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전대책'편

원전 반대론의 논거 중심에는 ‘안전사고’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사능 누출사고는 자칫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런 이유로 원전의 안전대책은 사고 확대를 최대한 억제하는 ‘심층방어’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기고장과 운전원의 실수가 겹쳐진 상태’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체르노빌 사고 역시 어이없는 운전원의 실수가 반복되면서 발생했는데, 현재 대부분의 원전은 최악의 경우에도 원자로 보호 설비가 사고를 자동 감지해 스스로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택하고 있는 심층방어의 핵심은 여러 겹의 방호벽을 설치해 방사성 물질의 외부누출을 막는 ‘다중방호설비’다. 우리나라 원자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경수로는 5단계의 방호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선 압축 성형으로 가공된 산화우라늄 속에 핵분열로 발생된 방사성물질이 갇힌다. 이 연료펠렛을 감싸고 있는 제2방호벽이 연료피복관인데, 연료 펠렛을 빠져나온 소량의 가스 성분은 지르코늄 합금 성분의 금속 피복관으로 밀폐된다.

 

또 연료 피복관에 결함이 생겨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올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두꺼운 강철 소재의 원자로용기가 씌어진다. 원자로 용기 자체가 제3방호벽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연료 노심이 녹아버린 멜트다운 상태를 대형 원전사고로 보는데, 원전의 방호체계인 제2방호벽이 무너진 상태를 의미한다. 다행히 체르노빌이나 트리마일 사고 외에 전 세계적으로 제3방호벽까지 무너진 전례가 없다.

 

20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 우리나라는 1999년 10월 월성 3호기에서 발생한 중수 누출사고가 가장 중대한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원전의 냉각제로 쓰이는 중수가 누출돼 현장 인부 22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는데, 다행히 중수누출이 발전소 내에 국한돼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

 

한국수력원자력 발전처의 한 관계자는 “7등급으로 나뉘는 원전의 사고 등급은 방사능 누출이 발전소 내부에 그치느냐 외부까지 확대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종사자의 피폭선량도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둥근 외형은 원자로의 형태에서 기인한다. 원자로 건물 내벽은 두꺼운 강철판이 설치돼 있어 만일의 사고에 방사성물질을 건물내로 밀폐하는 제4방호벽 역할을 한다.

 

원전의 최후 방호벽은 이 내벽을 감싸고 있는 120cm의 철근콘크리트 외벽이다. 구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는 제5방호벽으로 분류된 원전 외벽이 있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똑같이 원자로가 녹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미국의 트리마일 사고는 원자로 건물 내에 방사성물질의 갇혀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던 것과 비교된다.

 

이처럼 다중 방호벽을 갖춘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로의 이상을 감지하는 보호계통, 정지계통, 비상노심냉각계통 등의 사고 예방설비가 함께 운용되고 있다. 이들 설비는 각각 독립된 비상 시스템을 갖춰 만일의 사고에 신속한 대처를 가능케 한다.

 

이 같은 사고 억제 예방시스템 외에도 원전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강제 공기순환 정화기기, 사고시 원전내의 압력을 삽시간에 저하시키는 스프레이 시스템 등 사고완화 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구권회 한국수력원자력 안전기술처 안전총괄부장은 “원전이 아무리 심층방어개념과 안전설계 기준을 적용했다 하더라도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운영, 관리되지 않으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 며 “이런 이유로 원자력안전관리는 사업자, 정부, 규제기관이 삼각체제를 갖추고 종합적인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전 당국의 지속적인 안전성 홍보에도 대다수의 국민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폐장 건설부지 확정에 20여년 가까이 소요된 현실은 님비현상만으로 설명되어질 성질이 아니다.

 

최근 원전 사업자 측이 가급적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쪽으로 홍보 정책을 선회한 이유도 이 같은 불신을 씻기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원전의 상존하는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염광희 환경운동연합 간사는 “사고의 속성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장소에서 발생하는 것” 이라며 “다중의 안전장치만 믿고 발전소를 증설한다는 것은 사고위험을 확대시키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고리 원전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의 경우도 내부 소방대가 있었음에도 적시에 대처하지 못해 외부 소방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며 안전대책을 강구보다 일에 앞서 위험요소를 줄여나가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Tip : '심층방어'란…

이상상태가 발생하는 일 자체를 최대한 억제하되, 만일 이상상태가 발생해도 더 큰 사고로 진전되는 일을 막고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어체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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