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시기 조정, 학점 비중 및 어학점수 낮춰

기획예산처는 공기업 입사시험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않다고 밝혔다. 기획처는 공공기관들이 ▲비슷한 유형인데도 불구하고 채용시기 등이 다르고 과목도 복잡해 상당히 혼란스러운 데다 ▲어학성적과 학점을 지나치게 강조해 사실상 유능한 인재들의 취업을 막는 결과를 낳고 있으며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정의적·사회형평적 채용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기획처는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공기업 채용방식 개선안을 마련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경영혁신지침에 담아 다음달 말이나 5월초에 100여개 공공기관에 내려보낼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기획처는 최근에 취업준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입사시험 준비에 어떤 애로점이 있는지 파악하는 등 제대로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공기업의 입사시기 조정한다
기획처는 공기업들의 채용시기가 부정기적인 경우가 상당히 많은 데다 정기적으로 뽑는 일부 대형 기관들도 상반기·하반기·12월 등으로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채용공고 방식·서류전형 기준·필기시험 과목·면접방식 등도 달라 입사 준비생들이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게다가 특정 공공기관에 합격한 사람이 다른 공공기관 입사시험에도 응시해 경쟁률이 수백대 1로 치솟지만 정작 합격한 이후에는 출근하지 않아 일부 공공기관들은 다시 복잡한 채용전형을 밟아야 하는 등 비효율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이미 채용을 완료했거나 진행중인 기관의 취업 경쟁률은 인천항만공사 741대 1, 가스안전공사 행정직 450대 1, 기술신용보증기금 일반직원 260대 1, 조폐공사 173대 1 등에 이르렀다.


규모가 큰 기관들은 입사 전형과 관련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나 담당직원도 많지 않은 소규모 공공기관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신입사원을 뽑는데 수만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렇게 되면 서류전형을 실시하고 필기시험을 치르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기획처는 비슷한 유형과 성격의 공공기관들을 묶어 특정기간에 입사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시험시기 등에 대한 혼란이 줄어들고 중복시험·중복합격에 따른 비용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기획처의 설명이다.


아울러 기획처는 매년 연말에 다음연도 채용규모 및 시기 등을 통합 공고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공공기관 채용정보를 일목요연하게 공시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기획처는 공공기관별로 통합공채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에 올려놓고는 있으나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런 방식의 시험은 공공기관의 특성에 맞는 인재를 고르는데 적합하지 않은 데다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학성적과 학점비중 낮춘다
기획처는 공기업 입사시험에서 어학성적과 학점 비중의 하향 조정은 공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익·토플 등 어학점수나 대학의 학점 등이 일정수준에 이르면 되는 것이지 최종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우수한 인재를 놓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공인 어학성적이 좋다고 해서 회화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며 업무능력과의 연관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공공기관들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미 어학성적의 비중을 낮추고 있다. 토지공사는 올해 3월 채용에서 어학점수는 서류전형의 기준으로만 활용했다. 이전에는 어학 점수가 높으면 면접후 최종합격에도 유리했었다.


한국전력도 과거에는 토익점수가 높을수록 최종합격자에 유리하도록 했으나 작년부터는 사무직 900점과 기술직 800점이상은 모두 만점으로 간주하는 대신에 전공지식과 자격증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비중을 높였다.


기획처는 아직도 상당수의 공기업들이 어학성적이나 학점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보고 혁신지침을 통해 이들 시험의 비중을 떨어트리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한상록 기획처 공공기관혁신지원팀장은 "어학성적과 학점의 비중을 어떤 방식으로 낮춰야 하는지를 정부가 구체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해당 공공기관들이 어학성적·학점을 서열화해 반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권고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무능력·사회선행 등 비중 높여
기획처는 어학·학점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에 해당기관의 업무에 적합한 인물인지 평가하는 직무능력검사 모델을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모두 이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비슷한 성격·업무를 갖고 있는 공공기관들을 묶어 공동의 모델을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의 입사전형에서 공기업 최초로 직무능력검사를 실시한 상태라고 기획처는 전했다.


기획처는 아울러 공공기관은 일반기업과 달리 사회적 책무가 강한 만큼 사회정의·사회형평적 채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기획처는 이미 지난 2005년부터 여성·장애인·지방대생에 대한 채용을 권장하고 있다. 기획처는 이번에 사회선행자·저소득계층·의상자 등의 채용을 추가로 권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팀장은 "이들을 무조건 합격시키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들에게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1차 관문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회적 형평적 채용은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 기획처의 판단이다.


지역난방공사가 작년에 ▲장애인 5명 ▲읍소재지이하 지방에서 초중고 12년을 다닌 사람 8명 ▲의로운 일을 하다 부상당한 사람 4명 ▲착한 일을 해서 장관상 이상의 표창을 받은 사람 4명을 각각 채용했다. 이들의 업무능력은 일반공채 출신이나 전문인력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떤 기관들이 대상인가
310여개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운영법 시행에 따라 다음달 초에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으로 다시 분류된다.


여기에 우선 90여개에 이르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은 모두 채용방식 개선 대상에 들어간다. 또 기타공공기관 가운데 공기업의 자회사를 비롯해 비교적 규모가 큰 기관들도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채용방식 개선대상 공공기관은 100여개에 이른다.


이들 공공기관에는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공항공사·한국감정원·한국관광공사·한국관광공사·한국도로공사·대한주택보증·한국토지공사·대한주택공사·컨테이너부두공단·인천항만공사·전력거래소·한국철도공사·철도시설공단·전기안전공사·농수산유통공사·가스안전공사·KOTRA·자산관리공사·공무원연금관리공단·국민연금공단·예금보험공사·건강보험공단·신용보증기금·근로복지공단·주택금융공사 등 대부분의 유력 기관들이 포함된다.


한팀장은 "경영혁신 지침에는 공통과제와 자율선정 과제가 있는데 취업방식 개선은 자율선정 과제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하고 "자율선정 과제를 이행하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되므로 이행을 담보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혁신지침에 들어가는 내용은 해당 공공기관을 관장하는 주무부처가 관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행하게 된다"면서 "이번 취업방식 개선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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