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ㆍ주유소 반발…자동차업계는 관망

산업자원부가 올해 안에 액화석유가스(LPG)경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지난달 말 밝힌 가운데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정작 LPG경차를 만들어야할 자동차 업체의 반응 또한 냉담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유사 및 주유소 집단 반발
산업자원부는 최근 경차에 LPG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 및 사업 관리법 시행규칙'을 연내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에너지 사용 합리화와 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정유 및 주유업게는 정부가 이미 산업연구원에 용역을 의뢰,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경차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이미 정책입안 계획을 굳히고 발표와 시행시기만 저울질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산자부는 "5월 초 허용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빠르면 내달 부처 협의를 거쳐 입법예고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와 주유소 대표격인 석유협회와 주유소협회는 산자부 등 관계당국에 이 정책 시행에 반대하거나 대안 수립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정빈 석유협회 부장은 "정유업계는 정부의 경차보급 확대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나 LPG경차 허용시 에너지절약 효과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큰 만큼 다른 방법을 통한 경차 보급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사시 '에너지 안보' 취약(?)
석유협회는 최근 산자부·재정경제부·환경부에 낸 의견서에서 "정부가 LPG경차를 허용할 시 다른 석유제품과는 달리 사용량의 약 58%를 수입에 의존하는 LPG수급이 불안해지며 이에 따라 유사시 에너지안보가 취약해진다"면서 "툭히 LPG 추가 수입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국부유출 등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휘발유 차량보다도 LPG차량이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는 각각 200%, 120%, 질소산화물은 151%나 많이 배출하는 등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해 환경문제도 대두된다"고 밝히고 "LPG세금이 휘발유의 35%에 불과해 LPG의 사용이 증가할 경우 세수감소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외견상 명분일 뿐이고 그 이면에는 휘발유 고객들이 대거 LPG쪽으로 이동함으로써 기름제품 시장의 '파이'가 작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LPG가 국내 수요량의 58%를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수입은 LPG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유의 경우 100% 수입하는 것 또한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기존에 제작된 LPG차량의 수치일 뿐 최근 제작된 차량은 환경부 기준에 맞춘 친환경 차량"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 "끌쎄~"
자동차 업체들은 정부가 기술적 문제를 협의하지 않고 무리하게 경차에 LPG를 허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경차에는 LPG를 담는 용기인 '봄베'를 넣을 공간이 없어 현실적으로 생산이 어렵다는 것. 붐베는 사고 때 폭발 위험성이 있어 승객 공간 및 외부 패널과 10㎝ 이상의 공간을 둬야 하지만 경차는 차체 공간이 너무 좁아 안전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택시 등 LPG 차량은 추돌사고 때 봄베가 부서지면서 폭발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트렁크 안쪽에 이를 배치해 차체 겉면과 20㎝ 이상의 간격을 두고 있다.


GM대우자동차 관계자는 "차량의 안전기준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해 현재 개발 중인 마티즈 후속 모델인 M300에 LPG를 적용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 세계적으로 경차에 LPG를 사용하는 차량 또한 없어 수출을 염두에 두고 차량을 개발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 측은 약간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안전을 확보하려면 현재의 경차 기준으로는 어렵고, 안전기준에 맞는 차량을 제작할 경우 가격이 올라가 경차로서의 의미가 별로 없다"고 말해 어느정도 개발 가능성에 대한 여지는 남겨 둔 모습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아토스의 경우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모델로 출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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