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에 등장하는 화면들이 에너지절약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한겨울 영하의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아파트나 고급 주택에 살고 있는 화면의 주인공들은 런닝셔츠 차림이 보통이다. 심지어는 외출복 안에 반팔을 입은 여성의 등장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TV 드라마에 나타난 행태는 국민과 소비자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송사 측이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프로덕션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반론할수 있다.

 

서울 강남 등 고급아파트의 실내온도가 적정온도인 20도를 훨씬 넘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더 많은 서민들은 집안에서 겨울에 런닝셔츠 차림으로 생활한다는 것을 상상할수 조차 없다. 이 또한 일반 국민에게는 위화감을 조성하는 요인일수 있다.

 

물론 촬영현장은 많은 조명등을 사용함으로써 실제로 온도가 높아 드라마에 나오는 탈랜트들이 너무 더워서 런닝 차림이나 반팔 옷차림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할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국민이나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처럼 드라마에서는 에너지 절약과는 거리가 먼 장면들이 자주 나오는가 하면 라디오나 TV의 광고시간에는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는 광고도 나오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전파는 본질적으로 국민의 것이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도 방송사는 광고를 얻는데만 열중할게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적인 어젠다인 에너지 절약에 기꺼이 한몫을 맡아야 한다.

 

외국에서 학창생활을 보냈던 한 에너지기업의 총수는 우리나라가 에너지문제에 대해 너무 안이하다고 개탄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전혀 에너지 아까운지를 모른다는 한탄이다. 더욱이 중국을 비롯한 인도 등 근년들어 급부상하는 국가들이 아프리카 등을 돌아다니며 유전이나 가스전을 싹쓸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방송위원회에도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각종 프로그램 심의에 임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TV 드라마는 비록 그것이 픽션이지만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 프로그램 심의위원회는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따지는데 그칠게 아니라 에너지 절약에도 보다 적극적인 입장에서 심의에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

 

아울러 과소비 또한 보다 광범위한 차원에서는 에너지 낭비와 직결되는 문제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외제차나 고급승용차의 빈번한 노출 역시 소비자와 국민에게는 알게 모르게 과소비를 조장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제재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방송사 스스로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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