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한국 실정에 재생에너지 비중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그만큼 전기 생산에 필요한 석유·석탄·천연가스 수입량을 줄일 수 있다. 국제유가 등락에 좀 더 초연해 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화석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임으로써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 감소하는 효과도 있다. 장기적으론 원전사고 위험과 방폐물 처리부담도 낮춰준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만으로 에너지수급,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안보, 에너지 안전 문제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찔끔찔끔 높여온 재생에너지 비중을 이제라도 눈에 띄게 늘려야 할 이유다.    

한국은 2030년까지 전력공급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려면 태양광이나 풍력을 대거 확충해야 한다. 설비용량으론 약 50GW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추산 110조원이란 적잖은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는 전체 설비의 약 60%(29GW)를 발전사 대규모 사업으로 채우겠다고 한다. 이들 발전사는 현재 전체 전력공급의 85%이상을 맡고 있다. 나머지 15%가 대기업 민자발전사 몫이다. 이 구도라면 12년뒤 에너지원별 비중은 달라져도 공급자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일이 아니라 소수 대형공급자를 다수 중소 소비자겸 공급자(프로슈머)로 바꾸는 일이다. 그 과정에 중앙집중식 화석에너지 공급체계가 만든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에너지 사용에 대한 소비자 결정권을 회복시켜 가격소비 대신 가치소비를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부 재생에너지 3020계획이 이런 측면까지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사실 그런 그림과 거리가 먼 반쪽짜리 에너지전환 계획으로 보인다. 

에너지전환 과정의 재생에너지 산업화 계획이 백지상태나 다름없다는 것도 문제다. 어떤 산업을 어떻게 키워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이나 실행계획 없이 그저 양적인 확대해 치중해 있다. 글로벌 산업은 이미 꽁무니가 보이지 않을 만큼 멀찌감치 나가 있다. 뒤늦게 내수를 키워 열심히 따라가겠다면 안이한 생각이다. 그렇게 해선 산업화는커녕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좀비 같은 국내기업을 다수 만든다고 일자리가 유지되거나 국제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다.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    

최근 산업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가중치 조정안을 보면서 절망감이 더욱 깊어졌다. 이전 정부와 조금도 달라진 것 없는 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철학을 무심결에 엿본 느낌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진정성은 커녕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과정도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 아닌가 싶다. 서울을 왜 가는지 까먹고 서울만 가서 뭘 하겠다는 건가. 재생에너지 비중만 높인다고 에너지전환이 실현되지 않는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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