는 쓴소리까지 나온다.

◆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 18일 공청회 형식을 빌려 발표된 REC 가중치 조정안은 임야를 활용한 태양광을 새로 규제하면서, 해상풍력은 육상과의 이격거리에 비례해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바이오매스는 혼소나 전소전환설비는 가중치를 즉각 삭감하거나 크게 낮추되 수백MW급 프로젝트가 포함된 목질계전소는 최대 30개월의 유예기간을 주는 구제책을 제시했다. 이밖에 연료전지와 ESS는 당분간 기존 가중치를 유지하고, 폐기물(RDF전소‧가스화) 역시 바이오매스 수준의 유예기간을 주고 퇴출시키는 방안을 담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느닷없이 등장한 임야 태양광 가중치 하향 조정안을 제외하면, 얼핏 1년여전부터 산업부가 예고한 ‘비(非) 재생에너지 분리 지원중단, 순수 재생에너지 지원 강화’ 방침을 반영한 개선안으로 읽힌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게 이번 조정안을 분석한 재생에너지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일각에선 “정부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격언을 무시한 채 굳이 헌 술을 좋은 술이라면서 새 부대에 담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임야 태양광 규제 탁상행정 = 우선 임야 태양광 가중치 하향(0.7~1.2 →0.7) 조정안에 대해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절치부심해야 할 산업부가 책상에 앉아 TV나 컴퓨터만 쳐다보면서 만든 전형적 탁상정책이다.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낳을 것”(B기업 A부장)이란 반응이 나왔다.

태양광업계에 의하면 국내 태양광의 90% 이상은 임야를 부지로 활용하고 있어 여기에 패널티성 가중치를 주는 것은 ‘소규모 사업자는 더 이상 태양광을 하지 말라’는 선언과도 같다. 어차피 3MW 초과 발전사업은 기존에도 0.7 가중치를 받아 상황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임야 태양광=난개발’이란 정부 인식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자 부지 문제의 현실 호도라는 지적이다.

태양광발전소는 국토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을 비롯해 산지관리법, 농지법 등 법률이 정한대로 절차를 밟아 적법하게 건설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조례까지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실제 전국 92개 지자체는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이나 시·군 도시계획조례에 도로나 민가 등으로부터 이격거리 제한을 반영, 엄격히 인허가를 관리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는 도로·민가 500m 이격거리 제한으로 깊은 산속에서나 태양광이 가능하며, 또 다른 지자체는 도로법에 의한 도로 이외에 농어촌정비법에서 정한 리도(里道)나 농로까지 도로로 분류해 아예 발전사업을 막고 있다. 임야 허가조건으로 표토(表土)를 건드리는 토목공사를 금지시키다보니 임야지형대로 발전소를 짓다가 말그대로 엉망진창으로 발전소가 건설된 사례도 적잖다는 게 현장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A사 관계자는 “특히 임야 개발일 경우 재해성 평가, 산지조사, 배수로 및 침사지를 고려한 토목설계 등 관련법에서 규정한 모든 절차를 만족해야 허가가 가능하다. 일부 보도를 보고 난개발을 운운하고 마치 무허가개발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소형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B 대표는 “다른 부처도 아닌 산업부가 색안경을 끼고 태양광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불합리한 지자체 규제를 풀고 수용성을 높일 방법을 찾아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행정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부가 마련해 지난해 지자체에 송부했다는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이격거리 폐지 또는 100m 이내로 최소화)’이나 각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올해 3월 국토교통부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 개정안’은 각 지자체 독자 입지규제로 무용지물 신세다.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인데다 시군도시계획조례로 개발행위허가제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국토부 개정안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기존 개발행위 운영지침은 6.13 지방선거 뒤 빠르게 축소,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A사 관계자는 “산림청이 수상태양광 전기실 설치에 관해 전향적인 입장을 공표하지 얼마 안돼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나서서 산림훼손 운운하며 농지전환을 유도하는 논리나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너지공단은 “임야 중 산지비중은 30% 중반 정도인데, 외지인 소유가 많아 지역주민과의 갈등으로 장기적 수용성 저해요인”이라며 “산업단지, 유휴부지, 영농형, 염해간척지, 수상·주택보급 등을 우선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 산업부 용역을 수행한 삼정kpmg 측이 제시한 rec 가중치 조정 종합평가 결과 예시 표

◆ 바이오매스 사업자에 무릎을 꿇은 꼴 = 태양광이 예고도 없이 철퇴를 맞았다면 바이오매스, 연료전지, ESS 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쪽이다. 특히 바이오매스는 일부 대형 예비발전사들과 무역상들의 거센 저항과 대정부 로비에 사실상 정부가 무릎을 꿇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부는 이번 가중치 조정안에서 혼소는 즉시 삭감, 전소 전환설비는 절반 삭감(0.5)을 제시했다. 이들 유형은 산하기관인 발전공기업 사업이 대부분이다.

