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절대량방식 전환해야’ vs 산업계 ‘BAU방식 유지’
환경부, 시민단체 의견과 엇비슷…산업계 의견 수용도 강조

▲ 302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보완, 쟁점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투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302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의 수정·보완과 관련 핵심 이슈에 대해 시민단체와 산업계 간 의견이 일부 갈려 최종 정책방향이 어느 쪽으로 결론 날지 주목된다. 특히 BAU(배출전망치)기준 방식과 절대량 방식 등 국가 감축목표 설정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보완, 쟁점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시민단체와 일부 학자는 BAU 기준이 아닌 절대량 방식으로 국가목표 설정기준 변경을 주장한 반면, 산업계는 자칫 감축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는 절대량 방식으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더불어 시민·환경단체에선 국외감축목표에 대해서도 가급적 국내에서 처리(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산업계는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부여해선 안 된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책임을 강조한 시민단체와는 달리 산업계는 감축부담과 지원방안 마련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와 산업계 간 의견이 엇갈리는데도 불구 정부는 일단 시민단체와 비슷한 개선안을 제시, 환경·시민단체 주장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정부는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보완의 주요 방향’을 통해 향후 국외목표를 최대한 국내에서 달성하는 한편 국가 감축목표 설정방식 역시 가변적인 BAU 기준이 아닌 절대량 방식(기준연도 감축률)으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계에 부담을 떠넘기지 않을 것이며, 충분하게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약속도 함께 했다.

◆목표와 함께 구체적 실행계획도 중요
김영훈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의 정책방향 및 향후 계획 발표 이후 김일중 환경정의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회의 핵심 쟁점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산정방식 변경 여부와 함께 해외 감축분의 국내 감축 전환 비중, 국내 감축분 변동에 따른 부문별 추가 감축 할당방안 등 세 가지로 압축됐다.

먼저 정은미 산업연구원 산업경쟁력연구본부장은 우리나라 감축목표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한 것이 아니라 목표만 있고 수단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 도출과 함께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 수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BAU 방식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기준연도 도입과 절대량 기준의 목표설정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해외 감축분의 국내 전환은 목표가 아니라 추가 감축 가능성과 감축여지에 대한 결과로 제시돼야 하며, 환경-산업-기술 정책의 일관성과 정합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엽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비전과 구체적인 목표가 섞여 있는 만큼 먼저 개념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감축 및 실행계획은 배출권거래제 등에서 다루고 로드맵에는 국가의 역할과 미래, 비전이 담겨야 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BAU 방식 유지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전환부문의 경우 가스발전 비중 증가와 석탄발전 비중 감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BAU도 하나의 방식이다. BAU로 인해 감축량이 불투명하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호하다. 5억3600만톤이라는 목표는 불변이고 명확한 것인 만큼 여기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의찬 세종대 교수는 배출목표 관점에서 기준연도 대비 절대량 방식이 바람직하지만 파리협정에 위반한 것이 아닌만큼 융통성있는 대처를 주문했다. 해외감축분 역시 국내 감축으로의 전환을 기본방향으로 해야겠지만, 국민들의 이해와 설득과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BAU 방식은 개발도상국은 각국 여건에 맞게 스스로 결정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파리협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며, 우리나라가 BAU 방식을 택한 것은 융통성 확보를 위한 국가적인 전략도 있는 만큼 관련 부처에서 기후변화 협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웅 부경대 교수는 BAU 방식이 사후평가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감축의지가 약하다는 오해를 불러오지만 BAU나 절대량 방식 모두 틀린 것이 아니라며 목표보다는 실행가능성을 강조했다. 또 해외감축분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만큼 이번 로드맵을 통해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절대량 방식으로 하자는 사람은 BAU 방식을 가변적으로만 보고, BAU를 찬성하는 사람은 분명한 목표치인 5억3600만톤만 본다”며 “둘 다 틀린 것이 아닌 만큼 해보지도 않고 기준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BAU 기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것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봐야 한다며 성장이 필요한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산업계 입장을 전했다. 특히 감축목표만 중시하다 보면 선진국 환경기술 의존도가 심해져 환경분야를 포함한 국내산업 전반의 발전을 제약할 소지도 있는 만큼 로드맵을 좀 더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원장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환경과 에너지 문제가 강하게 연관돼 있다”며 “온실가스와 환경을 다루는 환경부와 에너지를 다루는 산업부, 4차 산업기술을 맡는 미래부 등 유관산업과 부처 간 협업과 소통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을 진행하는 패널들 모습.

◆환경부, 국가목표 달성 가능성 최우선 고려
박용신 환경정의포럼 운영위원장은 6월말까지 로드맵 수정·보완을 완료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정부안이 확정이 안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국가’로 불리는 등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BAU방식을 절대량으로 전환하는 한편 해외감축분 역시 국내에서의 처리를 강하게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BAU 방식은 선진국들이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BAU 산정을 둘러싸고 매번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실질적인 노력보다 겉보기에만 효과가 크게 보이는 착시효과까지 있다”며 “이번에는 숫자와 기준연도 대비 얼마만큼 감축하겠다고 분명히 정해야 국민과 산업계에 정확한 알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예측가능성처럼 정부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기 위한 것으로, 당장이 아닌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온실가스 규제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전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되고, 규제를 통해 기업이 준비하고 산업경쟁력 확보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정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물론 산업부를 비롯한 산업계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국장은 “BAU 기준이냐 절대량 방식이냐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와 약속했는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 과거 목표 중 해외감축분의 경우 (실행방안 없이) 툭 던져놓은 것 밖에 없다. 국가가 확실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으로 이 기술(온실가스 감축 및 환경친화적 제품)을 도입하지 않으면 수입하지 않겠다고 하는 마당에 미룬다고 해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며 “해외감축분 역시 에너지믹스를 비롯해 석탄과 가스의 배분 등 어떤 것이 가장 이상적인지 보고 있다. 산업계에만 일방적으로 떠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회 기후변화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앞줄 오른쪽 처음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의찬 세종대 교수, 김정욱 녹색성장위원장, 홍일표 국회의원, 안병옥 환경부 차관, 김영훈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 정은미 산업연구원 산업경쟁력연구본부장, 이상엽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박용신 환경정의포럼 운영위원장, 이지웅 부경대 교수,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