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로공약 월성 1호기, 안 닫나 못 닫나
폐로공약 월성 1호기, 안 닫나 못 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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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8.06.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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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경제성 용역 결과 놓고 전전긍긍"정치적 수명연장, 정치적 번복 안돼" 지적도
▲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과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무효 국민소송인단이 지난 5월 조기폐로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 1호기 폐로(廢爐)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달내 폐쇄시기와 절차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아직 충분한 명분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의  약속 이행과 정치적 부담 사이에서 정부가 또다시 결정장애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원자력 당국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산업부는 월성 1호기 폐쇄가 경제적으로도 타당하다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올초 국내 모 회계법인에 관련용역을 의뢰했고 최근 그 결과를 수신했다.

앞서 작년말 정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월성 1호기 폐쇄시기를 올해 상반기로 못 박고 해당원전을 수급기여(공급가능) 설비에서 제외했다.

월성 1호기는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22년말까지 운영허가를 연장해 준 노후원전이다. 고리 1호기(영구정지)에 이어 국내서 두 번째로 가동된 원전으로,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2년 11월 운영허가 만료로 가동을 중단했다가 3년 뒤 수명연장 결정으로 재가동했다.

하지만 계속운전 허가 전부터 안전기준 충족여부와 규제당국의 졸속승인이 논란이 됐고, 급기야 작년 2월 시민사회와 지역주민들이 제기한 허가무효 소송에서 허가취소 1심 판결이 떨어져 원안위가 항소한 상태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월성 1호기를 포함한 설계수명 만료 원전의 즉각폐쇄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결정 직후에도 “수급 안정성이 확인되는 대로 가동을 중단하겠다”며 공약 이행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폐로수순을 밟아가는 과정에서 의뢰한 경제성 분석 용역결과에 산업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원자력계 내부의 전언이다. 운영중단이 합리적이란 명분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어떤 입력자료를 대입하더라도 경제성이 확보된다는 결론이 나와서다.

물론 월성 1호기 폐로는 경제성 뿐만 아니라 지역 수용성, 운영 안전성, 전력수급 안전성 등 다양한 요인을 두루 따져보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란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이중 일단 수급측면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한국수력원자력 하반기 정비일정 계획에 의하면 하절기를 포함해 연내 가동을 멈추고 정비를 받아야 하는 원전은 월성 3호기를 비롯해 6기다.

월성 3호기가 이달 11일부터 8월 5일, 한빛 2호기가 내달 16일부터 10월 6일, 한빛 1호기 8월 21일~11월 21일, 한울 1호기 8월 29일~11월 21일, 한빛 5호기 9월 27일~11월 29일, 한울 6호기 10월 26일~12월 29일까지 운전을 중단하고 정비를 하거나 핵연료를 교체한다.

하지만 연내 신한울 1호기(1400MW)와 동급 신고리 4호기, 제주복합(240MW)이 가동에 들어가는데다 내년에도 신한울 2호기(1400MW), 서울복합 1,2호기(800MW), 신평택복합(951MW) 등 대형 발전소가 줄줄이 가동돼 679MW급 월성 1호기 가동중단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신규 증설되는 발전설비(열병합포함)는 모두 7118MW에 달하며, 폐지설비는 조기폐로 대상인 삼천포 1,2호기(석탄)와 영동 2호기를 포함 1480MW(월성 1호기 제외)에 불과하다. 

산업부는 현재 해당 용역에 대한 추가 검수용역 의뢰를 추진하는 한편 원자력 규제당국과도 영구정지에 대한 운영변경 허가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산업부가 이달 중 한수원이 임시이사회를 열어 스스로 조기폐쇄 방침을 결정하도록 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산업부 책임전가 논란과 한수원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본지는 산업부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월성 1호기 폐로에 관한 각 진영 관점은 엇갈린다. 원자력을 옹호하는 진영인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추구하는교수협의회 이덕환 공동대표(서강대 교수)는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다면 (1호기 폐로가)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볼 수 없다. 이 정부라면 절차적 정당성과 법치를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찬반 오차범위 안에 있는 탈원전 정책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동의한 것처럼 했다. 탈원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는지, 정책에 대한 공론화가 있었는지를 봐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는 건 새로운 적폐다. 우리 사회가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 원전을 쉽게 포기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의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승인 자체가 각종 부실근거 자료에 따라 이뤄졌다고 줄곧 지적해 온 원자력 전문가 단체는 "탈핵은 가야할 길이지만 정당한 기술평가를 거쳐 근거를 분명히 해야하며, 차제에 계속운전 자체가 정치적으로 결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월성 1호기는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안된 상태서 원안위가 승인하고 넘어간 것이 가장 문제"라면서 "이미 법원의 위법판결이 났으니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 그런 뒤 최신기술 기준으로 재평가해 안전확보를 위한 비용을 도출하고, 그걸 토대로 (폐로가)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계속운전 자체는 정치적으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준에 합당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지난 정부가 정치적으로 결정했다고 그걸 다시 정치적으로 뒤엎는 건 서로 모순에 빠진다. 옛 원안위 직원들이 그대로 주요보직에 있는 한 자체 개혁이 어려우므로 총리실 차원에서 외부전문가 위원회를 꾸려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미 폐로가 결정된 만큼 지체없이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부장은 “월성 1호기는 국가적 안전의 문제다. 이미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제외된 만큼 그걸 근거로 한수원이 폐쇄를 결정하면 될 일”이라며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등 더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한 일이 산적해 있는데 언제까지 월성 1호기 문제로 시간을 끌텐가. 또 다른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사안은 최대한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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