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셰르 원전 건설대금 두고 '불협화음'

이란 핵문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추가제재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이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던 러시아가 완공 직전의 부셰르 원전을 놓고 이란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주목된다.

 

러시아는 12일 이란이 지난 1월 17일 이후 2000만 달러에 달하는 부셰르 원전 건설대금 납부를 미루고 있어 불가피하게 올해 9월로 예정된 가동 시작 시기가 2개월 정도 늦춰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또 이에 따라 애초 이달부터 부셰르 원전에 쓰일 핵연료 공급도 대금 납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무기한 연기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가 유엔의 추가 제재 논의에도 이란이 예상외로 강경하게 맞서자 추가 핵제재안 결의까지 서방의 보조에 어느정도 맞춰주는 것이 낫다는 계산을 깔고 이란의 핵문제에서 잠시 발을 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란은 부셰르 원전 대금 납부를 지연했다는 러시아의 주장과 관련, "이란은 재정적인 의무를 다 이행했다. 원전 가동 기일이나 맞추라"며 맞서고 있다.

 

급기야 이란 핵협상 대표 알리 라리자니가 13일 러시아가 부셰르 원전에 쓸 핵연료 공급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러시아는 (9월 가동)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란 의회 의원 라술 세디키 보나비는 "러시아는 갈취범"이라며 수위 높은 감정적 반응까지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일부 언론을 통해 러시아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동참하기 위해 부셰르 원전을 구실로 이란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솔솔 흘러나와 이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엔 안보리의 핵제재안 결의시 러시아의 반대로 표결 시기가 계속 늦춰졌었고 제재 수위도 상당히 낮아졌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러시아는 적어도 핵 문제에서 만큼은 사실상 이란의 보호막이었다.

 

이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카젬 잘랄리 대변인이 13일 "원전 건설 지연은 러시아와 이란의 사이를 갈라 놓으려는 '적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란도 최근 러시아의 예전같지 않은 움직임을 의식한 발언인 셈이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이란과 끈끈한 '핵공조'를 과시했던 러시아가 건설 재개 10여년간 건설해 온 부셰르 원전을 완공 직전에 와서 뒤틀어 버린다면 이란이 감수해야 할 국가적ㆍ외교적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셰르 원전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이란을 연결하는 끈이었을 뿐 아니라 '평화적 핵기술 개발'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실증해 보일 수 있는 기회인 탓에 러시아의 '변심'에 이란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자주적 핵기술 개발을 강행하면서 강경 반서방 노선을 고수해온 이란의 현 정부로선 러시아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란 남서부의 걸프 연안에 있는 부셰르 발전소는 이란의 첫 원전으로 발전용량은 1000㎿며 건설 비용은 8억∼10억 달러 정도다.

 

1975년 독일(당시 서독)의 지원으로 건설이 시작됐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독일이 손을 뗐고 1980∼88년 이란ㆍ이라크전에서 폭격으로 파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1995년 러시아와 계약으로 건설이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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