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지역 전력공급 - 현황편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상화리 126번지. 여수항에서 배편으로 한 시간 반이 소요되는 상화도(上花島)에 어둠이 깔렸다. 50여 가구, 100여명이 살고 있는 상화도가 굵직한 엔진음을 내뿜는 디젤발전기에 의지해 무더운 여름밤을 나고 있다.

 

현지서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김재곤 발전소장과 직원 3명은 낡은 발전기가 언제 말썽을 부릴까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내구연한이 다 된 발전기가 최근 들어 고장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화도에 한국전력의 지원으로 설치된 발전기는 총 3대. 1기가 가동될 때 또 한대는 언제든 가동할 수 있도록 ‘대기상태’를 유지하고, 나머지 한 대는 예비기기가 된다. 140마력 2기와 얼마 전 교체한 170마력 1기 등 총 3대의 발전기가 섬 하나의 전기를 책임지고 있다.

 

김재곤 소장은 “섬 지역이라 그런지 해수기(염기) 때문에 기기 마모가 빠르다” 며 “내구연한이 다 된 발전기는 수리비가 더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고장이 발생해도 바로 수리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워낙 육지와 떨어진 낙도(落島)라 부품수급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상화도 발전소에서 1기의 발전기가 생산하는 전력은 약 80kW. 섬 주민 전체가 24시간 쓰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약 한 드럼의 경유가 소요된다. 그나마 섬 지역은 면세유 혜택을 볼 수 있어 일일 13만원으로 하루치의 전력을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여름철엔 상화도와 같은 섬지역도 전력난에 시달린다.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가 이 지역에 도입되면서 전력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상화도 전기공급을 관리하고 있는 홍은수 여수시청 도서개발사업소 계장은 “섬이라도 피크 때는 용량이 부족해 2개의 발전기를 돌려야 할 만큼 부하가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 발전기의 유지보수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홍은수 계장은 “상화도 외에도 초도나 손죽도와 같은 섬의 발전기도 내구연한이 다 되어 간다” 며 “예방정비를 하고 있지만 노후된 기기를 손보는 일도 한계가 있다” 털어놓았다.  

 

전국의 유․무인 도서는 총 3136개. 이중 상화도처럼 자가발전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 지역은 82개소다. 약 4만 7992명의 도서 국민이 자가 발전에 전력을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 지역에 한전이 공급한 발전기는 모두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발전기’로 1993년부터 설치돼 사실상 수명을 다한 상태다. 교체 시기가 임박해 옴에 따라 한전은 이들 발전기를 신형 발전기로 교체할 계획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도서가 태양광 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전력원으로 사용하면서 섬 지역 전력공급 체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총 11개의 도서가 주민자치나 지자체 지원을 통해 태양광 발전을 도입하고 있는 것.

 

섬은 해풍이 많고 상대적으로 일사량이 많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입지조건에 유리한 측면이 많지만, 아직 디젤엔진에 의존한 기존 전기공급 시스템이 전력원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힘써 온 김태호 에너지 나눔과평화 사무총장은 “주민자치로 설치된 섬 지역의 발전기 모두가 태양광이라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며 “도서 지역의 풍부한 바람자원을 고려할 때 풍력발전기 보급이 전무하다는 것은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디젤엔진은 소음문제와 같은 환경문제를 야기시키고 지속적으로 면세유를 공급받아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며 “도서지역의 디젤엔진 보급계획을 전면 수정해 풍력과 태양광으로 대체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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