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대표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

▲ 김소영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대표

[이투뉴스/ 김소영] 6월 초인데 벌써 서울의 수은주가 30도를 넘어섰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역도 많다. 놀랍지도 않다. 이제 기후변화 문제는 모두가 공감하고 우려하는 의제가 되었다. 2011년 여름 전력예비율 부족으로 인한 순환정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과연 올 여름은 전기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도시지역은 1차에너지 소비량의 약 64%를 소비하고 있으며 도시로의 인구집중이 지속되고 있어 도시의 에너지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겠지만 도시는 건물과 수송부문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에너지기술전망 2016> 보고서는 밝힌 바 있다.

그렇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곳이 도시라면 에너지 사용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해결책도 도시에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C40, ICLEI, Climate Alliance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 도시들의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 관련 정책권한은 지나치게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고 지자체는 단순한 집행 수준에 머물러 도시의 특성에 적합한 효과적인 정책의 입안과 수립이 어려운 구조에 있다.

무언가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기존의 대형발전, 중앙집중식의 에너지 대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도시의 특성에 맞는 에너지 대책으로 에너지자립도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저감하면서도 시민 삶의 질은 저하시키지 않아야한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원전하나줄이기’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3월)와 전국 순환정전(9월) 등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당시 2.95%밖에 되지 않던 서울의 전력자립률을 높여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2012년부터‘원전하나줄이기’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친환경에너지 생산 확대, 에너지이용 효율화 및 에너지 절약 등을 통하여 원자력발전소 1기가 연간 생산하는 만큼의 에너지(200만 TOE)를 절감·대체하기 위한 사업으로 정책의 입안부터 시행, 평가까지 ‘원전하나줄이기 시민위원회’와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등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2년 출범초기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원전하나줄이기사업은 원전1기분의 에너지생산·절감을 당초 목표보다 6개월 빠른 2014년 6월 조기 달성하였고 서울시는 다시 2단계 계획을 수립하여 2020년까지 추가로 원전2기분의 에너지를 생산·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약 100여개의 단위사업들을 추진 중에 있다.

에너지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는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사업과 같은 정책들이 전국가적으로 시행된다면 우리가 지금 격고 있는 에너지 고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원전하나줄이기’사업 중 성과가 높고 타지자체에서도 시행할 수 있는 사례들을 들여다보자.

첫째, 태양광 발전시설 보급은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이 시행되기 전인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설치된 용량의 누계가 약 24MW였으나 2017년말기준 약 145MW로 무려 6배가 늘어났다. 사실 서울은 태양광 발전시설 보급에 불리한 지역이다. 넓은 유휴공간도 없고, 위도가 높아 일조조건도 남부지방보다 나쁘며, 무엇보다도 지가가 높아 태양광발전시설에 민간의 투자 유치가 어려웠었다.

서울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혁신적인 제도 개선을 통하여 태양광발전을 위한 ‘공간을 창출’하였다. 정수장과 지하철차량기지 와 같은 공공시설 유휴공간뿐만 아니라 아파트 베란다, 건물 외벽 등 태양이 내리쬐는 모든 공간을 태양광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공공부지를 통한 발전의 경우 부지를 민간에 임대하고 임대료를 지가기준이 아닌 설치용량기준으로 바꾸어 대규모 민간투자를 유치하였으며, 소규모 태양광 시설에 대하여는 이명박 정부가 폐지한 발전차액지원지원제도(FIT – Feed In Tariff)를 통한 수익성 보전으로 보다 시민들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였다.

이러한 서울시의 정책들은 타지자체에도 파급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정부도 소규모발전시설에 대한 FIT의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둘째. 에너지이용효율화 부문은 가장 높은 성과를 보이는 부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시는 중규모 이상의 신축건물의 경우 일정수준 이상의 단열성능을 가지도록 의무화 하였다. 그리고 사용되는 에너지의 일정부분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얻을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동시에 그 기준을 매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기존 건물은 에너지성능 개선공사 비용을 장기저리로 융자함으로써 초기투자비용 부담을 경감하여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총 5400개 건물이 융자지원으로 에너지성능개선 공사를 마쳤다.

에너지효율부문 사업의 성과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LED조명 보급이다. 필자는 서울시가 우리나라 LED산업의 모태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LED조명은 보급초기 높은 가격과 낮은 품질로 인하여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었으나, 서울시는 LED조명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가정과 사업부문의 에너지 사용량 저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하고 관련기업, 연구기관과 함께 성능개선과 보급기준 설정을 주도하였으며 현재 공공기관의 실내조명을 거의 다 LED조명으로 교체 완료하였다. 특히, 지하철역사의 조명기구의 경우는 한국정책금융공사와 협업을 통하여 서울시의 재정지원 없이 총 64만개의 전등을 교체하는 모범사례도 만들었다.

셋째, 시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필수요소로 하는 에너지절약 부분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시민참여형 에너지절약정책인 에코마일리지제도는 가입자수가 2017년말 기준 198만명으로 서울시 전체인구의 약 20%이다. 많은 시민들이 에너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절약에 동참한 결과 2017년말까지 약 90만TOE를 절감하였다.

또 따른 시민참여 사업인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은 도시형 에너지자립마을 표준모델을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주변마을로 확산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서울에는 현재 총 100개의 에너지자립마을이 있다. 2012년 동작구의 성대골마을을 비롯한 7개 마을로 시작된 에너지자립마을은 에너지효율화, 절약, 신재생에너지 생산이라는 당초 사업목표에 부가하여 에너지활동을 매개로 주민간 유대가 강화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원전하나줄이기’사업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사업이다. 특히 2013년에는 UN 공공행정상 등 각종 국제기구로부터 다수의 수상을 하였으며 국내외 공공기관 및 국제기구, 대학 등에서 서울시를 방문하여 배워가고 있다. ‘원전하나줄이기’와 같은 사업들이 전국 지자체로 뻗어 나간다면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극복이 먼 훗날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서울시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는데 더욱 노력해주기 바란다. 특히 많은 시민들이 에너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생산과 소비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조성에 서울시가 시민들과 함께 더욱 고민해 주기 바란다. 시민펀드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설치사업은 주민의 수용성도 높이고 소득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정책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옥상을 활용한 태양광설치가 이러한 사업형태로 진행된다면 이해관계자들의 호응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이 좋은 일자리 만들기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특히, 요즘 가장 큰 사회문제 중 하나인 청년 일자리와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에게 맞는 일자리들이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통해 늘어나기를 바란다.

끝으로, 최근 경주와 포항 지진으로 다시 불거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불안감과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 문제는 소수의 앞서가는 도시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효율적인 정책수행에 중앙정부가 앞장서고 전국의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야 할 때이다. 물론 이 과정에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어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김소영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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