반면 대기업이나 대형건설사가 개입된 목질계전소의 경우 고시개정 6개월 이내 공사계획인가를 받고 착공신고 후 30개월내 설비등록 신청 시 기존가중치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12개월 이내 공사계획인가를 받을 경우에도 1.0 가중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공사가 상당부분 진척된 상당수 사업이 ‘데드라인’ 안에 들어와 구제받게 되고, 사업당 최대 200MW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는 막대한 양의 수입산 연료로 실적으로 올리게 된다.

여기에 혼소나 전소전환설비, 목질계전소를 불문하고 국내 미이용바이오를 사용하면 최대 2.0 가중치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조정안에 대해 기존사업자나 예비 바이오사업자들은 표정관리에 나서는 반면 군소 사업자나 목재재활용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목재재활용협회는 공청회를 앞두고 낸 ‘신재생에너지 개정안 반대’ 입장문에서 “바이오매스에 대한 국민 불신, 환경단체 반발, 목재산업계 위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이는 바이오에너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업체들을 보호하고 특혜를 부여하는 졸속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대형 바이오매스 사업자들이 정부와 국회 문턱이 닳도록 다니면서 개정안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모두가 아는 비밀”이라면서 “최소한 외산 바이오매스를 들여오기 위해 초래될 국부유출을 생각했어야 한다. 산업부가 엄포를 놓더니 스스로 지킨 것이 뭐가 있냐”고 성토했다.

◆ 정작 고쳐야 할 건 손대지 않고 = 산업화 효과 대비 지원이 과도하거나 정책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연료전지와 태양광 ESS 역시 아무런 정책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부는 조정안에서 연료전지 가중치 2.0을 그대로 유지하고, 태양광 ESS는 2019년까지 5.0 유지, 2020년까지 4.0 유지를 시사했다.

현재 연료전지는 ‘RPS 탈출구’란 별명이 따라붙을 정도로 발전사들이 수십MW단위 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나 국산화나 산업화 비중이 적은데다가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해도 LNG복합 대비 발전효율이 한참 낮아 일찍이 가중치 하향조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산업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애초 가중치 하향 원칙을 유지로 번복했다. 이 안대로 개정고시가 확정되면, 발전사들의 RPS 이행은 당분간 연료전지로 급격히 쏠릴 공산이 크다.

재생에너지 전문기업 C 대표는 “산업효과도 미미한데 도대체 연료전지 국산 사업자가 얼마나 된다고 가중치를 그대로 존속시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제 경쟁력도 없으면서 오로지 국내 제도에 기생해 국민의 세금에 빨대를 넣고 빨겠다는 것이 재벌들의 4세 경영인가. 적어도 10년뒤 기업이나 기술경쟁력을 보고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맥락에서 태양광연계 ESS 역시 ‘대기업 먹여살리기’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정안에서 당분간 국내 최고(5.0) REC 가중치 유지를 보장받는 모양새다. 낮동안 발전하는 태양광은 전력수요 패턴과 사실상 동일하게 움직이는 전원임에도 배터리에 저장·방전할 경우 높은 보조금을 주는 정책에 따라 연계 설치가 지속 늘고 있다. 전력계통이 부족한 일본 일부지역과 소규모 시범사업을 제외하고 한국처럼 태양광 ESS를 지원하는 나라는 없다.

C 대표는 이번 조정안에 대해 “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정책 개선안을 산업에 대한 이해도 없는 회계법인에 제도개선안 작성을 맡기는 것부터 시작해 산업부가 이런저런 가이드라인을 넣어 만들더니 한‧미,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어수선한 틈에 공청회를 열어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조정안은) 3020 이행계획에 대한 어떠한 철학이나 대의도 없이 온갖 민원을 집대성한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인 에너지나눔과평화의 김태호 대표는 "금번 개편안은 국민 투자 사업인 태양광은 죽이고, 공기업과 대기업에 특혜를 준 졸작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시장의 질서를 왜곡하지 않는 즉각적인 전면 재수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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