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로부터 배운다

책소개
산업사회 병폐와 개발 허구성 폭로서부 히말라야 고원에 자리잡은 황량한 마을 라다크. 생활환경이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1천년이상 검소한 생활과 협동정신으로 건전한 공동체를 꾸려오고 있는 마을이다. 물질적으로는 빈약해도 아무도 가난을 불평하지 않았다. 이 책은 언어학 공부를 위해 라다크를 방문했다가 그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매료돼 장기 체류하게 된 스웨덴 출신의 여성학자의 '라다크' 현장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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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통
작은 티베트
땅과 함께 살기
의사와 샤만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안무받지 않은 춤
불교-삶의 방식
삶의 기쁨

2. 변화
서구의 도래
화성에서 온 사람들
돈이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
라마승에서 기술자로
서구식 방법의 학습
중심으로 끌어당기기
분열된 공동체

3.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흑백논리를 넘어서
개발 속임수
반개발
라다크 프로젝트

 

저자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현대 산업사회의 토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평등한 삶의 방식의 실현에 필요한 원칙을 모색하는 데 헌신하고 있는 스웨덴 출신 여성학자로서 저서로는 『허울뿐인 세계화』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 ISEC는 1991년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를 중심으로 하여 영국 브리스톨과 미국 버클리에 설립된 조직으로 경제개발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적인 규모의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책속으로  
제7장-삶의 기쁨
'모든 사람들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단 말입니까?'--체링 돌마

처음에 나는 라다크 사람들이 겉보기처럼 그토록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보는 미소가 진짜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라다크 체류 두해째에 나는 어느 결혼식에서 뒤에 앉아 손님들이 즐기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나는 자신도 모르게 '아, 저 사람들은 정말로 행복하구나'하고 중얼거렸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문화적인 눈가리개를 쓴 채, 라다크 사람들이 겉보기만큼 행복할 수는 없다고 믿으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농담과 웃음 뒤에는 내가 속한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좌절과 질투, 불만이 감추어져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었다. 실은 나는 나도 모르게 행복을 위한 인간의 잠재력에는 커다란 문화적 차이가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런 무의식적인 전제를 설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놀랐다. 그 결과 나는 정말로 라다크의 현실을 경험하는 데 더 개방적으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p.

 
제6장
불교-삶의 한 방식

만물이 이와 같음을 알아라.
신기루이며, 구름의 성,
꿈이요, 환영인 줄을.
본질은 없고, 보이는 성질만 가지고 있는 것.

만물이 이와 같음을 알아라.
달이 호수로 옮겨간 일이 없는데도
밝은 하늘의 달이
맑은 물에 비친 것과 같음을.

만물이 이와 같음을 알아라.
메아리는 음악에서 소리와 흐느낌을
얻어 지니지만 그러나
메아리 속에는 멜로디가 없다.

만물이 이와 같음을 알아라.
마술사가 말과 황소와 수레와 또 다른 것들의
환영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아서
아무것도 보이는 대로는 아니라는 것을.

-사마디라자수트라--- p.82

 
전통적인 농촌사회가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더라고 그 사회의 사람들에세 근대적 개발의 혜택을 누릴 기회가 부정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듯이, 개발과 배움이 오직 한가지 방향으로만 일어나서는 안된다. 라다크와 같은 전통사회의 사람들 속에는 흔히 내면적 발전, 즉 따뜻한 마음씨와 만족감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p.4 서문중에서

 
이제 라다크 사람들에게는 서로를 위하거나 자신들을 위한 시간이 적어졌다. 그 결과 그들은 주변의 세계의 미묘한 변화에 대한, 한때는 예민했던 감각, 예컨대 날씨의 작은 변화나 별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을 잃어버려 가고 있다. 마르카 계곡에서 온 한 친구가 한 말이 모든 것을 요약하고 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수도에서 살고 있는 나의 언니는 일을 더 빨리 해주는 온갖 것을 가지고 있어요. 옷은 상점에서 사기만 하면 되고, 지프차, 전화, 가스쿠커를 가지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이 그토록 시간을 절약해주는데도 언니를 만나러 가면 나하고 이야기할 시간도 없대요.'--- p.113

 
우리는 아직 하늘에 닿아보려고 한다. 선진국 사람들은 다시 내려오고 있다. '그 위는 텅비어 있어'라고 말하면서.

