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렬 에너지정보통계센터 소장

유럽연합(EU)은 회원국의 에너지시장 개방과 역내 통합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EU 시장통합의 핵심은 역내의 가스 및 전력 시장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EU는 에너지공급의 안정성을 최소의 비용으로 달성하고자 한다.


EU는 당초 금년 7월까지 회원국의 가스 및 전력 시장을 완전히 개방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여러 가지 제약요인으로 인하여 2년여 정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별 제도차이가 통합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과거로의 회귀가 어렵다고 볼 때, EU의 에너지시장통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북아국가의 에너지 및 경제 사정에 대하여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EU의 에너지시장통합은 러시아에 대한 동북아국가(또는 그 협력체)의 에너지협상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 통합 EU는 에너지계약상 러시아의 과점적 지위를 가급적 시장기능으로 대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국가는 러시아와의 에너지협상에 있어 EU-러시아의 계약변화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U와 러시아는 에너지자원의 주요 교역파트너로서 정례적인 에너지정책대화를 통해 에너지교역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도모해 나가고 있다. EU는 에너지(가스)계약에 있어 소비지제한 등 경쟁제한적인 조항의 개선을 요구하여 부분적으로 달성하였으며, 국가별로 이루어지는 계약사항을 EU수준으로 격상시키는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또한 러시아에 대하여 국내 에너지가격의 현실화 조치를 건의하는 등 러시아 국내시장의 경쟁도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직접적인 에너지공급자로 EU 역내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들은 에너지수출에 있어 러시아의 과점적 지위를 완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동북아 측면에서 이해의 득실을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EU 에너지시장통합은 장기적으로 에너지서비스시장의 국제경쟁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E.On사의 대표이사는 작년 11월에 EU 에너지시장통합의 조속한 추진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회원국의 완전한 에너지시장 개방을 촉구하였다.


E.On사와 같은 다국적 기업은 유럽 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후 필연적으로 에너지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역외 진출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경쟁은 에너지서비스시장의 개방, M&A 등 경제활동의 보장, 국제입찰 경쟁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EU 에너지시장통합은 대유럽 상품수출에 있어 동북아국가의 교역조건을 악화시키는 간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EU 시장통합은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배출권시장과 연계되어 있다.


EU는 동북아국가에 대하여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담하도록 종용하거나, 수출상품에 대한 기존의 환경규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동북아 수출상품의 잠재적 비용상승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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