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판교 대한송유관공사를 가다
국내 경질유 6일분 보관…수송량 점증

[이투뉴스] 한반도 땅속을 관통하는 총연장 1200km의 파이프가 있다. 바다를 건너 울산(SK이노베이션), 온산(에쓰오일), 여수(GS칼텍스), 서산(현대오일뱅크), 인천(SK인천석유화학) 등 국내 정유사 정유공장에 도착한 원유는 정제 공정을 거쳐 이 파이프를 타고 전국으로 공급된다.

울산을 출발지점으로 종점인 판교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까지 유류가 도착하기까지 보통 5일에서 최장 7일이 소요된다. 지난 24일 한반도 석유 공급의 대동맥이자 심장인 성남시 분당구 판교 대한송유관공사를 방문했다.  

◆ 송유관 통한 수송 매년 증가
송유관공사는 공사(公社)라는 사명과 달리 공기업이 아니다. 1990년 공기업으로 출발했지만 2001년 민영화 됐다. SK이노베이션이 주식 41.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GS칼텍스(28.62%), 산업통상자원부(9.76%), 에쓰오일(8.87%), 현대중공업(6.39%), 대한항공(3.10%), 한화토탈(2.26%) 등이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주주사가 고객사인 독특한 구조다.

공사는 휘발유, 등유, 경유, 항공유와 같은 경질유(輕質油)를 수송한다. 정유사로부터 석유를 받아 수요처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한국은 경질유를 3억569만배럴 가량 소비했는데, 이중 58.2%인 1억7803만배럴이 공사 파이프라인을 이용했다.  

나머지 40%는 유조차나 유조선, 유조화차(열차)를 통해 운송된다. 유조차는 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유조선은 수송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약점이다. 유조화차는 사고위험이 적고 기상조건에 제약이 없어 과거 강원도 수송에 쓰였으나 최근엔 경제성이 떨어져 물동량이 거의 없다.

이런 이유로 공사가 수송하고 있는 양은 점점 늘고 있다. 송유관을 통한 수송 비중은 2013년 53.3%부터 2015년 56.5%, 지난해 58.2% 순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송유관공사는 이 수치가 조만간 60%를 돌파하고, 최종적으로는 80%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남서해에서 판교까지 1200km 유류 대동맥

▲ 전국에 깔린 송유관 노선도 ⓒ송유관공사 홈페이지

지하 1.5~2m에 깊이에 파묻혀 있는 송유관은 크게 5개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출발점은 모두 바닷가에 위치한 정유4사 정유공장이다.

온산서 시작해 울산~대구~추풍령~대전~천안~판교로 이어지는 영남라인(454km)과 여수서 시작해 곡성~전주~대전~천안~판교로 이어지는 호남라인(476km)이 양대축이다. 기차 노선처럼 두 라인은 대전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후 판교까지는 2개 개별 송유관으로 운송된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영남라인, GS칼텍스가 호남라인을 쓴다. 현대오일뱅크는 남쪽에 정유공장이 있는 다른 정유사와 달리 서쪽 충남 서산에 공장이 있다. 때문에 현대오일뱅크는 서산~당진~천안으로 이어지는 호서라인(96km)을 이용한다. 

이 라인은 천안에서 호남라인과 합쳐진다. 인천부터 시작하는 경인라인(78km)도 있다. 과거에 인천정유(현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이 이곳에 있었다. 이 라인은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과도 연결돼 항공유를 공항에 전달한다. 최종 목적지가 유일하게 판교가 아니나 고양시다. 

이 외에도 공사는 평택 미군기지에도 항공유를 전달한다. 평택-인덕원-판교로 이어지는 TKP라인(76km)을 운영한다. 송유관공사는 송유관뿐만 중간 거점마다 저유소(貯油所)를 건설해 물량을 비축하고 있다. 현재 판교, 고양, 대전, 천안, 대구, 광주 등 전체 6개 저유소에 106개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6개 저유소의 전체 저장능력은 404만배럴. 송유관에도 석유가 차 있으니 이를 합하면 전체 500만배럴이 넘는다. 국내 하루 경질유 소비량의 6일분에 해당한다. 

▲ 판교 저유소에는 40개 탱크를 보유 중이다. 만배럴부터 최대 십만배럴까지 다양하다.

◆ 2020년 도유 0% 목표 플랜 수립
끊이지 않는 걱정거리는 도유문제다. 공사에 따르면 경제 불황기와 고유가가 겹친 2007년과 2008년 사이 도유가 성행했다. 2년 동안 전체 62건의 도유가 발생했는데, 이중 40건이 실제 도유하다 적발됐고 나머지 22건은 미수로 그쳤다.

최근 5년간은 이보다는 줄었다. 5년간 전체 73건이 발생했는데 절반가량만 도유하다 발각됐고 나머지는 미수로 기록됐다. 이중 누유나 화재로 이어진 건 8%인 6건, 굴을 파낸 도유는 전체 중 29%인 21건을 기록했다.

공사는 재산피해와 같은 1차 피해보다 인명피해나 화재, 상수원 오염 등 2차 피해가 더 중대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도유범들이 굴을 파거나 전자 정밀기기를 활용하는 등 지능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화하고 있어 과학적 시스템이 추가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공사는 도유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도유근절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2020년 도유 발생 0%를 목표로 뿌리 뽑겠다는 각오다. 순찰체계를 개선하고 인력 또한 늘리기로 했다. 취약구간에 CCTV도 추가 설치한다.

과학적 기술로도 도유를 차단할 계획이다. 정확하게 도유 위치를 알수 있는 d-POLIS 기술, PDMS(배관손상감시시스템), 열화상 카메라 등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최대 6000만원이었던 기존 도유범 신고 포상금을 1억원으로 높이고 경찰청, 석유관리원과의 협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도유범 장물범에 대한 형량 강화도 추진한다. 현재 도유 장물범은 불구속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유가 많아 재범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최연혜 자유한국당(비례대표)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고, 올 3월 상임위를 통과, 법사위에 상정돼 있다.  

최준성 송유관공사 대표는 "사업 특성상 일반 소비자와 접점이 없다보니 외부 노출이 그동안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번 도유근절 마스터 플랜은 도유범에 대한 선전포고이며 앞으로 도유범은 끝까지 잡아내 2020년 도유 0%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판교=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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