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환경부 공동해법 모색해야

"똥도 자원이다."

 

지난달 26일 모 시민단체가 국회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축산폐수로 인한 환경오염을 저감시키고 나아가 이를 자원화하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는 게 이날 행사의 주제였는데 '똥도 자원'이란 이 짧은 말은 어느 때보다 관계자들의 호응을 얻는 듯했다.

 

이에 앞서 행사에 참가한 환경부와 농림부는 축산분뇨의 사전발생 억제와 자원화를 골자로 하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관리법)'을 공동 입법해 오는 9월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축분뇨관리법은 하천, 지하수 등 수질오염을 야기시키고 있는 축산분뇨가 퇴비와 액비,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는데 사용될 수 있도록 기존 처리중심의 방식을 자원화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농림부의 자원화 정책과 환경부의 축산폐수 처리정책이 유기적인 정책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문제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모처럼 두 부처가 공동입법을 서두르고 의기투합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농림부는 매년 늘고있는 가축분뇨가 퇴.액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자원화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올해에만 58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축분뇨처리시설 마련에 353억원, 유통ㆍ재활용 시설 지원에 71억원 등 친환경 축산 기반조성에 431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농림부는 기획연구과제로 향후 3년간 기존 농가의 가축분뇨처리시설과 연계한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개발에 착수 후 실용성이 인정될 경우 시범사업을 추진한 뒤 보급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연구개발기관은 이달내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발표를 지켜 본 축산농가와 양돈업자들은 한층 고무됐다. 규제 열변도였던 가축분뇨에 관한 법률을 자원화 중심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애물단지 '똥'이 '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듯했다.

 

환경부도 농림부를 거들고 나섰다. 환경부는 가축분뇨관리법의 주요내용을 설명하면서 "정화처리 개념인 '축산폐수'가 자원화의 의미가 강한 '가축분뇨'로 제명된다"고 밝히고, "자원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뒷심을 보태겠다"고 했다.

 

해묵은 축산폐수 문제가 이날 토론회를 기점으로 해결점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논의는 그뿐이었다. 축산분뇨를 오염원이 아닌 자원으로 대접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끌어냈지만 어떻게 에너지화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바이오가스에 대한 사업화를 구상했던 일부 참관객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발길을 돌렸야 했다.

 

자신을 환경설비업자라고 밝힌 한 방청객은 "사업적으로 큰 기대를 하고 왔는데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면서 "축산분뇨를 에너지로 만드는 일이 국내 현실에선 아직 먼 얘기란 사실만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고 토로했다.

 

지정토론에 참석한 산자부 관계자도 이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병달 산자부 신재생에너지팀사무관은 "두  부처가 공동입법한 가축분뇨관리법 상의 '자원화'는 퇴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에너지 부문은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보급 차원에서 환경부는 전체를 관장하고 농림부는 퇴액비 등 자원화를 맡는 것으로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안다"면서 "부처간 역할을 정리하자면 산자부는 이들 부문의 기술개발과 보급을 맡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축산분뇨를 비롯한 바이오에너지의 자원화와 관련, 부처간의 긴밀한 협조와 의욕적인 전문화가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음식물찌꺼기, 생활폐기물, 축산분뇨 등을 관장하고 있지만 배출자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에너지 부문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부 역시 분뇨배출 농가만 보호하려는 입장에서 자원화가 소득증대와 환경보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열린 사고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팀장은 "앞으로는 가축분뇨에 한정된 접근이 아니라 국가 폐기물 전체를 자원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면서 "가축분뇨 바이오가스 자원화를 위해선 발전차액 기준가격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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