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개발자금 유입 시 해상풍력시장에서 '빛좋은 개살구' 가능성 농후

[이투뉴스] 해상풍력 REC(신재생 공급인증서) 가중치 상향 조정 등 풍력시장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가 정작 뚜렷한 국산 풍력기자재 성장대책을 제시하지 않아 국내 풍력시장이 자칫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정부는 ‘RPS(신재생 공급의무화)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해상풍력 REC가중치를 기존 1.5~2.0에서 2.0~3.5까지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가중치는 연계거리에 따라 복합가중치를 차등 적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해상풍력 REC가중치는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에만 적용될 공산이 크다. REC가중치는 관련법에 따라 3년마다 조정된다. 이번 공청회가 1년 연기돼 조정까지 남은 기한은 2년 남짓. 여타 해상풍력단지는 주민반대·개발행위허가 미승인 등 문제로 개발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서남해 해상풍력에 적용되는 REC가중치는 현재 2.87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단지 내 전력연계망 설치비용을 고려해 3.03수준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 온다. 

당장 개발이 쉽지 않지만 일단 풍력시장 확대시책에 투자·개발사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맥쿼리, WPD, CIP, 외르스테드(前 동에너지)등 풍력분야 유명 해외기업들이 국내 해상풍력시장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수개 해외투자·개발 관계자들이 방한하는 등 최근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고조됐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전언이다. 수조 이상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매몰비용을 포함해 가까운 미래에 개발가능성 있는 부지는 모두 훑어보고 있고, 이미 경상북도 먼바다와 신안 앞바다 등은 활발히 투자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해외 투자·개발사들이 국산 기자재를 사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 육상풍력 개발 시에도 상대적으로 운영실적과 가격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지멘스, 베스타스 등 외산기자재를 선호했다. 캐나다 풍력개발업체 관계자는 “가격·수익측면에서 한국 기자재가 경쟁대상이 되긴 아직 이르다”며 “특히 해상풍력 기자재는 신뢰도 측면에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제주도에서 탐라해상에 이어 두 번째 해상풍력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한림해상풍력도 터빈 선정에서 지멘스 기종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발전기 부품을 공급하는 A사 관계자는 “정부의 재생에너지3020이행계획 발표 후 첫 번째 해상풍력단지가 될지 모르는 한림해상풍력에서 외산기종이 쓰이는 건 상징적으로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정작 시장만 키우고 잇속은 외산업체만 가져가게 되는 꼴이다. 잘못한 일도 많지만  국가도 기업도 많은 투자를 해왔고,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도 이제야 열리고 있다. 국내 업체에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정부는 보호무역 철폐를 기초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제 조항으로 국산 기자재를 지원할 방법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WTO규제조항에 대해 B사 관계자는 “WTO 제소기간이 4~5년으로 국산 기자재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은 벌어줄 순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 누군가 소위 옷을 벗을 각오로 책임을 져야하는 방법”이라며 “WTO와 무관하게 REC등 인센티브 지원을 위한 유관기관 내부평가 시 지역경제 기여도 등을 항목으로 설정해 국산기자재를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