라다크를 개발하려면 우리는 이 사람들이 더 탐역스러워지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그들을 움직이게 할 수가 없다.--- p.162---pp.147

 
우리가 일으켜야 하는 변화는 우리의 삶을 매우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변화는 흔히 환경운동 내부에서조차도 희생으로 취급된다. 우리가 얼마나 덕을 보는가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더 적은 것으로 견뎌야 한다는 데 강조점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끝없는 경제 성장과 물질적인 번영이 정신적/사회적 빈곤, 심리적 불안정 그리고 문화적 생명력의 상실을 대가로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 p.186

 
욕망은 고통을 가져온다. 분리된 자아와 하나하나의 사물의 개념에 집착함으로써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어떤 것을 찾고 구하려 애쓰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던 것을 얻자마자 그것이 지닌 빛은 사라지고 우리는 다른것에로 눈을 돌린다. 만족은 드물고 순간적이다. 우리는 영원히 좌절속에 있다. 그들의 기쁨은 너무도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것이 아닌것으로 보인다. 라다크 사람들은 확장된 포괄적인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p.109

 
서구의 교육체계는, 온 세계의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의 환경에서 나오는 자원을 무시하고 똑같은 자원을 사용하도록 가르침으로써 우리 모두를 더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교육은 인공적인 결핍을 만들어내고 경쟁을 유발한다. - p.126

교육이 사람들을 농업에서 끌어내어 도시로 부르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현금경제에 의존하게 된다. 전통적인 라다크에서 실업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현대적 부문에서 지금, 주로 정부에 있는 아주 제한된 일자리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로 실업은 이미 심각한 문제이다. -p.128

전통적인 라다크 마을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많은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멀리에 있는 융통성 없는 관료체계와 변덕스러운 시장체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큰 범위까지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이 인간적인 규모는 특정한 상황 속의 구체적인 욕구에 기초를 둔 자발적인 결정과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는 경직된 입법이 필요없다. 그 대신 구체적 상황에서 새로운 반응이 나온다. -pp.60-61--- p.126,128---pp60-61

 
라다크의 언어를 통해서 나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사회에 통합되어다. 서양의 방식이 라다크를 변형시키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나 자신의 문화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자본 및 에너지 집약적 생활방식의 낭비와 비도덕성이 내게 더욱 명백해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는 사람들을 서로서로 갈라놓은 그런 종류의 개발이 초래하는 값비싼 심리적,사회적 대가에 대해서 얼마간 이해하게 되었다.--- p.176

 
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개발이 있기 이전에 훨씬 더 행복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한 사회를 판단하는 데 무엇이 더 중요한 기준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나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기준은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민중의 복지이며, 환경적인 면에서는 지속가능성이다.--- p.142-143

 
나는 라다크 사람처럼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안정된 사람들을 만난 일이 없다. 그 이유는 물론 복합적이며, 전체적인 삶의 방식과 세계관에서 나온다. 그러나 나는 그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신이 훨씩 큰 어떤 것의 한 부분이며, 다른 사람들과 또 자신의 주위와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라고 확신한다. 라다크 사람들은 자기들의 땅에 속해 있다. 그들은 나날의 친밀한 접촉을 통해서, 변화하는 계절, 필요, 제약들을 포함한 그들의 가까운 환경에 대한 지식을 통해서 그 삶터에 결속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살아있는 맥락을 의식하고 있다. 별들과 해와 달의 움직임은 그들의 나날의 활동에 영향을 주는 친숙한 리듬이다.

라다크 문화를 체험하기 전에, 나는 집을 떠나는 일은 성장의 일부이고 성인이 되는데 필수적인 단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대가족과 친밀한 작은 공동체야말로 성숙하고 균형잡힌 개인들을 만들어내는 보다 나은 기초가 된다고 믿는다. 건강한 사회란 각 개인에게 무조건적인 정서적 지지의 그물을 제공하면서, 긴밀한 사회적 유대와 상호의존을 권장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틀 안에서 개인들은 아주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안정감을 느낀다. 역설적으로 나는 라다크 사람들이 산업사회의 우리들보다 정서적으로 덜 의존적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사랑과 우정이 있지만, 그것은 격렬하거나 구속을 주는 것이 아니다. 한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 p.9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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