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에너지 뇌물' 폄하 … "자국 빈곤층 외면" 지적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석유 외교가 많은 외국 팬들을 확보했다고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가 5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가 영국 런던의 25만 시민들을 위해 대중교통 연료 공급 가격을 20% 인하했고 이미 뉴욕과 보스턴 등 미국내 주요 도시들, 쿠바와 니카라과 등 10여개 국가들에게도 값싸게 석유를 제공한 사실을 예시하며 이렇게 전했다.

 

신문은 차베스 대통령이 '21세기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처럼 석유를 싼 값에 공급하는 외교를 벌이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지배력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포모나 칼리지의 중남미 석유 및 정치 전문가인 미구엘 팅커살라스 교수는 "차베스 정부는 이처럼 국제적으로 여러 협력을 통해 자국의 위상을 높임으로써 자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힘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전시효과'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좌파 성향의 남반구문제위원회(COHA)의 래리 번즈 국장은 차베스의 석유 외교로 인해, 심리적으로 뿐 아니라 실제로도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 사이의 상호의존관계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차베스의 석유 외교를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 뇌물'에 비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역시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보수주의 성향의 에너지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세계안보분석연구소(IAGS) 공동 사무총장인 갈 루프트는 차베스의 석유 외교를 '에너지 뇌물 공세'라고 폄하하면서 "차베스는 지금 얼마 안되는 석유 자금을 체스판에 올라 있는 여러 패에 쏟아 붇고 있다"고 비난했다.

 

루프트 총장은 또 차베스의 석유 외교 영향력이 과대평가되고 있다면서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의 4대 수입국으로 미국이 차베스를 필요로 하기 보다는 그가 더 미국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각국 지도자들은 차베스의 돈이 떨어질 때면 모두 그의 곁을 떠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지난주 차베스 정부가 미국 정책결정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워싱턴의 '인터 아메리칸 다이얼로그' 부소장인 마이클 쉬퍼는 "차베스는 중남미 국가들에게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지적할 수는 있어도 그의 방식은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베네수엘라의 빈곤층 인구가 전체의 38%에 달하는 현실에서 차베스 대통령이 자국 빈곤층을 외면한 채 선진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빈곤층을 돕는데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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